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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 19,800원
    • 저자
    • 이지영
    • 출판사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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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인터뷰집
쪽수 : 412p
크기 : 135*205mm
출간일 : 2021.11.15


시간을 쌓아올려 얻은 음악의 언어
그런 음악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답변을 찾아가는 오랜 여정이다

음악은 같은 예술 분야인 미술에 비해 텍스트와 덜 친화적이다. 즉흥적으로 뭔가를 느끼고 감정을 직접 건드린다는 점에서 탁월한 표현력을 지닌다. 이런 점은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한편 더 깊이 있게 알려는 이들에게는 관련 텍스트가 폭넓지 않아 가끔 척박하다는 인상을 준다. 가령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직접 글을 쓰는 일이 드물고, 저명한 작곡가들에 대한 책 역시 많지 않다. 청중(독자)은 동시대 최정점에 오른 연주자들의 콘서트홀을 찾고 음반을 들으면서 그들의 음악 해석, 훈련 방법, 음악관, 작곡가에 대한 연주자의 생각, 예술을 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알고 싶어한다. 청중도 나름의 이해 방식과 취향을 갖고 있지만, 아티스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와 자신의 해석을 견주어 ‘클래식 음악 지형도’를 그리면서 더 섬세한 감상의 기술을 자기 안에 심어보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음악인과 청중을 매개하는 사람이다. 매개자 역시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20여 년간 클래식 음악 기획과 글 쓰는 일을 했을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해설하면서 중요한 공연 때마다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여왔다. 그렇게 해서 저자는 음악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 6학년생 김선욱, 잡지사를 찾아온 중학생 손열음, 롱티보 콩쿠르 우승 직전의 열여섯 살 임동혁을 만나기도 했다.
영화를 만드는 데 영상만큼 음악에 공들이는 박찬욱 감독이 인상적이어서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펼쳐졌고 그 내용이 흥미로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총 14명을 인터뷰하게 됐다. 이 책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는 7명의 클래식 음악인과 7명의 또 다른 음악 관련 인물들의 음악론을 담고 있다. 모두 정식으로 한 인터뷰뿐 아니라 다년간 무대 뒤에서 이야기를 이어감으로써 오랜 시간에 걸친 대화를 압축해서 펼쳐냈다는 점에서 매우 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책 한권으로 읽을 수 있는 일은 독자들에게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시간에 온전히 매달려서 얻어낸 소리들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콘서트와 음반 녹음은 ‘순간의 예술’이다. 즉 그때 그 공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의 해석과 기량이 있기에 애호가들은 콘서트홀을 찾고, 아티스트들은 리코딩을 남긴다. 하지만 그 ‘순간’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절정일 뿐이다. 놀랍게도 이 책에서 인터뷰한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음악은 ‘시간을 쌓는 일’이라는 점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실력을 쌓는 것은 오직 ‘들인 시간’이 얼마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올바른 방향을 찾고 터득하고 그다음은 시간에 온전히 매달려야 하죠. 개인이 선택하고 판단하고 소화시키는 것은 아무도 해줄 수 없어요. 그 판단에 시간을 심어야죠.” 바이올린은 고음이기 때문에 음정이나 테크닉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듣기 힘들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그녀가 하루에 11~14시간 활을 붙잡고 있었던 이유다.
이십대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자신이 지금 낼 수 있는 소리는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정도라고 말한다. 즉, 아티스트들은 어떤 작곡가의 곡을 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시간 속에서 기량을 갈고닦는다. 조성진이 앙망하는 것은 베토벤의 곡들이다. “그 소리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삼십대가 되면 지금보다 더 만족스럽게 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앞으로 공부해야 할 부분은 베토벤, 브람스를 소화할 수 있는 사운드예요.”
이 이야기는 연륜이 깊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도 해당된다. 그는 평생 베토벤이 불편했단다. “내가 베토벤을 깊이 이해 못했는지, 아니면 나하고 성격이 안 맞았는지…….” 평생의 숙제였던 작곡가였건만 어느 날 쳐야겠다는 욕구가 생겨 3년 동안 베토벤 연구에만 집중했다. 베토벤이 30여 년에 걸쳐 만들어낸 소나타 32곡이 내면에 쌓일 때까지 기다려온 그는 마침내 전곡 연주와 녹음을 함으로써 베토벤의 인생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이야기는 아티스트들이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카운터테너들은 음색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어서 학생 때부터 큰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스승들은 졸업 전에 바깥에서, 특히 디렉터나 스승이 없을 때는 노래하지 말고 목소리를 아끼라고 조언한다. 숄 역시 바흐의 <B단조 미사>를 하자는 요청을 물리친 적이 있다. “카운터테너는 대단히 예민하고 섬세한 영역이에요. 발성이 쉽게 흔들리거나 틀어질 수 있고, 유명 레퍼토리와 인기에 먼저 노출되면 발성의 길을 잃기 쉬워요. 만약에 누군가 지나친 야망을 갖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빨리 서고 싶어 서두른다면 그의 몸은 악기처럼 굳어질 겁니다.”
천재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는 자신이 낮은 음을 내는 메조소프라노인 줄 알았다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 스승의 조언으로 자신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음색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엄청난 노력으로 F#음까지 낼 수 있게 됐지만, “초절기교를 선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게 가능하지만 성대에는 좋지 않고 기교를 뽐내느라 가수로서의 생명을 단축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에 목소리를 아낀다. 베르디의 작품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도 여태 딱 두 번만 맡았다. 이는 어렵게 찾아낸 목소리로 무대에서 오래 노래하려는 마음가짐으로부터 비롯됐다.
시간의 균형추는 감상자 쪽에서도 맞춰줘야 한다.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들려주는 데 시간을 묵히듯이, 청중도 취향을 서둘러 갖는 것은 금물이다. 오디오 평론가 윤광준은 “음악과 관계된 모든 행동에서 시간을 절약할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음악 취향과 안목을 가지려면 스치는 시간 말고 일대일로 교감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간을 단축해서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단축시키거나 불필요하다고 하는 순간부터 망합니다.”

