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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 4월 사적인 전시회
    미디어창비
  • 15,000원
    • 저자
    • 김민철, 조해진, 김현, 허은실
    • 출판사
    •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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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사적인 전시회는 미디어창비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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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모르는 당신에게
사적인서점 x 미디어창비
2021.3.29 - 202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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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향하는 대로 마음껏 헤매도 좋을 낡은 골목들 사이사이를 거닐었던 시간, 새벽 안개가 밀어내고 노란 빛이 도시에 내려앉는 풍경을 보며 한 장의 사진을 찍고 오늘은 충분하다고 내뱉던 순간, 길을 걷다 눈만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그날. 한 장의 사진을 찍고 오늘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 너무 좋아서 속수무책이 되고 마는 마음으로 가득 찼을 때,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그런 순간이 있었겠지요?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기 위해 편지를 썼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따스한 온기가 채워지기를, 여행이 사라진 시간에도 우리의 여행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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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모르는 당신에게 띄우는 미디어창비의 책들

1. 과거의 여행지에서, 김민철 드림 :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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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이 꺼진 영화관에서, 조해진&김현 드림 :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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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주에서, 허은실 드림 : 『내일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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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기념 이벤트 하나
전시 도서를 구매하시는 분들께 김민철 작가의 여행 사진 엽서를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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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기념 이벤트 둘
사적인서점에서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구매하시는 분들께 여행 양장 노트를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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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기념 이벤트 셋
전시된 미디어창비 도서를 2권 이상 구입하고 영수증을 응모해 주시면 추첨을 통해
두 분께 김민철 작가의 여행 사진이 담긴 사진 액자(A5)를 선물로 드립니다. 

☞ 온라인의 경우 2권 이상 구매 시 자동 응모됩니다.
☞ 이벤트 응모 마감은 4/29(목)입니다. 당첨자는 전시가 종료된 4월 30일(금) sns를 통해 발표합니다. 
☞ 전시 기념 이벤트는 온/오프라인숍 구매 시 모두 적용됩니다.
1. 김민철,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사적인 사인회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배송메시지에 사인 받을 이름과 함께 4월 3일(토) 사인회 현장 참가 여부를 꼭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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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라는 무방비·무계획의 존재로 시간을 낭비하던 그날들,
그제야 비로소 삶이 내비치던 마법 같은 순간들이
너무나도 그리운 당신에게
기록하는 여행자 김민철이 건네는 마음의 안부.

『모든 요일의 여행』 이후 오래 기다려온 김민철 신작 여행 에세이
“먼 곳으로부터, 먼 시간으로부터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생생히 발굴해낸 여행의 순간, 생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기록

『모든 요일의 기록』『모든 요일의 여행』의 작가이자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으로 삶을 기록해온 김민철이 효율과 유용에 매달리던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던 여행, 그 무방비와 무계획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차곡차곡 담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미디어창비)를 출간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등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카피를 만들어온 김민철은 시간에 흩어져버릴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에세이스트로서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여행이 멈춰버린 순간, 과거의 여행지에서 보낸 그의 편지가 오늘의 당신에게 무사히 당도한다. 단 한 번의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함께한 찰나의 인연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쑥스러운 애정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수많은 질문과 선택이 쏟아지는 일상 속에 파묻히다가도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되면’이라는 가정법을 상상하는 일은 가장 효과가 빠른 만능통치약이었다. 다음 휴가 계획도 없이 떠남의 위로를 잃어버린 채 비관과 낙관을 오가던 어느 날, 발코니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언제든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과 그리운 풍경이 떠올랐다. 낯선 도시에서 모험을 서슴지 않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늘 먼저 손 내밀어주던 이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하던 우리가 떠올랐다. 그때의 우리를 잊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를 위해 김민철은 시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었다. 휴대폰 속 지난 여행 사진만을 뒤적거리는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제 몫의 희망을 챙기기 위해서.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의 오롯한 진심을 고이 접어 고스란히 당신 손에 쥐여주고, 과거의 따스한 온기 앞에 지금의 저를 데려다 놓고 싶었어요. 그곳의 공기와 햇살과 바람과 미소와 나무를 잊지 않도록. 여행이 사라진 시간에도 우리의 여행이 계속되도록.”
_ 프롤로그 「먼 시간, 먼 곳에서 부치는 여행」 중에서

하루아침에 여행을 잃고 나서야 지난날의 ‘떠남’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김민철은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통해 고마운 인연들이 쌓여 지금의 나에 이르렀음을 깨닫는 시간을 걸어본다.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곳곳에서 발견했던 여행의 순간, 오래 잊고 지냈던 따뜻한 환대의 기억과 더불어 그때 그 여행지에서의 시선과 감각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될 것이다.

