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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사적인 전시회
    미디어창비
  • 12,000원
    • 저자
    • 정미진, 실비아 플라스(지은이) 진은영(옮긴이), 마르그리트 뒤라스(지은이) 백수린(옮긴이)
    • 출판사
    •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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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사적인서점의 11월 사적인 전시회는
미디어창비 출판사와 함께합니다.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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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설로 떠나는 여행
사적인서점 x 미디어창비
2020.11.01 -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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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사라진 2020년. 사적인서점에서 '가을, 소설로 떠나는 여행' 전시회가 열립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의 환상 여행기 7편이 수록된 소설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소개할게요.
정미진 작가는 오고 가는 공항에서, 버스나 기차에서, 잠 못 드는 숙소에서,
하염없이 걸었던 이름 모를 길가에서, 조각조각 모은 몽상들을 모아 한 편의 소설로 엮었습니다. 

비행기 탑승과 이륙 전의 두근거림을 상상하며  
깊어가는 가을, 소설로의 여행을 떠나 보세요. ✈️


💁🏻‍♀️ 전시 관람 포인트

🛫 이야기가 펼쳐지는 도시를 여행하기
암스테르담, 달랏, 보드룸, 에이세이라… 익숙한 관광지에서 처음 들어보는 낯선 도시까지. 소설을 따라 지도 속의 일곱 도시를 여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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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에서 보내온 편지 
정미진 작가가 프라하에서 보내온 친필 메시지를 읽으며 탑승 준비를 시작해 보세요.
🛫 여행 포토앨범 살펴보기
정미진 작가가 직접 찍은 지난 여행의 모습과 소설 속 문장을 함께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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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스탬프와 스티커, 알림판
책을 구입한 뒤 소설의 배경이 등장하는 페이지에 스탬프를 찍어 보세요. 여행 가방이나 노트북을 꾸밀 수 있는 스티커와 문고리에 걸 수 있는 알림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소진 시 종료)
🍁 가을, 소설로 떠나는 여행
-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 낯선 풍경이 가득한 여행지로 떠나보세요.
- 메리 벤투라와 아홉번째 왕국 : 주인공 메리벤투라와 아홉번째 왕국으로 향하는 기차 여행에 함께 해요.
- 여름비 : 파리의 소도시 비트리로 함께 떠나보아요.
1.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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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속 나를 잃어버린 지 오래되어서,
먼저 떠난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여섯 명의 예측 불가능한 환상 여행기!

지금 우리에게는 여행, 아니면 환상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늘 가던 길이 아닌, 한 번쯤 경로를 이탈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법이니까.”  
_본문 중에서

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게 이야기할지 고민해온 정미진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연작소설인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연인을 쫓는 『뼈』(2015)와 유괴 사건 이후 49일 만에 돌아온 소녀가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누구나 다 아는, 아무도 모르는』(2017) 이후, 정미진은 그간 보여준 스릴러가 아닌 ‘환상 소설’로 장르를 바꿔 발표했다.  
지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불과 열 달 전만 해도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세계는 문이 닫혔고 우리는 이동 자체가 위협이 되는 세상으로 떠밀리다시피 적응해야 했다. 이런 현실 속에 제목부터 ‘여행’이라는 설렘을 주는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여섯 명의 주인공들이 예측 불가능한 환상 여행기를 펼치며 대리여행의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운다. “머문 곳을 박차고 나가는 일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잠시나마 운명을 거스르고 있다는, 혹은 스스로 운명을 조정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위해 어디론가 떠난 사람들을 뒤쫓는 여정을 통해, 떠날 수 없는 현실에서도 기어이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본능에 사로잡히고 마는 우리는 여기에는 없고 그곳에는 있는 여행의 기쁨과 슬픔, 설렘과 두려움을 생생히 감각하게 된다.
소설 속 일곱 가지 이야기는 모두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환희를 찾아서」)으로 시작해 베트남 달랏(「트린」), 터키 보드룸(「고양이 소년」), 프랑스 파리(「Merci(메르시)」), 포르투갈 에리세이라((「서핑 보호 구역」), 태국 방콕(「개를 끼고」)을 거쳐 인천 공항(「싫다고 해도 굳이」)으로 도착하는 이 비행에 기쁜 마음으로 탑승해줄 독자를 찾는다. 때론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인공의 기쁨에 찬 표정에서 때론 언젠가 잃어버린 노트를 마주하는 주인공의 미소 속에서 문득 잊고 있었던 지난 여행 에피소드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모쪼록 꿈을 꾸는 여행자들을 만나는 동안,  
읽는 이에게도 한 번쯤 자신만의 꿈을 찾아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_작가의 말 중에서

