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SEARCH

이벤트

  • 6월 사적인 전시회
    마음산책
  • 14,000원
    • 저자
    • 1. 니시카와 미와(지은이), 이지수(옮긴이)
      2. 니시카와 미와(지은이), 이지수(옮긴이)
      3. 니시카와 미와(지은이), 이지수(옮긴이)
      4. 문소리,니시카와 미와,김중혁,요리후지 분페이,안기현,고시마 유스케,정세랑,아사이 료,기슬기,오카다 도시키
    • 출판사
    • 마음산책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책싸개 포장

옵션 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수량증가 수량감소 14000 (  )
TOTAL : 0 (0 items)

2021년 6월 사적인 전시회는 마음산책과 함께합니다.

악세사리 상품상세 이미지-S5L1
니시카와 미와 기획전
영화와 야구, 이것이 인생인가
사적인서점 x 마음산책
2021.6.7 - 2021.7.2
악세사리 상품상세 이미지-S6L8
누군가 저에게 특별히 아끼는 문장이 있냐고 물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문장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산문집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에서 품은 문장이지요. 제가 쓴 두 번째 책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에서는 감독의 첫 산문집 <고독한 직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인용해 싣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원래의, 혹은 또 다른 공허가 몰려들어 그곳에 고인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끝내는 결핍감, 무료함, 체념 등 모든 것을 묵묵히 삼키고서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이 얼마나 고요하고 쓸쓸한가. 그러나 그 쓸쓸함에는 충족된 인간이나 완벽한 세계에는 없는, 작은 조개껍데기의 안쪽을 보는 듯한 복잡한 광택이 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대학 재학 시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영화 스태프로 발탁되어 영화계에 입문했습니다. 데뷔 이래 항상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으며, 시나리오를 소설화하여 일본의 주요 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소설가이자 산문가이기도 하지요. 재능이 많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지만 이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는 (본업에 실례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단연코 ‘산문가로서의 니시카와 미와’입니다.

6월, 사적인 전시회는 사적인서점이 각별하게 아끼는 작가이자 더 많은 이에게 발견되었으면 하는 작가, 니시카와 미와 기획전으로 진행됩니다. 고독을 견디면서 자신의 업을 좇는 일에 대하여 쓴 <고독한 직업>, 영화가 남긴 관계의 흔적을 돌아보는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다시 바라보는 인생에 대한 통찰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까지, 마음산책이라는 믿음직한 출판사의 중계를 통해 에세이스트 니시카와 미와를 만날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준비했습니다. 모쪼록 즐겁게 읽어 주세요.

p.s. 영화감독으로서의 니시카와 미와가 궁금하다면, 한일 젊은 문화인 인터뷰집 <부디 계속해주세요>를 읽어 봐 주세요. :)

 - 사적인서점 정지혜 드림
악세사리 모델 착용 이미지-S6L11
일본 영화,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 등의 영화를 아시겠지요.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책은 그 작품들을 만든 니시카와 미와의 에세이입니다. 그는 집요하고도 가차 없는 시선으로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는 영화감독이자 각종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뛰어난 소설가이기도 하죠. 저는 한국에 처음 소개된 그의 에세이 『고독한 직업』을 번역했을 때부터 어느 한 사람의 글쓰기 능력을 훔칠 수 있다면 니시카와 미와의 것을 훔치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그 마음은 그의 책을 두 권 더 번역한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때로는 날카롭게, 또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독자를 쥐고 흔드는 이 다재다능한 작가의 문장을 부디 많은 분들이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니시카와 미와의 책을 펼치기 전과 덮은 후, 영화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 이지수(번역가)
<전시 도서>
1.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인기 종목뿐만 아니라 럭비, 여자 축구, 패럴림픽 경기에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드라마를 찾아내는 ‘감독의 눈’, 애정 어린 그 눈을 통해 보는 스포츠가 더없이 매력적입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저 같은 사람에게도 니시카와가 느끼는 흥분과 고양감, 기대와 실망과 응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이되는 경험을 살뜰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2. 고독한 직업
니시카와의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에서라면 조연으로 밀려나 음침하게 그늘에서 음모를 꾸밀 법한 안티 히어로들이 마음껏 활약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평소라면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스태프들을 끌어냅니다. 이전까지 단지 덩어리진 문자에 불과했던 엔딩 크레디트 속 이름들이 문장들을 통과해 하나의 개개인으로 다가오는 광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3.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동성 롤모델과 동료가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었던 영화 현장은 니시카와에게 육체적 고단함과는 별개로 정신적 소외감과 고립감을 안겨줍니다. 바닷가 료칸에 머물며 시나리오를 탈고하고 영화에 관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그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작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냅니다. 소녀들의 롤모델이 되어줄 멋진 여성의 목소리가 더욱 멀리 퍼져나가길 기대합니다.