매번 처음처럼 놀라고, 매번 다시없을 것처럼 행복해하던 우리에게,
이 편지 여행 끝에는 좀 더 단단한 마음 근육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여행은 왜 이토록 그리운 걸까. 몇 시간씩 좁은 비행기 좌석 안에 몸을 잔뜩 구긴 채 이동해서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거리 위에서 빈 방이 있는 숙소를 찾아 헤매고, 마침 도착한 비구름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장관을 가려버린 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장대비를 난데없이 퍼붓더니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는 하늘을 보면 어리둥절한 상태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그런데, 계획과는 너무도 다르고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인 이 무대책의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우리는 자꾸 웃음이 난다. 마음 속 깊이 뭔가가 차오른다. 머무름이 허락된 일정 속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니, 빗속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를 선택한다. 아무 정보도 없이 도착한 도쿄 근교의 소도시에서 그 무엇도 궁금해하지 않은 채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신다. 밤의 곤돌라에 몸을 싣고 까만 평화 속에 머무르다가 눈앞에 당도해버린 아찔한 아름다움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막 도착한 도시에서 여행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와 기대했던 와이너리 투어도 모두 취소하게 되는 불행도 불쑥 찾아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행 안에서라면 기꺼이 행복해지기 위해 움직인다. “잘못 본 지도, 놓쳐버린 버스, 착각한 시간, 하필 떨어지는 비(25면)”라는 불행으로 주저앉기보다 우연을 운명으로 기꺼이 바꾸는 여행자가 된다.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질주하는 동안에 정리되지 않은 감정도, 짐스러운 기대도, 잘해내야만 하는 압박도 모두 떨어져 나가버리니까. 무심코 앉아서 맥주를 마시던 언덕 앞에 해가 넘어가면서 모습을 드러낸 후지산을 마주하기도 하니까. 그 순간 재생된 음악은 앞으로 들을 때마다 이 여행의 순간으로 단숨에 이동시킬 테니까. 밤의 곤돌라를 타고 눈앞에 마주한 산마르코 광장의 흰빛은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자신만의 별이 되니까. 포르투의 와이너리 대신 특유의 색감을 지닌 창밖 풍경이 푸른색에서 분홍색으로, 다시 노란 조명으로 물들어가는 장면을 꼼짝 않고 관찰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될 테니까.

억지로 불행의 핸들을 꺾어 행복으로 향하는 거죠. 놀랍게도 그 순간 가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요. 의도하지 않은 삐걱임이 문득 완벽함으로 연결되는 거죠. 그럼 저는 기꺼이 그 우연을 운명이라 믿어버려요. 어떤 심오한 존재가 나를 위해 세밀하게 준비한 이벤트라 기꺼이 믿어버려요. 운명이 아니고서야 이토록 완벽할 리가 없잖아요. (…)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불행이 조금씩 쌓여갈 때 문득 당신이 이 편지를 떠올릴 수 있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귀에 꽂고, 그 불행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기를. 우연을 운명으로 바꿀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순간을 여행 후에도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7면)

한편 우리의 여행은 삶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사람으로 완성된다. 투숙객이라고는 단 둘뿐인 루르마랭의 숙소에서 네덜란드 화가 할아버지와 서로 외롭지 않게 돌봐주던 시간, 숙소를 구하지 못해 낙심한 이방인을 위해 기꺼이 주변 호텔들에 연락을 돌리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는 사람, 위급한 순간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먼저 달려와 돌봐주는 사람들 앞에서 이토록 환한 웃음을 지을 줄 몰랐던 낯선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서점 시절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는 식당의 사장님이 건넨 한마디 물음 앞에 나도 몰랐던 마음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오랫동안 어떻게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직은 ‘작가’라고 스스로 선언하지 못했던 망설였던 날들을 훌쩍 뛰어넘었던 그 순간. 지중해의 햇살을 받는 팔레르모의 골목길에서 이토록 단단하고 선명한 꿈과 마주한다.