「환희를 찾아서」에는 애니메이터라는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정유가 등장한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안 그래도 작은 키가 자꾸만 줄어드는 기분이 드는 정유는 인생 처음으로 인위적인 사건을 결심한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실제로 보러 떠나는 것. 이렇게 다짜고짜 그림 하나만 보고 떠난 여행인데, 정작 이 그림은 암스테르담이 아니라 뉴욕에 있다는 것을 박물관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아차린다. 여행이란 이렇게 허술한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암스테르담에서 정유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한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반의 담임 선생님이어서, 어떠한 핑계도 사실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 죄책감에 휩싸인 채 달랏으로 떠나는 「트린」, 비교적 탄탄한 직장이라 믿었건만 한순간에 구조조정이라고 내몰리며 퇴사를 한 뒤 한숨을 돌리고자 터키 보드룸으로 떠난 「고양이 소년」의 주인공들은 견디기 힘들어진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다녀오면 삶이 좀 나아질까 싶은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떠나는 게 여행 아닐까.
어떤 여행은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에게 쥐어주기도 한다. 학창 시절부터 어려워진 집안 사정으로 가장처럼 살다가 결혼 이후까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낸 적 없는 걸 깨달은 어느 날, 낯선 일행들과 프랑스 파리로 단체 여행을 떠나게 된 「Merci(메르시)」, 큰 수술을 한번 받게 된 뒤로 두렵고 허무한 마음과 싸우다 보너스 같은 남은 생에 로망을 주고 싶어 포르투갈 에리세이라에 오게 된 「서핑 보호 구역」 속 주인공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잊고 있었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마주할 날들을 마주할 힘을 얻는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문을 통해서만 만나는 감각이 있다. 떠날 때엔 모든 것이 허탈했는데 낯선 곳에서 느닷없이 다시 살아갈 생의 의지가 샘솟기도 한다. 태국 방콕으로 떠나는 「개를 끼고 」의 주인공은 쳇바퀴를 도는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이번 여행은 오직 먼저 떠난 아내의 꿈, 강아지 햇님이와의 여행을 이뤄주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개에게도 자신에게도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절절히 느끼는 동시에, 어쩐지 다음 여행도 개와 함께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이 모든 여행의 시작 앞에, 프리퀄 같은 이야기 「싫다고 해도 굳이」의 이환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유일하게 떠나지 않는 사람이자 여행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 인천공항에서 항공 보안검색 요원으로 일하는 이환에게는 과연 어떤 환상이 펼쳐질까…….
무엇을 기대했든 늘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펼쳐지며 때론 당혹과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때론 이방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호의와 친절에 기대어 한숨을 돌리기도 했던 여행의 순간들. 이 소설을 펼쳐 읽는 동안, 우리는 단숨에 주인공들과 함께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낯선 풍경이 가득한 여행지를 헤매는 기분이 되어 무료하고 지친 일상을 잠시나마 떠날 수 있을 것이다.
2. 메리 벤투라와 아홉번째 왕국

천재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미발표 소설 첫 공개  

이 책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실비아 플라스를 읽어야 하는지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_뉴욕 타임스

실비아 플라스 소설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미디어창비)이 60여 년 만에 최초 공개된다. 1952년에 쓰인 이 작품은 정식 출간되지 않은 채 인디애나대학교에 보관되어 있다가 2019년에 이르러서야 영국 페이버 앤드 페이버에서 초고를 그대로 살린 판본으로 펴냈다. 소설은 ‘메리 벤투라’라는 한 소녀가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 홀로 기차 여행에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이 어린 여성이 알고 있는 사실은 손에 쥔 티켓이 종착역 ‘아홉 번째 왕국’으로 향하는 편도행이라는 것뿐. 실비아 플라스 작품 세계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인상적인 초기작으로, 한국어판은 시인 진은영의 번역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스무 살, 실비아 플라스의 숨겨진 얼굴을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진은영의 안내로 만나다