4. 부디 계속해주세요
“역시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과 맞서는 일이에요. 취재도 많이 하고 사람과 사람이 정보를 주고받을 때 생겨나는 관계성도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 펜, 종이 또는 컴퓨터로 된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하는 싸움이죠. 한편으로 저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저 스스로를 고독으로 몰아넣는데, 역시 어딘가 견딜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 전시 기념 이벤트 하나.  포장 테이프 증정
사적인 서점에서 『부디 계속해주세요』, 『고독한 직업』,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는데』 중 1권을 구매하시면 일러스트 테이프를 드립니다. (소진 시 종료)
악세사리 상품 이미지-S4L2
⚾ 전시 기념 이벤트 둘. 영수증 이벤트
전시 도서를 2권 이상 구입하고 영수증을 응모해 주시면,
추첨을 통해 최수지 작가의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 표지화 액자를 드립니다.

- 온라인의 경우 2권 이상 구매 시 자동 응모됩니다.
- 이벤트 응모 마감은 7/2(금)입니다. 당첨자는 전시가 종료된 7월 3일(토) sns를 통해 발표합니다.
- 전시 기념 이벤트는 온/오프라인숍 구매 시 모두 적용됩니다.
1.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
악세사리 상품 이미지-S3L3
영화감독이자 맞춤형 문장가 니시카와 미와의 스포츠 산문집
“스포츠는 공정하다. 비정하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를 본다”

영화 각본부터 소설, 산문까지 어떤 종류의 글이든 적확한 단어 사용과 아름다운 문장 구사로 장르에 맞춤한 글쓰기를 선보여온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이를 증명하듯 각종 영화제와 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며 단순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하는’ 사람임을 각인시켰다. 마음산책은 영화감독이라는 일에 대해 깊이 있고 진중하게 써 내려간 산문집 『고독한 직업』과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를 연달아 출간하며 문장가 니시카와 미와의 톡톡한 글맛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원제 『멀리 있기에遠きにありて)』는 ‘스포츠’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 목록 가운데 유독 도드라지는 책으로, 전문적인 취재나 인터뷰 대신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경기를 관전하며 느끼고 생각한 바를 쓴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의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껴안은 갈등과 스포츠를 관전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겪는 갈등”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이는 글쓰기가 가능했던 이유다.
야구광으로 유명한 니시카와의 관심 분야는 야구를 넘어 올림픽, 패럴림픽, 축구, 농구, 테니스, 럭비, 스모, 체조, 마라톤 등 인기-비인기 종목을 아우른다. 책에는 온갖 스포츠를 배웠지만 운동치에 가까웠던 유년 시절부터 매번 휘둘리고 실망하면서도 결코 야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니시카와를 흥분시키고 감동케 했던 관전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는 스포츠를 보면서 느낀 벅찬 감동과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 선수들을 향한 경외심에서 표절 논란, 기후 위기, 국제분쟁 등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생각을 확장시켜나간다. 영화감독의 눈으로 바라본 서른두 편의 관전기는 짜릿하고 통쾌한 감각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 하지만 금메달이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도 조금 더 보고 싶다. 영화도 해피엔드의 종류는 몇 가지로 한정되나 해피엔드에 이르기까지는 오만 갈래의 선택지가 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피엔드를 보여주면 될 것 같지만 그게 아닌 이유는, 그렇지 않은 오만 갈래의 길 속에 보다 감동적인 드라마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8쪽에서

“춤추는 바보에 구경하는 바보, 같은 바보라면 춤추는 게 이득이야”
자칭 ‘구경하는 바보’의 열렬하고도 애절한 관전기

니시카와는 초등학생 시절 배구부, 중고등학생 시절 농구부에 들어갔지만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던 과거를 소환한다. 달리기나 수영에도 의욕을 보였으나 늘 몸은 운동을 향한 사랑을 배신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진작 깨쳤음에도 그는 주눅들거나 좌절하는 대신 익숙해지기를 선택한다. 직접 운동을 하는 것보다 능력 있는 선수들의 시합을 지켜보는 데서 얻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창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와중에 이름이 불리면 아쉬웠다며 그런 성향이 지금의 영화감독이라는 직업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로도 뭘 하든 마찬가지라서, 어느샌가 경기장 한가운데에 서는 선수가 아니라 벤치워머로 있는 편이 나다워졌다. 한창 시합이 진행되는 도중에 가끔 내 이름이 불리면 솔직히 좀 우울했다. ‘모처럼 잘 보고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든지 나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시키고 나는 옆에서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이러쿵저러쿵 중얼댄다. 그것이 영화감독이라는 지금의 내 직업 선택과 어딘가 통하는 느낌도 든다.
─18~19쪽에서

영화, 책, 음악, 사진 등 취미 생활에서 작업의 재료를 찾게 된 니시카와에게 스포츠는 마음의 방해가 없는 유일한 취미로 자리하게 된다. 착실하게 ‘관전자’로 성장한 그가 특히 열광하는 것은 야구로 1986년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우승을 못 하고 있는 연고지 야구팀 히로시마 도요 카프를 향한 눈물과 자조 섞인 응원기는 뭇 야구 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니시카와는 “우승이란, 놓쳐도 2, 3년만 기다리면 다시 순서가 돌아오는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과 내가 보면 진다는 비과학적인 자책에 시달리며 애잔한 아버지를 보듯, 천덕꾸러기 자식을 대하듯 카프와 동행한다. 나아가 오랜 세월 연고지가 변하지 않고 구단이 존속하며 지역민과 고락을 함께해온 역사를 더듬어보며, 연고지 팀을 응원하는 것은 전통 축제가 사라져가는 오늘날 그 축제의 기능을 계승한다는 고찰을 덧붙이기도 한다.