음악을 해석하는 방법

선율과 쉼의 경계를 섬세하게 다루는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임동혁은 연주의 지향점과 감성이 두드러지는 피아니스트다. 그의 연주에서는 러시아의 뜨거운 기질과 더 많은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는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노래를 하면 호흡이 있어 악기 연주보다 훨씬 음악적으로 부를 수밖에 없어요. 피아노는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보니 호흡을 간과하기 쉬운데, 음악적인 표현을 하려면 노래하듯이, ‘호흡’을 중시하며 치는 게 중요해요.” 이를 위해 피아니스트에게는 ‘레가토’가 가장 중요하고, 페달을 잘 사용하는 것이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한 가지 방법이 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 아티큘레이션에 집착을 보일 만큼 손가락 하나하나 한껏 굽히고 음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고도 또렷이 짚는 게 특징이다. 그는 이것이 자기만의 음악적 언어라고 말한다. “다른 곡도 그렇지만 특히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 못 참는 부분은, 단 하나의 음이라도 덜 들리는 것, 즉 제 귀에 포착이 안 되는 거예요. 모차르트의 성격을 지탱하는 힘이 십자로 되어 있다면, 수평과 수직의 정중앙에 힘이 놓여서 어느 한쪽으로도 결코 치우치지 않는 느낌, 그 균형을 절대적으로 유지하고 싶어서 핑거링에 신경을 많이 써요.”
사실 연주자의 해석을 두고 청중은 자신의 음악 해석과 맞지 않으면 ‘왜 곡을 저렇게 칠까’라는 말도 거침없이 한다(오페라 평론가 박종호는 공연 휴식 시간에 남들 들으라는 듯 ‘저만하면 썩 잘하는 거야’ ‘쇼팽을 왜 저렇게 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낯 뜨겁다고 한다). 가령 2017년 1월 조성진의 리사이틀 첫날 그의 연주에 대해 ‘슈베르트 소나타를 베토벤처럼 친다’는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그는 악보에 쓰인 어떤 메모도 무시하지 않고, 최대한 존중하면서, 작곡가가 쓴 것을 연구하고 자료를 찾고 많이 쳐보면서 자기만의 해석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연주자마다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게 달라지는 것이야말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죠.”
물론 안드레아스 숄처럼 고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작곡가가 먼저, 언어가 다음, 그리고 연주자는 언어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하인”이라는 관점이 적절하기도 하다. 어쨌든 모든 연주자는 작곡가를 열심히 연구하는 데서 자신의 기본기를 다지며, 그다음 자신만의 해석을 해나간다.