『라이프』는 실비아 플라스를 두고 “존재 자체가 문학에서의 한 사건”이라 칭한 바 있다. 『보스턴 글로브』는 그의 소설 『벨 자』를 『호밀밭의 파수꾼』에 비견할 걸작으로 꼽기도 했다. 실비아 플라스는 금기시되었던 여성의 분노를 거침없이 그려내며 현대 영미 시에서 미답의 경지를 개척한 천재 시인이자, 페미니즘 문학의 대명사로 불리어왔다. 그의 독보적인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런 그조차도 여성 시인으로서 시어가 모호하다는 단편적인 해석으로 일축되거나, 신비롭다는 말로 대상화되기 일쑤였다.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은 그가 훗날 남긴 걸작들에 비한다면 문학적으로는 소품에 그칠지 모르나, ‘실비아 플라스’라는 한 세계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서로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플라스 연구자 피터 K. 스타인버그는 이 작품이 플라스가 이전, 그리고 이후에 쓴 작품들과도 명백히 구별되는 독특한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일견 『성경』이나 단테의 『신곡』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의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설정이 플라스의 여성주의적 다시 쓰기 시도임을 피력한다.

스무 살이란 무엇인가?  
소설의 주인공 메리 벤투라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처음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순간이랄까요.’

문학에서 여행과 모험은 오랫동안 소년들의 차지였다. 1952년, 이 작품이 쓰였을 당시에는 10대 여성이 부모의 보호 없이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낯설게 여겨졌을 법하다. 실비아 플라스의 많은 작품이 기성 질서와 불화한다는 이유로 일부 독자에게는 불편함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불화’에서야말로 비로소 자신을 이해받는 기쁨을 발견하는 이들이 있다. 불쾌를 토로하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이 불화가 언제나 파괴적인 전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 안에서 메리의 탈주는 세계와의 단절이 아닌, 오히려 다른 세계로의 통합을 암시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한마디로 정의될 수 있는 하나의 인생을 살”지 않기를 간구했다. 일기에서 그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열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안온한 삶에서 벗어나 기꺼이 “난장판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비록 그 자신은 바람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대신 자신이 창조해낸 작품 속 인물 메리에게만큼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선물로 쥐어준다. 메리는 현명한 여성의 지지 속에, 자신이 주체로서 환대받을 수 있는 세계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신뢰할 수 있는 여성과 맺는 우정의 연대  

실비아 플라스는 새로운 방식의 탈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성과의 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 이 소설에서 우리는 불길한 기차 여행에 대해 묻고 자신의 불안을 말하며 커피와 초콜릿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지혜로운 여성적 존재에 대한 그의 갈망을 엿볼 수 있다. _‘옮긴이의 말’(80-81면)  

소설에서 주인공 메리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메리의 옆자리 여성이다. 이름과 나이를 알 수 없는 그는 푸른 눈에, 갈색 사첼백을 든 모습으로 그려질 따름이다. 책의 서두에서 “아직 여행할 준비가 안 돼 있단” 메리의 불안은 그저 과민할 뿐이라는 아버지의 부정에 가로막힌다. 하지만 푸른 눈의 여성은 첫 만남부터 “여기 자리 있니?”라고 물으며 메리의 뜻을 존중한다. 그는 메리를 근사한 식당차에 데려가주는가 하면, 앞자리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내아이들에게는 부끄러운 줄 알라며 주의를 준다. 그러나 정작 아홉 번째 왕국이 가까워질수록 여행에 이상한 기미를 느끼는 메리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나? 난 함께 갈 수 없어. 네 스스로 중단해야만 해. 하지만 곧 보게 될 거야, 꼭.”(59면)  
푸른 눈의 여성은 메리의 잠들어 있던 의지를 일깨우지만, 기차에서 내릴지 선택하는 것은 메리의 몫이다. 만약 그가 기차를 멈추어준다면, 메리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여행에 오른 잘못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그는 다만 메리에게 환히 불을 밝힌 입구가 아니라 캄캄한 계단으로 가야 한다는 조언을 할 뿐이다. 오직 자신을 믿고, 어두운 길을 택하라는 당부에 메리는 아무런 질문도, 인사도 없이 단지 “네.”라고 두 번 답한다. 이것이 그들이 나누는 마지막 대화다. 서로 신뢰하는 두 사람 사이에 이제 더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