원래는 지역마다 뿌리내렸던 ‘축제’의 장에서 생활인들은 한 해에 몇 번쯤 야단법석을 떨 기회를 얻어 화장을 하거나 가면을 쓰고 다른 모습으로 분장해,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가슴 설레는 단결심이나 사랑도 길렀을 터다. (…) 연고지 팀을 응원하는 것은 축제의 기능을 계승한다. 유니폼을 입고 모두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동안 사람은 자기 긍정감으로 고취된 행복한 사고 정지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으쌰 으쌰 소란을 부리다가 스포츠라서 다행이라며 오싹해하기도 한다.
─129~130쪽에서

“혹시 이건 인생인가”
관전자와 영화감독, 다른 듯 닮은 두 얼굴의 삶

그뿐만 아니라 벤치워머로서, 관전자로서 긴 시간 갈고 닦아온 관찰력으로 승부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짚어내기도 한다. 경기에 진 선수들이 카메라 앞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는 선수도 팬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의 장이 되어 더욱 흥미로워진 스모를 보면서는 마찬가지로 국경을 봉쇄하고 싶어 하는 미국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한 이상 기후로 여름의 고시엔(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한편, 영화감독으로서 스포츠를 통해 자기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가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영화를 만들 때 글쓰기부터 시작하는 자신에게 충고하는 이들에게서 투수와 타자의 능력을 겸비한 오타니 쇼헤이(현 메이저리거)에게 갖가지 훈수를 두는 사람들을, 전성기가 한참 지나고도 끝까지 기량을 불태우는 베테랑 선수들에게서는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도 꿈쩍 않고 촬영을 마친 노장 촬영감독을, ‘괴로운 시합일수록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는 럭비 선수의 말에서는 통제가 안 돼 애를 먹었던 아역 배우의 연기가 되레 기가 막혔던 일화를 떠올리는 식이다.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라는 제목은 야구를 줄곧 인생에 비유하는 데서 착안했으며, 니시카와의 다른 작품이 그러하듯 스포츠를 큰 줄기로 ‘삶과 사람’을 중심에 놓고 쓴 책이다.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서툴러도 된다’”라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쓴 글에서는 전작들보다 더욱 유머러스한 분방함이 느껴진다. “혹시 이건 인생인가?” 저자가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다시 바라본 것처럼 독자 역시 이 책을 통해 스포츠가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을 만끽하기를 기대한다.

어느 인생이든 그저 넘어지지 않고 1미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적의 연속 끝에 있는 일인지를 서서히 실감하기 시작한다. 기록이 좋으면 좋겠지만, 메달을 따면 더욱 좋겠지만, 불운을 피하고 쌓아온 힘을 발휘하며 결승점까지 도착한 일의 존귀함을 천진하게 기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도 가능하면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고 싶다.
─165쪽에서
2. 고독한 직업
악세사리 상품상세 이미지-S3L8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국내 첫 산문집
예술과 삶, 특별한 일상과 책 이야기
한국에서 평단의 찬사와 함께 인기를 얻었던 영화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을 연출한 일본의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원더풀 라이프>에 스태프로 참여하며 영화계에 입문한 이래 고레에다 감독 작품 <디스턴스>에서 조연출을 거치고, 5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하면서 이제는 자신의 세계와 스타일이 분명한 영화감독이 되었다. 칸영화제 감독 주간 출품, 마이니치영화콩쿠르 대상, 블루리본 감독상 등 일본 국내외의 여러 영화상을 받은 그녀는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뛰어난 소설가이기도 하다. 연출한 영화의 원안 소설 『유레루』 『어제의 신』 『아주 긴 변명』을 집필했고 이 소설들은 일본의 유력한 문학상인 미시마유키오상, 나오키상,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고독한 직업』은 니시카와 미와가 문예지 <제이노블>에 연재한 「영화에 얽힌 x에 대해」를 중심으로 영화와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긴 산문집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뿐만 아니라 카메라 뒤에서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제작의 내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감독으로서 영화를 연출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던 일화들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토로하면서도 영화를 향한 꺾이지 않는 집념을 보여준다. 특히 2006년에 개봉한 <유레루>의 생생한 제작기는 영화 제작 과정의 고단함과 환희를 고스란히 전한다.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유레루>의 주연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 오다기리 조의 일화는 흥미를 더한다. 영화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상, 좋아하는 작가와 책 등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소유한 책이 너무 많아서 항상 책 정리에 실패한다거나 외국에 나가면 영어 실력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솔직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일상을 바라보는 솔직함과 함께 다자이 오사무, 이창동, 차이밍량, 무코다 구니코 등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통해서는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을 전한다. 3.11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화에서는 일본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또 영화인으로서 느낀 무력감과 사명감을 꺼내놓으면서 인간 니시카와 미와를 더 깊이 알 수 있게 한다. 한일 문화인들의 대담집 『부디 계속해주세요』에서 니시카와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 문소리는 친구이자 영화 동료로서 그녀에 대한 깊은 우정을 추천사에 담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니시카와 미와의 산문집 『고독한 직업』은 영화감독의 내밀하고 특별한 일상으로 안내할 것이다.