아마도 평생 제가 오늘 한 대답을 스스로에게 다시 돌려주며 살게 될 것 같아요. 글쓰기 앞에서 작아진 나에게, 남들의 부러운 글 앞에서 쪼그라든 마음에게, 나를 뛰어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불가능한 욕심에게. 쓰자고, 계속 써나가자고 말하며 살 거예요. (94면)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국의 여행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들을 하나둘 소환한다. 열여섯 살, 마이클 잭슨 콘서트를 보러 서울로 떠난 첫 여행을 만들어준 이모와 이모부, 고3 시절을 버티게 해준 고맙고 그리운 친구 Y 등 켜켜이 쌓인 과거의 인연에서 타인을 기꺼이 감싸 안는 너른 품을 보여주는 소희 언니,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사람들을 인연으로 곁에 두고 정성을 쏟는 만춘서점 사장님 등 내가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을 그리게 하는 고마운 인연까지. 어쩌면 여행이란 이토록 가깝게 두고도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리워하도록 만드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 애틋함이 차고 넘치는 이 편지들을 한 통씩 읽을 때마다, 어느 시절의 자신을 추억할 수 있는 한 번의 여행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답답했던 마음을 풀어놓고 그저 좋음을 만끽하기를, 불안이나 의무에서 벗어나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2.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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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의 어떤 모서리에서 같은 영화를 보며
같은 표정으로 같은 생각을 했으리란 것을요.”
영화도 삶도, 가만히 응시할 때 비로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에 관하여

타자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으로 소설을 쓰는 조해진과 담대하고 힘 있는 시를 쓰는 김현이 함께 나눈 편지를 묶어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미디어창비)를 출간했다. 조해진과 김현은 10년 전 연대와 결집을 위해 소심한 각오를 나누며 처음 만났다. 차츰 일상의 안위를 묻고, 서로가 쓴 글을 응원하며 “머뭇거리는 우정”을 나눴다. 극장 속 1인용 좌석이 가장 평화로웠던 10대 시절을 지난 김현과 어느 한 시절을 영화를 통해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조해진, 둘 사이에는 ‘영화’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영화를 보고 서로를 떠올리며 쓴 편지는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사랑, 행복, 꿈, 믿음, 우정, 시절 등을 찾기 위한 항해의 기록이었다.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속 등장 영화들은 소설가와 시인의 마음을 투과하고 나면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보며 조금씩 차오르던 슬픔이 경이로움으로 바뀌던 순간, 「인 디 아일」에 등장하는 인물 저마다의 비밀들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외로움의 결과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패딩턴역에 홀로 남겨진 어린 곰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다정한 얼굴을 내미는 「패딩턴」 속 배우의 얼굴을 보며 절로 열리는 마음을 느끼는 순간, 4월 16일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의 이름을 기꺼이 불러주겠노라 새로이 다짐하게 되는 「생일」을 감상한 순간 등 둘이 나눈 편지 속에 겹겹이 쌓이는 의미들은 한 편의 영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한편으로는 언어를 다루는 시인과 소설가이자 친밀한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는 섬세한 마음이 가득하다. “때론 어렵고 구차하며 절망하는 과정의 연속”인 삶 속에 그것이 전부는 아닐 거라는 위로가 반짝인다. “인간이 아름답니”라는 질문에 기꺼이 “인간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답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유일한 청자’가 되어주는 일을 사랑”이라고 정의하기도 하며, ‘싫다’는 말 한마디 앞에서도 “싫은 마음과 좋은 마음은 대개 조금씩 섞여 있고 가끔은 어떤 마음도 우세하지 않은 상태”라고 상세히 설명을 덧붙인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비극들 사이에서 “우리에게는 그것을 관조하고 슬퍼하고 기록할 수 있는 감각과 문장이 있”다는 작은 희망을 내미는 두 사람. 독자는 그 희망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책 속에는 펜으로 애틋한 온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봉현 작가의 극장 그림 6컷이 수록되었다. 현존하는 에무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 씨네큐브의 풍경과 지금은 사라진 단성사, 코아아트홀, 명보극장의 그림에는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은 시절의 코멘트가 달렸다. 영화를 보고 서로에게 묻고 듣고 답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두 사람의 편지가 이 책을 펼쳐 읽는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다정한 위로로 도착할 것이다.