반세기가 지나 마침내 우리에게 당도한,  
실비아 플라스로 향하는 편도행 티켓

비상 정차 줄을 당겨 기차에서 내린 메리는 약속대로 눈부신 입구가 아닌, 불이 꺼져 위험해 보이는 계단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그는 끝내 제힘으로 자유를 손에 쥔다. 플라스는 이 순간의 메리를 “죽음의 잠에서 깨어난 사람” 같다고 적고 있다. 기차가 출발할 때 가을이었던 계절은 메리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어느새 봄으로 바뀌어 있다. 하얀 장미와 수선화가 가득한 거리에서 갈색 코트 차림의 한 여자가 푸른 눈빛으로 메리를 맞아준다. 세심한 독자라면 여자의 눈동자와 코트 색깔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리라.  
현실 속 실비아 플라스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염원을, 그대로 살지 않겠다는 비극적인 결심으로 굴절시켜서야 이룬다. 하지만 소설 속 메리에게 다정하게 초콜릿을 나눠주는 푸른 눈의 동행이 있었듯이, 우리에게는 실비아 플라스가 남긴 작품들이 삶이라는 여정에서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대신 써주는 일이 가능할까? 실비아 플라스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은 자전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다. 이 작품은 혼자만의 이야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보편적인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 이 소설이 처음 쓰여진 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스무 살을 앞둔 여성은 자신을 온전히 설명해줄 진실한 언어를 찾아 헤맨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같은 마음으로, 그러나 새로운 자기만의 언어로, 반세기 전 한 시인이 보낸 편지에 답장을 부쳐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쪼개진 세상의 틈에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슬픔과 고통이 흘러나온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 슬픔이 나 혼자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기분 좋고 숭고한 감정을 느낀다. 이들은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불가능한 일임을 곧 깨닫게 된다. _‘옮긴이의 말’(71-72면) 
3.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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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숨겨진 걸작,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 

르그리트 뒤라스는 누보로망과 시적인 문체, 고백과 객관성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관점들을 결합해낸다. 이 문장들은 인간 본성이라는 역설을 형이상학적 고찰로 바라보면서, 독자들의 머릿속에 천천히 머무르다가 감정과 생각이 응축된 힘으로 폭발한다. _뉴욕 타임스  

공쿠르 상 수상 작가이자 프랑스의 대표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여름비』(미디어창비)가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여름비』에는 뒤라스의 작품에 등장했던 주제들이 집약되어 있다. 망각과 광기, 침묵과 소리, 가난과 열정, 외면과 죽음이 마치 그물처럼 엮인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찾아 떠나려는 여정, 그 여로에서 뒤라스는 바보스러울 만큼 순수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몰두로 독자를 매혹한다. 1994년 뒤라스 연구자 김경숙의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이 소설은 절판 이후 오히려 애서가들 사이에서 필독해야 할 작품으로 회자되어왔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을 번역해 호평을 받으며 이제는 번역가로서도 이름을 알린, 주목받는 소설가이자 프랑스문학 연구자인 백수린의 감각적인 번역이 더해져 뒤라스 소설의 신세계를 펼쳐보인다.  

천재 소년 에르네스토가 엿본 신과 인생의 비밀  
필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는 한순간에 대한 찬가
“어머니는 교사의 의견에 동의했고 마침 잘 되었다고, 동생들이 에르네스토의 부재에 익숙해져야 하며, 언젠가는 그들이 에르네스토 없이 지내야 할 것이고 게다가 언젠가는 모두 서로와, 영원히 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들 사이에 머지않아 이별이 하나씩 생겨날 거라고. 그다음엔, 남아 있는 이들이 자기 차례가 되면 사라져갈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란다.” _18면 