카메라가 돌 때 그 앞에 있는 것은 내가 각본을 쓸 때 상상했던 디테일과 아무리 가까워도 같지 않다. 영화가 태어날 때 각본은 죽는다. 내 안에서만 살아 있던 풍경과 인물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는 새로운 동료와 영화를 만든다.
─170쪽

그녀가 신타니 미도리 선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제가 장미란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고, 그녀가 쓰나미 이후 시달린 사명감과 강박관념은 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 느낀 것과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닮은 점은 영화에 대한 마음입니다. 드니로 어프로치를 동경하고, 필름을 그리워하고, 언제까지고 알 수 없는 영화, 알기 힘든 영화,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하는 영화를 하며 만난 여러 사람에 대한 마음까지 우리는 참으로 닮았습니다.
─문소리(배우, 영화감독) 추천사에서

다자이 오사무, 아버지의 슬레이트를 섬기다
고독한 직업과 인간 니시카와 미와의 모든 것
니시카와 미와의 영화에는 “표면적인 명성이나 자존심 아래에 둥지를 튼 비루하고 어두운 내면”을 직시하고 맞서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x=히어로」에서는 일반적으로 히어로라고 불리지 않는 악당 같은 존재를 통해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내면의 거북한 부분을 용서받는 느낌이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을 바라보는 이런 태도는 『고독한 직업』에서도 이어져서 영화감독 이전에 인간 니시카와 미와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낸다. 영화 제작과 일상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좌절하는 속마음을 보여주면서도 다시 씩씩하게 돌파해나가는 일화들이 펼쳐진다.
『고독한 직업』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 「풀장 가득한 맥주」 「꿈의 전후」 「마음에 없던 전기」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일화를 전한다. 영화 <꿈팔이 부부 사기단>을 연출하면서 캐스팅한 역도 선수 역할의 배우가 실제로 역도를 너무 잘해서 선수로 전향할까 당혹스러웠던 경험, 영화 촬영을 위해 배우 마쓰 다카코와 함께 지게차 면허에 도전했던 일, 영화 촬영 때 익숙했던 필름 카메라에서 처음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면서 겪었던 고충 등 영화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풀장 가득한 맥주」는 인간 니시카와 미와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어릴 적부터 감독이 되기까지 인상 깊은 사건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이를테면 어릴 적 만성 축농증이 심해서 의사 선생님의 격려를 받으며 큰 수술을 치러냈던 경험, 새벽 2시 도쿄에서 돈을 꿔 달라는 행인을 만나서 사기꾼인지 아닌지 의심했던 일과 대학 입시 시험을 위해 처음 도쿄에 왔었던 청소년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특히 영화제 때문에 방문한 독일의 어느 혼욕탕에서 일본 남성을 마주쳐서 당황했던 경험은 웃음을 자아낸다. 3부 「꿈의 전후」는 <유레루> 제작기이다. 영화의 원안이 어떻게 떠올랐는지부터 각본, 캐스팅, 배우에 관해 하나하나 세밀하게 더듬는다. 영화의 편집본을 보고 자필로 정성껏 코멘트를 해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큰형처럼 배우와 스태프를 챙겼던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 당시 “세간의 총아”였던 배우 오다기리 조를 처음 만나서 경계했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25일간의 짧았던 <유레루>의 촬영을 “꿈”에 비유하고 크랭크업이 다가옴에 허무감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영화 속에 “진짜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절실함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4부 「마음에 없던 전기」에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에 대한 감상,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처음 읽고 충격에 빠졌던 경험 등이 실려 있다. 또한 감독이 되기 전 영화 연출부 시절, 슬레이트를 제대로 못 치는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직접 맞춤형 슬레이트를 만들어 주었던 추억, 병으로 죽은 영화 동료에 대한 허망한 마음을 담은 산문도 실려 있다.