음악의 언어를 자신의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들

영화감독 박찬욱은 음악을 잘 ‘사용하기’로 이름났다. 그의 영화를 ‘음악’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그는 영화를 볼 시간은 없어도 음악은 늘 듣는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듣는 것은 부르크너, 말러, 쇼스타코비치, 시벨리우스의 교향곡들. 그의 영화 장면마다 클래식 음악이 등장해 음악이 영화 속 내러티브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영화 촬영 전부터 음악을 준비한다”고 한다. 배우들에게 극중 역할의 감정을 상상하도록 맞춤형 음반을 만들어 전해준다. “배우에 따라 글로 연기를 상상하는 것보다 음악을 듣는 순간 더 빨리 감을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속에 음악은 곳곳에 새겨져 있다. 가령 「친절한 금자씨」를 만들면서는 “애틋한 모녀 사이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음악을 찾고 찾았는데”, 이때 선택한 아리아나 사발과 몽세라 피구에라스 모녀의 자장가 ‘엄마, 엄마, 나를 울리지 말아요’는 결국 영화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안무가 안성수에게 음악은 춤추게 하는 에너지다. 그의 춤은 ‘음악에 대한 반응’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줄리아드에서 무용을 전공할 때 무용만큼 음악에도 매달렸다. 특히 즐기는 것은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브람스, 말러, 베토벤, 쇼팽의 피아노 연주다. 춤은 귀로 들은 것을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그러니 안무가가 얼마나 음악을 잘 해석하는가에 따라 춤의 구성과 표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발레리나 강수진도 춤은 “각자의 음악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레를 하면서 그가 점점 느끼는 점은 “음악성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 따라 표현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무용에서 말하는 음악성이란 하나, 둘, 셋 박자를 세는 게 아니에요. 음악을 느끼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음악을 어떻게 듣고 느끼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자기 표현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거죠.” 그는 자기 몸이 “음악을 표현하는 혼이 있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안무가들은 작업을 시작할 때 음악 없이 춤부터 상상하기란 실로 어렵다고 한다.

음악이 더 풍부하고 완벽해지려면

정명훈, 정경화, 백건우, 조수미, 조성진…… 이들이 최상의 리코딩을 남기기 위해 찾는 사람이 있다. 바로 톤마이스터 최진이다. 그는 현대의 녹음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리코딩 프로듀서와 리코딩 엔지니어를 겸하고 있다. 톤마이스터는 전공자 수준으로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음악 이론뿐 아니라 악기와 연주에 관련된 모든 기술적, 예술적인 부분까지 관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하는 일은 녹음에 들어가기 전 사운드를 체크하고, 수십 개의 마이크 위치와 밸런스를 조정하며, 이후 연주자들로부터 최선의 연주를 끌어내기 위해 그들의 음악적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우리 톤마이스터들은 음향 밸런스를 맞춘 상태와 위치에서 소리를 듣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100여 명의 연주자가 앉아 있는데, 밸런스가 칼같이 다 맞을 수는 없어요. 어디는 볼륨이 작고 어디는 커요. 결국 이때 프로듀싱이 필요한데, 음반을 구입해 듣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소리를 들려주도록 프로듀서가 개입해 그 균형을 잡는 거죠.” 그의 인터뷰는 특히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무대 뒤에 모습을 상상케 해주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한때 오페라 평론가로 이름을 알렸던 박종호 대표는 19년간 뚝심 있게 클래식 사랑방 풍월당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은 다른 예술과 무관하게 저 혼자만 잘난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인문학적으로 폭넓고 깊게 이해하는 박종호와 같은 청중이 많아져야 한다. 그는 음악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중시한다. “해외 극장을 수백 번 드나들면서 확인한 건, 음악의 감동은 유명 연주자, 화려하고 파워풀한 연주에 의한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오히려 대타로 무대에 선 신인 연주자에게서 더 큰 감동을 받았죠. 심지어 가장 감동하게 만든 작품들은 위대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와 고독을 다룬 것일 때가 더 많았어요. 마음을 울리는 음악에 끌리면서 관점이 바뀐 거죠.”
요즘 클래식 음악계에서 큰 보폭을 보이는 인물은 관객에게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쏟아부어 작곡가와 연주자들을 널리 알리는 기자 김성현일 것이다. 그는 전투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며 클래식 음악 기사를 써왔다. 나아가 클래식 책 여러 권과 모차르트 전기를 집필했고, 지휘 거장들의 전기를 번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 강연, 공연 진행자, 유튜버로서의 중간자 역할도 맡고 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음악이 의미 있으려면 일상과의 접점을 찾아 쉽게 풀이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열심인 이유는 뭘까? “음악이야말로 복잡한 논리나 설명 없이도 우리 가슴을 곧바로 두드리기 때문입니다. 음악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관광 가이드이자 바람잡이”로 규정한다. 그래서 오늘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의지와 의무를 되새기며 “잘할 때까지 다시!”라는 마음으로 최전선에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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