‘누보로망’의 대표 작가로 일찍이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창작열을 꽃피웠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예술적 감수성이 폭발하는 소설 『여름비』는 소설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마저 매혹적인 작품이다. 1988년 혼수상태에 빠진 뒤라스가 4개월 만에 극적으로 깨어난 이후 완성해 출간한 『여름비』는 뒤라스가 1971년에 출간했던 동화 『아! 에르네스토』(Ah Ernesto!)와 이 동화를 바탕으로 그 자신이 제작한 영화 「아이들」(Les enfants, 1984)을 다시 확장해 쓴 소설이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소설의 무대인 현실의 비트리를 열다섯 번 가까이 찾아 완벽한 소설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파리의 소도시 비트리에 살고 있는 열두 살 에르네스토는 어느 날 불탄 책 한 권을 발견한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에르네스토지만, 불현듯 불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시작한다. 피상적인 지식만 습득하는 학교 교육에 회의를 느끼며 등교를 거부하는 에르네스토. 불탄 책에 담긴 이스라엘 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신의 존재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삶의 허무를 깨닫는다. 에르네스토가 자신의 부모 형제들과 주고받는 대화에서 엿보이는 통찰과 함께, 여동생 잔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뒤라스의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들로 그려진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뒤라스는 이 작품에서 소도시에 살며 정부 보조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족을 앞세움으로써 다시 한번 가난하고 순수한 이들의 발화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들’에게서 파괴와 결별이 일어나기 전, 아직 모든 것이 완벽했던 유년 시절의 한때를 낚아채 필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는 한순간을 찬란하게 노래한다.

대중과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뒤라스의  
다채로운 삶과 문학이 녹아 있는 아름다운 우화

어머니의 인생에는 잊지 못할 두 가지가 있었는데,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실어 나르던 야간열차, 그리고 이 아이, 에르네스토였다. _57면  

“비는 시내 전역에, 강과 파괴된 고속도로에, 나무, 오솔길, 아이들이 지나던 비탈길에, 세상의 끝까지 떠돌아다닐 창고 옆의 서글픈 의자들 위에도 오열하는 파도처럼 세차게, 격정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_195면  

『르 몽드』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목소리는, 들을 때마다 항상 우리의 심장으로 직행한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걸맞게,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작가들 중 뒤라스만큼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모두 받는 작가는 흔치 않다.  
소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문체,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는 독자들 각자가 나름의 이유로 그의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여름비』에서도 뒤라스의 실험은 이어진다. 이 작품의 한 줄기가 되어준 영화 「아이들」의 시나리오 상에 존재했던 실제 대사들 일부를 거의 수정하지 않은 채 소설 안에 삽입해놓았다. 이를 통해 뚜렷한 심리 묘사를 배제한 채로도 유년 시절의 찬란함, 비릿함, 쓸쓸함의 정서를 놀랍도록 감각적으로 구현해낸다.
유년 시절의 순수를 한 시절처럼 통과하며, 뒤라스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비로소 ‘본질적인 사랑’에 천착한다. 뒤라스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러한 주제들은 소설과 희곡이 교차하는 그만의 소설적 특징으로 재현되며, 『여름비』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에 고스란히 담긴다.

마침내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이 소설이 한 편의 우화라는 것을, 삶과 죽음, 사랑과 절망, 그리고 무엇보다 유년 시절에 대한 쓸쓸하고도 찬란한 우화라는 것을 알았다. 『여름비』가 아름다운 건 그것이 필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는 한순간에 대한 찬가이기 때문은 아닐까.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품과 삶 모두에서 동시대인을 매료시킨 작가, 뒤라스  
주목받는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노, 실비아 플라스와 함께 전위적이고 여성적인 글쓰기의 대표 작가로 손꼽힌다. 뒤라스가 문학을 통해 다루고자 했던 순수와 욕망, 고통과 결여는 성의 이분법적 구별을 넘어 인간 총체의 근본적인 고민을 다루며 여성주의 소설의 외연을 확장한다.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성공한 뒤라스의 삶은 소설과 희곡, 영화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을 거울처럼 비춘다. 『여름비』 속 이탈리아 출신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코카서스 인근 출신으로 추정되는 어머니의 등장이 베트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뒤라스가 느꼈던 이방인이라는 정체성과 겹쳐지듯이.  
대학에선 프랑스문학을 전공하고, 시몬 드 보부아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설가 백수린의 감각적인 번역은 『여름비』의 재탄생에 미더움을 더한다. 아주 오랫동안 뒤라스와 그의 작품을 사랑해온 백수린의 번역을 통해, 소설과 함께 음악과 장면이 연이어 떠오르는 희곡적인 특징,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운 감각적인 문체 등 원문의 매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주목받는 소설가 백수린, 그리고 20세기를 넘어 당대에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프랑스의 대표작가 뒤라스의 만남.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여름비』는 뒤라스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직격하는 작품이자, 우리 시대의 문학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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