결국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훌륭한 동기’보다 ‘작은 전기轉機의 축적 아닐까.
─218쪽

사람과의 관계 속에는 대체로 못다 한 일이 있고, 또 그것이 관계의 미래를 잇는다. 하지만 그 사람을 느닷없이 잃으면 그 ‘못다 한 일’이 가슴을 쿡쿡 아프게 찌른다. 그 일을 만회할 기회도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196쪽

“나는 나로서밖에 살 수 없다.”
오롯이 자신의 업을 좇는다는 것에 대하여
니시카와 미와는 “고독한 직업”을 고백한다. 영화계에 입문했던 시절, 그녀는 스스로 무능하다는 생각에 짓눌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홀로 각본을 쓰기로 선택한다. 생애 처음으로 썼던 시나리오가 혹평받고 마음을 다잡은 기억부터 영화계 선배들 사이에서 눈치 보던 연출부 시절, 자신의 의견을 경청해 주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고마움까지. 감독이 되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게 했던 일들을 들려준다.
감독이 된 후에는 이전처럼 스태프들과 한 방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배정된 방에서 다음날 촬영을 준비해야 하는 외로움을 토로하고, 촬영 전에는 식욕도 없고 잠도 못 자면서 불안해하다가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 직접 지게차 면허 시험에 도전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동물 촬영으로 고생하면서도 여러 시도 끝에 원하는 장면을 기어코 찍어내는 단단한 도전 의식을 보여준다. 특히 <유레루> 제작 때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가 직접 시나리오 수정을 주장했던 일화, 적절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고심하던 순간들, 영화를 위해 배우와 프로듀서, 스태프들이 힘을 합쳤던 이야기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경쟁심과 도전 의식을 내버리는 순간 인간의 화석화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고독함을 견디면서 자신의 업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영화를 향한 열정과 자신의 업에 대한 겸허함도 깊다. 특히 3.11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영화가 일본의 어려운 현실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현실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을 때 영화는 좋은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계속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서 그 업이 지닌 한계를 겸허히 수용하는 그녀의 태도는 고독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업을 좇는 많은 사람들에게 통찰과 위로를 전할 것이다.

크게 믿은 뒤에는 크게 의심하고 싶다. 의심하고 덤벼드는 태도야말로 숭상해온 대상을 대하는 가장 진지한 자세라고 생각하니까.
─59쪽

영화란 이다지도 알기 힘든 것일까. 그러나 이제 알았다, 라고 생각한 순간 열기가 식는 것이 인간의 슬픈 본성이다. 내게는 언제까지고 알 수 없는 연인이 있어서 행복하다. 사랑은 아직 당분간 지속되리라.
─232쪽
3.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악세사리 상품상세 이미지-S3L13
“포기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레루> <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글맛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니시카와 미와는 2002년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영화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 등을 연출하면서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이 확고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들은 칸영화제, 로마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일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그녀는 직접 만든 영화의 원안으로 소설을 집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설 『유레루』 『어제의 신』 『아주 긴 변명』은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미시마유키오상, 나오키상,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는 첫 번째 산문집 『고독한 직업』에 이어서 니시카와 미와가 영화와 문학에 관해 쓴 책이다. 배우와 영화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 전작의 맥락을 이으면서도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고독한 직업을 토로하던 저자가 동료를 믿고 의지하면서 감독으로서, 또 관계를 돌아보는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2016년에 연출한 영화 <아주 긴 변명>의 제작기를 뼈대로 주연 배우, 촬영감독, 아역 배우, 연출보, 음악 담당 등과의 소중한 기억을 하나하나 구체적이고 밀도 있게 담아냈다.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함께 분투했던 순간이 생생하고 뭉클하게 전해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모토키 마사히로, 후카쓰 에리, 나카무라 간자부로 그리고 기키 기린까지, 언급되는 일본 영화인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 「유리창 너머의 하늘」은 소설가로서 그녀의 특별한 면모 또한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전작 『고독한 직업』에서 감독으로서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고독함을 이야기하던 니시카와 미와는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에서는 <아주 긴 변명>을 연출하면서 이런 태도가 변했다고 고백한다. 자의식 강한 주연 배우와 고집 센 촬영감독,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역 배우 사이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녀를 젊은 연출보가 구해낸다. 연출보는 감독 옆에서 연출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 혼자서 빠르게 해결책을 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던 저자는 연출보와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결정하면서 곤경에서 빠져나온다. “혼자서 애쓰는 것만이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라고 깨달은 그녀는 동료를 믿으면서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요구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은 경험을 들려준다. 나아가 영화 작업이 남긴 가장 큰 선물은 “관계의 흔적”임을 깨달으며 그 흔적들을 정성껏 산문으로 적는다. <아주 긴 변명>에서 아내가 죽은 뒤 비로소 타인의 소중함을 깨닫는 주인공 사치오처럼 책에서는 관계를 대하는 저자의 변화와 성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가 함께 영화를 만든 기록이 이렇게 남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내내 따스하게 데워줬고 지금은 조금 행복하다.
─197쪽