“구십구 방울의 슬픔이 아니라 한 방울의 기쁨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상영 시간표에 맞춰 표를 찾고 어두컴컴한 극장에 들어가 좌석을 찾아 앉는다. 포근한 좌석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영사기에서 한 줄기 빛이 흘러나오며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이 시작된다. 김현은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질풍노도의 먹고살기, 사무생활기, 인간관계기를 견뎌왔다. 조해진은 영화 자체를 떠나 스크린 바깥의 것들로 그 영화를 기억하기도 한다. 영화를 본 극장의 분위기, 영화를 볼 때의 마음, 엔딩 곡과 자막을 신호로 현실의 스위치가 켜질 때의 아연함……. 시인은 소설가를 “속마음에 걸려 바깥에서 넘어지는 사람”이라 칭하고, 소설가는 시인에게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나를 걱정하는 시인님의 다정이 전해”진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편지는 말하기에는 쑥스러웠던 속 깊은 이야기와 서로를 향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글자로 된 우정의 숲”으로 탄생한다.
1부 「상영 시간표를 상영해주세요」에서는 각자 품고 있던 고민에서 시작해 ‘슬픔의 형태보다는 기쁨의 방식’을 찾는 방향으로 흐른다. ‘봄의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본 조해진의 편지에, 김현은 “바다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길을 어느 봄날엔가 누나와 함께 걸어도 좋을 것 같다”라고 답한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상실의 아픔 앞에서 삶의 유한함을 깨닫는 날들 가운데 “환대하고 환대받은 날을, 웃고 떠들며 맛있는 것을 나눠먹고 체온을 나누고 손끝으로 감정을 느끼던 순간들”은 영화 속 명장면처럼 뇌리에 깊게 박혀 삶의 슬픔을 중화시키는 ‘한 방울의 기쁨’이 된다.
“사는 동안 더 많은 기쁨을 누리자”는 다짐은 소소한 사랑의 모습을 구체적인 형태로 그려보게 한다. 2부 「모모 님이라고 부를게요」는 두 사람이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모모 님’이라 직접 부르며 좀더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다. 시인은 친구의 죽음을 통과한 뒤 “먼저 떠난 이를 지나간 추억 속에 두지 않고 앞으로 쌓게 될 추억 속으로 불러들이는 것”으로 산 사람의 몫을 살아가자고 말하고, 소설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추억 채집자’로 규정하며 “맛있는 것을 먹고 달콤한 것을 마시고 길고 긴 길을 산책하고, 그리고 영화와 책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곧 삶이라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책 마무리에는 시인과 소설가가 언급한 영화 목록도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계절에 따라 떠오르는 자신만의 영화를 꼽아보고, 본 영화라도 두 사람의 감상을 더해 다시 보고, 아끼는 누군가와 영화를 함께 본 영화관을 추억해보고, 그날 같이 즐겁게 나눠 먹은 식사를 떠올리며 빙긋이 웃게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 잃어버린 시절이 이토록이나 가까이 있음을 새삼 깨닫고 자주 들여다보면서 사랑으로 출렁이는 밤을 더 자주 갖게 될 때, 우리의 기쁨은 비로소 환한 빛으로 상영되지 않을까.
3. 내일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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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다움 앞에서 울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 문소리를 눈물짓게 한 소소한 행복, 수수한 평화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를 펴내고, 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작가로도 널리 사랑받은 시인 허은실의 신작 산문집 『내일 쓰는 일기』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내일 쓰는 일기』는 시인이 어린 딸과 함께 제주에서 보낸 1년의 기록이다. 그간 시집뿐 아니라 두 권의 산문집으로도 독자들과 만나온 그가 내밀한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계절의 흐름 따라 성장해가는 시인의 일곱 살 딸 ‘나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기쁨이다. 여전히 “바람이 오는 쪽으로” 달려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시인에게서 우리는 ‘성장’이 비단 유년의 몫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내일 쓰는 일기』는 아직 아름다운 오늘에 감사하는 기도이자, 내일의 행복을 기다리며 건네는 안부이기도 하다.