“혼자서 애쓰는 것만이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영화가 남긴 관계의 흔적을 돌아보는 시선과 성찰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는 5부로 구성되었다. 소설, 산문, 서평, 영화평 등 내용도 다채롭다. 1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일화들을 엮었다. 스승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따라 지가사키 해변에 있는 료칸에 합숙하면서 <아주 긴 변명>의 시나리오를 탈고했던 일, 자의식 강하지만 배려심 많은 <아주 긴 변명>의 주연 배우 모토키 마사히로와 지지고 볶으면서 영화를 만든 과정, 아역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어떻게 그들을 대할지 고민하는 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염려와 고민이 잘 드러난다. 영화 촬영뿐 아니라 음악 녹음, 홍보 때의 흥미로운 일화도 재미를 더한다. 2부 「<아주 긴 변명>」은 영화 <아주 긴 변명> 팸플릿에 실린 글로 착상부터 캐스팅, 촬영 과정까지 그 면면을 되짚는다. 3부 「유리창 너머의 하늘」은 열차 운전사인 한 여성을 짝사랑하는 화자가 주인공인 단편소설이다. 소설가 니시카와 미와 특유의 세밀한 내면 묘사가 돋보인다. 4부 「해피엔딩일지도 모르는」에서는 영화평과 서평을, 마지막 5부인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식사」는 일상에 관해 쓴 산문이다. 새 영화 준비차 어린아이와의 생활을 관찰하려고 아이가 있는 친구 집에서 밥을 함께 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 애용하던 지클라세 브랜드의 단색 링노트가 생산 종료되어 절망했던 일, 카레를 해준다고 하다가 별첨 수프였던 ‘퐁 드 보’ 때문에 싸우고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일화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남을 좌절시키는 일에 좌절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 이제 어떤 요구를 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 상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용이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140~141쪽

“당당하게 현장에 있어줬으면 해”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성원
1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에 실린 ‘x=여자들’에서 니시카와 미와는 어렸을 적 여자아이는 들어갈 수 없는 컵스카우트에 항의하다 결국 좌절한 일을 떠올린다. 그때부터 여성으로서 자신의 성별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곳에는 가기 싫었고 “여자지만 잘할 수 있어요” 같은 말을 하는 일은 관자놀이가 떨릴 정도로 싫었다고 고백한다. 우연한 계기로 남성이 대다수인 영화계에 입문하고, 촬영 현장의 거친 남성들과 일하면서 ‘너는 정말로 이곳을 네 자리로 삼을 수 있어?’라는 베일 듯한 시선들에 괴로워하던 그녀를 보듬은 건 여성 선배들이었다. 저자는 그녀들에게 위로받고 도움받으면서 힘든 시절을 이겨냈다고 고마움과 함께 존경을 표현한다. 지금보다도 여성이 훨씬 적었던 시대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서로에게 항상 친절하고 깍듯했던 그녀들을 보면서 여성을 처음으로 동경했다는 것. 저자는 여성 영화인들이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걸치고서 틀림없이 그곳을 자기 자리로 삼고” 있다고 찬사를 보낸다. 신참이었던 자신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자상하게 일을 가르쳐준 미술팀 선배들, 20년 가까운 경력의 인정받는 베테랑이면서 짧은 대화 속에서도 언제나 상대를 웃게 만드는 세트디자이너 선배,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촬영하는 촬영감독 이치하시 오리에까지, 영화계에서 활약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계뿐 아니라 과거 남성이 다수였던 직업 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이 편견과 차별을 깨나가고 있는 지금, 자기 자리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감독 니시카와 미와와 그녀의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사람에게 큰 용기를 전할 것이다.

페인트투성이의 헐렁한 옷이라도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걸치고서 그녀들은 틀림없이 그곳을 자기 자리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컵스카우트를 동경해서 컵스카우트에만 들어가려 했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를 동경했다.
─67쪽

여전히 수많은 직업군에서 여성은 소수로서, 약자로서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제 직업 앞에 ‘여女’를 붙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사실쯤은 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우리가 만족할 만큼 혁명적이거나 빠르지 않다. (…) 그러나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 (…) ‘여자지만 잘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나도 똑같이 잘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생각할 것.
─「옮긴이의 말」에서
4. 부디 계속해주세요
악세사리 상품 이미지-S3L16
한일 젊은 문화인이 만나다
한창때를 맞은 문화인 다섯 쌍의 대화, 한국과 일본 동시 출간

어순도 단어도 엇비슷한 말을 쓰고 비행기로 날아 두 시간이면 족히 닿을 거리에 있으면서도 한없이 멀고 다른 한국과 일본. 정치에서 ‘다름’은 긴장의 다른 말이지만 문화에서라면 이해, 위로, 격려, 공생, 긍정적인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부디 계속해주세요』는 누구보다 열려 있고 대화의 맛을 아는 열 명의 문화인이 모여 영화, 상상력, 일러스트, 건축, 문학, 사진, 연극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책이다.
<여배우는 오늘도>로 당당히 영화감독의 명함을 단 배우 문소리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태프로 시작해 이제는 일본의 독보적인 감독이 된 <아주 긴 변명>의 니시카와 미와 / 특유의 상상력과 재치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더니 일러스트레이터 자리도 탐내는 소설가 김중혁 / 똥 그림을 즐겨 그리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아트디렉터가 된 요리후지 분페이 / 건축보다 인간을 앞세우는 젠체하지 않는 건축가 안기현 / 섬세한 철학을 바탕으로 “손으로 사고”하는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 / 관습에서 벗어난 맑은 필력으로 주목받는 소설가 정세랑 / 스물세 살에 최연소로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꼽히는 아사이 료 / 2차원의 평면에 현실보다 깊은 차원을 담는 사진작가 기슬기 / 일본 최고의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유명한 오카다 도시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열 명의 문화인이 분야별로 둘씩 짝을 짓고 각자의 에피소드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는다. 분석이나 비판으로 얼굴 붉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서로의 사기를 북돋우는 관계. 다섯 개의 즐거운 관계 맺기가 『부디 계속해주세요』에 담겼다.
『부디 계속해주세요』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도쿄사무소,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한국 문학과 문화를 일본에 꾸준히 소개해온 쿠온 출판사(Cuon, Inc.)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한 대담 프로젝트 <한일 차세대 문화인 대담─함께 말하고 생각을 나누다>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 마음산책과 쿠온 출판사가 각각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시 출간했다.

제 남편(장준환) 역할에는 어느 배우도 캐스팅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 사람 느낌을 어느 누구도 내줄 수 없을 것 같아서 끝내 캐스팅을 못했어요. 잠깐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신인데. 제가 너무 캐스팅을 못하겠다고, 직접 출연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남편한테 부탁을 했어요. 그랬더니 처음에는 자긴 절대로 연기 못한다고 펄쩍펄쩍 뛰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에 합의를 봤어요. 얼굴이 안 나오게 등하고 옆모습만 찍을 테니까 대사만 해주면 된다. 얼굴은 안 나와도 그편이 훨씬 느낌이 살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약속하고 남편이 현장에 왔어요. 그런데 제가 카메라 앵글을 세팅하는 사이에 보니까 남편이 옆방에 서 얼굴 분장을 다 했더라고요.(웃음) “아니, 얼굴도 안 나오는데 분장을 왜 했어요?” 하고 물었더니 “내가 감독인데, 감독 말을 어떻게 믿어요?” 이러는 거예요. 감독이 현장에서 어떻게 찍을지 어떻게 아느냐고.(웃음) 그렇게 한 컷 도와주고 돌아갔어요.
─문소리(배우, 영화감독), 25쪽

영화, 일러스트, 건축, 소설, 사진, 연극
문화인의 작업 방식과 철학

그림으로 말하자면, 한 장의 그림 속에 ‘이 느낌이 좋겠다’ 하는 청사진이 미리 있어서, 그리면서 깎아내거나 덧붙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선을 그린 곳에 ‘아, 이거라면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든지 ‘이런 식의 전개로 여기 형체가 들어가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그림이 자동 생성되어가는 겁니다. 일련의 프로세스가 하나의 비주얼이므로, 한번 만들어진 것은 깎아내기가 굉장히 어렵죠. 한번 완성했어도 내가 추구한 것과 전체 상이 다르면 한 번 더 맨 처음부터 해나갑니다. (…) 그림을 그릴 때는 당초 생각했던 것에서 싹 달라질 때 스스로 해방감이 큽니다.
─요리후지 분페이(일러스트레이터, 아트디렉터), 91-92쪽

『부디 계속해주세요』는 어느덧 자신만의 궤도에 올라 한창때를 누리는 문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화와 예술은 무엇보다 실수를 누적하며 성숙한다는 경험칙을 바탕으로,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상대방의 경험과 생각을 묻고 귀담아듣는 사람들. 이들은 감출수록 군색해지는 세계에서 산다. 그래서 영업 비밀이며 경영 노하우랄 수 있는 각자의 작업 방식과 철학을 어떤 가장도 없이, 정중한 웃음과 함께 기꺼이 공유한다. 감추기보다는 드러내어 서로를 자극할 때 더 즐거운 게 예술과 문화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부디 계속해주세요』는 그렇게 타자의 공간에 초대받아 자신의 관습을 깨고 나오는 해방의 순간들을 유쾌한 대화와 웃음으로 보여준다. 영화, 일러스트, 건축, 소설, 사진과 연극 등 분야별로 짝을 지어 나누는 이들의 대화에서, 누구보다 서로의 내막에 훤한 사람들이 터놓는 진솔한 공감과 자극을 엿볼 수 있다.

상상력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상상한다는 것은 자리를 넓히는 일일 것입니다. 물체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넓히고, 우리들이 서 있는 가상의 땅을 넓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물리적인 땅을 넓히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곳들이 많습니다. 과연 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한편에서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보이지 않는 가상의 땅을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합니다. (…) 예술가들이 만든 상상의 공간에 고층 빌딩을 세울 수는 없지만,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서로의 공간에 초대를 할 수는 있을 겁니다.
─김중혁(소설가), 75쪽

한일 문화인들의 긍정의 대화
작업과 격려, 부디 계속해주세요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과 맞서는 일이에요. 취재도 많이 하고 사람과 사람이 정보를 주고받을 때 생겨나는 관계성도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 펜, 종이 또는 컴퓨터로 된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하는 싸움이죠. 한편으로 저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저 스스로를 고독으로 몰아넣는데, 역시 어딘가 견딜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사람과 관계를 맺고, 타자와 같은 방향을 보며 걷는 행위를 몇 년에 한 번씩 하면서 밸런스를 잡는 면이 있네요.
─니시카와 미와(영화감독, 소설가), 34쪽