시인 허은실이 제주에서 발견한 귤빛 환대

3월 5일: 바람이 오는 쪽으로
바람을 타고, 바람에 실려야 사는 일도 수월하지만 때로는 바람을 마주하고, 바람에 맞서야 할 때도 있단다.
바람이 없을 때는 네가 달려가렴.
기다리고만 있을 게 아니라 네가 바람을 일으킬 때 바람개비는 아름다운 원을 그리며 멋지게 돌아갈 수 있을 거야. _24면

설렘으로 가득한 여행과 달리, 이주(移住)의 절반은 두려움의 차지다. 시인에겐 청춘을 보낸 곳, 딸에겐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 도시를 떠나는 저물녘의 비행을 앞두고, 시인의 마음속에는 “아직 기분이라 부를 수도 없는” 희미한 감정들이 솜털처럼 일어선다. 고단한 서울살이를 뒤로하고 떠나온 제주지만, 제주 역시 막연히 상상하듯 낭만의 섬이 아니다. 그럼에도 새 이웃에게 기꺼이 앉을 자리를 내어주는 제주 사람들의 “귤빛 환대”는 그곳의 자연이 간직한 묵묵한 아름다움을 닮았다.

3월 10일: 귤빛 환대
아이야, 환대하는 사람이 되자.
편견 없이 맞이하는 사람이 되자.
이리 와요,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자. _35면

전등처럼 둥글고 따뜻한 “귤빛 환대”에 시인은 제주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섬의 일부로 스며든다. 제주 출신 작가와 함께 「제주 4.3, 진실에서 평화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가 하면, 비자림로 확장 소식엔 숲으로 달려간다. 영등굿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해원 왕생을 기원하고, 4.3 희생자의 이름을 가슴 깊이 새겨 애달픈 넋을 기린다. 제주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상처까지도 오롯이 감당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한다. 시인이 모살이에서 참살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그렇기에 더욱 뭉클하다.

4월 7일: 4월의 이름
마음에 감싸인 소리를 그저 마음으로 '따라가'보는 것이 '추억(追憶)'이라면, '기억(記憶)'은 마음으로 감싸 안은 소리를 마음에다 다시 '쓰는' 일이라고요. 기억이란 그런 행동성, 능동성이 요구되는 행위라고요. (…) 한 사람의 이름을 가슴에 지니는 일. 아무 연고 없는 이의 이름을 죽을 때까지 생각하기로 하는 일. 그것이 제겐 망각에 저항하는 방법입니다. _51-52면

그런가 하면 이번 산문집에서 시인은 여성 예술인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과 연대감을 전한다. 제주 창조 설화의 주인공 설문대할망을 비롯해 생명의 신 삼승할망, 바람과 풍요의 신 영등할망, 농경 신 백주또까지, 제주의 신들은 유난히 여성성이 강하다. 시인은 ‘여성스러운’ 객체가 아니라 강인하고 아름다운 주체로서 ‘여성적’인 제주의 신들에게서 제주 여성들의 원형을 발견하기도 한다. 일제의 어업 수탈에 맞선 해녀 항쟁도 빼놓을 수 없다. 여성의 주도로 대규모 항일운동이 가능했던 저력의 근간은 해녀 공동체의 강력한 결속이었다.

“내일은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 될 거야!”

5월 17일: 죽은 개가 보고 싶어지는 시간
너는 이제 저물다,라는 단어를 사용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단지 저녁이 된다,라는 의미뿐 아니라 ‘저물다’라는 말이 품고 있는 무수한 저무는 감정들을 알아가게 되겠지. 그렇게 저물어갈 것이다. 저물고 그믈어가는 것. 슬프고 아름다운 일. _83면

제주에서는 유채와 동백이 피고 지는 것으로, 가을 단풍 대신 귤림추색(橘林秋色)으로, 밥상에 민어가 오르고, 한치가 오르는 것으로 계절의 오고 감을 알 수 있다. 『내일 쓰는 일기』에 담긴 제주의 고즈넉한 사계는 시인의 딸 ‘나린’의 성장과 어우러져 한결 풍성해진다. 나린은 엉뚱한 질문과 사랑스러운 호기심으로 독자를 살며시 웃음 짓게 하는가 하면, 마음을 “함박눈처럼 펑펑” 쓰는 모습으로 뜻밖의 감동을 준다. 때로는 ‘나로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에 대한 치열한 고민으로 어린이가 느끼는 삶의 무게 역시 어른의 그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일깨우기도 한다. 자연과 사람, 과거와 현재, 슬픔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일기는 삶이 빚은 무늬를 사려 깊게 비춘다. 시인에게 쓴다는 것은 산다는 것의 다름 아닐지도 모른다. 시인의 손으로 써 내려간 이 작은 역사가 각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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