예술은 개인의 내면에 씨앗이 뿌려지지만 누군가에게 모종을 옮겨야 꽃이 피고 문화라는 문맥을 띤다. 나와 바탕이 같은 사람이 어딘가 있음을 확인할 때 더 비옥해지는 예술의 토양. 『부디 계속해주세요』는 생각하는 방식과 작업 환경이 달라도 어쩐지 서로 의지가 되는 사람, 불평도 불만족도 웃음과 재치로 눙치며 더 나은 목표를 함께 고민하는 친구 같은 사람들의 만남을 담은 책이다. 문소리와 니시카와 미와는 동갑내기 여성으로서 감독과 배우의 일을 말하며 애틋한 우정을 쌓고, 김중혁과 요리후지 분페이는 상상력을 글로 그림으로 옮겨내는 작업을 농담과 함께 이야기하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안기현과 고시마 유스케는 건축주의 주문서와 예술 사이에서 갖는 고민과 건축가의 초심을 이야기하고, 정세랑과 아사이 료는 SNS 시대의 읽기와 소설 쓰기 사이의 고민을 들려주며, 기슬기와 오카다 도시키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사진과 연극이라는 매체로 어떻게 현실의 겹겹을 보여주고 또 매너리즘 없이 작업을 이어나갈지 서로 영감을 나눈다.

일본에서도, 특히 인터넷에서는 어느 쪽인가 하면, 싫어하는 것에 대한 말이 많아서 세상에는 그런 감정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그리 큰 소리를 내지 않으니 싫어하는 것을 선언하는 소리가 크게 들릴 뿐이죠. (…) ‘공감할 수 없어서 따분했습니다’가 독서에서 가장 서글픈 감상이라고 하는데, 저는 공감할 수 없는 책을 만나면 제 윤곽이 조금 변한 기분이 들어서 기뻐요. 제가 알지 못하는 생각, 아직 도달하지 못한 무엇이 있는 것 같아서 더 읽게 되고 알고 싶어지니까요. 공감할 수 없다고 거기서 책 읽기를 그만둬버리면 자신의 형태가 일절 변하지 않은 채 어른이 돼버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사이 료(소설가), 209-210쪽

비슷한 생각으로 짝을 이룬 한국과 일본 문화인들의 대화가 ‘좋은 게 좋은’ 데로 치닫지 않는 건,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고 잘 생각하고 잘 공감하는 일이 ‘문화적’인 것의 소양임을 알아서일 것이다.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힘을 내게 격려하되 정실비평과는 또 다른 긍정의 대화. 『부디 계속해주세요』는 메시지만큼 대화 자체의 즐거움도 중요한 사람들의 이런 ‘젊은’ 모습으로 차 있다.
  • PAYMENT INFO
      고액결제의 경우 안전을 위해 카드사에서 확인전화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확인과정에서 도난 카드의 사용이나 타인 명의의 주문등 정상적인 주문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임의로 주문을 보류 또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무통장 입금은 상품 구매 대금은 PC뱅킹,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혹은 가까운 은행에서 직접 입금하시면 됩니다.  
      주문시 입력한 입금자명과 실제입금자의 성명이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며, 7일 이내로 입금을 하셔야 하며 입금되지 않은 주문은 자동취소 됩니다.
  • DELIVERY INFO
    • 배송 방법 : 고객직접선택
    • 배송 지역 : 전국지역
    • 배송 비용 : 고객직접선택
    • 배송 기간 : 3일 ~ 7일
    • 배송 안내 : 사적인서점은 스태프 두 명이 꾸려가는 작은 책방입니다.
      온라인 서점의 총알 배송에 비하면 배송이 다소 느릴 수 있습니다.
      대신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포장해 보낼게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 추가 배송비(도선료 및 항공료)가 부과됩니다.

  • EXCHANGE INFO
      교환 및 반품 주소
      - [10881] 경기 파주시 돌곶이길 180-38 지층 사적인서점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반품 시 먼저 판매자와 연락하셔서 반품사유, 택배사, 배송비, 반품지 주소 등을 협의하신 후 반품상품을 발송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구매자 단순 변심은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단, 포장을 개봉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가치가 상실된 경우에는 교환/반품이 불가능합니다) (소비자 반송배송비 부담)
      - 공급받으신 상품 및 용역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공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혹은 그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0일이내. 둘 중 하나 경과 시 반품/교환 불가합니다. (판매자 반송배송비 부담)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고객님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 상품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
      - 포장을 개봉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가치가 상실된 경우
      - 고객님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상품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복제가 가능한 상품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도서의 경우 포장 개봉 시)
      - 타 도서로의 교환은 불가

      ※ 고객님의 마음이 바뀌어 교환, 반품을 하실 경우 상품반송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REVIEW

WRITE LIST

게시물이 없습니다

Q&A

WRITE LIST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