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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연,『촉진하는 밤』문학과지성 시인선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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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김소연
    • 출판사
    •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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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시
쪽수 : 176p
크기 : 125*205mm
출간일 : 2023.09.14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

깊고 두텁게 덧칠된 밤의 풍경과 사유를 지나,
끝나지 않는 끝이 계속되면서 끝을 향해 가는 시

시인 김소연의 여섯번째 시집 『촉진하는 밤』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89번째로 출간되었다. 전작 『i에게』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자 1993년 『현대시사상』에 「우리는 찬양한다」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데뷔 30주년에 나오는 시집이라 특별함을 더한다.
김소연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새 시집의 출간 소식에 반가움이 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내가 김소연 시인의 시집을 이렇게나 기다리고 있었구나.’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펴내는 그 천천한 속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시는 읽기 좋은 시를 넘어 찾아 읽는 시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시를 통해 특별한 장소에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극에 달한 내면이 기댈 곳(『극에 달하다』), 한낮의 빛 뒤에 어리는 그림자를 만나는 곳(『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사람의 울음을 이해하는 자의 순교의 자리(『눈물이라는 뼈』), 애도를 멎게 하는 자장가가 들리는 곳(『수학자의 아침』 ‘시인의 말’). 그러니 한없이 작아진 자신의 극에 달한 내면과 존재의 비의를 마주하고 울음과 애도 속에 놓여본 이라면, 그런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이라면 김소연 시인의 시로 새롭게 발생된 자리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력 30년의 한가운데서, 1996년에 출간한 첫 시집 『극에 달하다』의 ‘시인의 산문’의 한 문장으로 다시 돌아가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내가 이 시대에서 얻었던 상처(傷處)들을, 그 상(傷)함의 거처(居處)들을 ‘적(迹)’으로 환치시키기 위하여 나는 시를 썼다.

첫 시집 ‘시인의 산문’이 “오늘도, 여전히, 끝이 보이는 맑은 날이다”라는 문장으로 맺고 있거니와, 김소연 시에 드러난 상처의 흔적을 더듬다 보면 거기 어디쯤엔가, 끝이 보이는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 여기는, 여전히, “촉진하는 밤”이다.

i 없는 시 쓰기

i에 대해서 시를 쓸 때마다
그나마 음악도 들었고 약도 챙겨 먹었는데
오늘은 i가 왔는데
나는 태어날 수 있었는데

i를 위해 이불과 베개를 꺼냈다
자고 가라고 말했다

i는 우편함에서 자겠다고
그곳에서 같이 자자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미 i는 잠들었고
나는 i 몰래 i 없는 시를 쓰러 갔다
―「머리말」 부분

안으로 숨어드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자아인 소문자 i는 시인의 전작(『i에게』)에서 이미 보아 익숙한 존재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i의 방문으로 시작되는 위의 시에서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i의 방문으로 시적 자아가 태어나고 그로 인해 김소연의 시가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이번엔 “i 몰래 i 없는 시를 쓰러 갔다”. 이제는 i가 없어도 시 쓰기가 가능한 것일까. 그 시는 어떤 모습일까.
앞서 다섯 권의 시집에서 탁월한 감각으로 극에 달한 내면의 풍경을 담아내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i마저 모르는, 더욱 깊어진 어둠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극단이 끝이 아님을, 이 내면의 풍경이 끝나지 않는 도정 속에 놓여 있음을 한없이 끝으로 치닫는 밤을 통해 보여준다.

일괄 소등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것이 검정 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밤 모서리로 밀려나는 밤 가속이 붙는 밤 귀한 것들을 벼랑 끝에 세워둔 것처럼 기묘하고 능청스러운 밤 벨벳 같은 부드러움을 한껏 가장하는 밤 단 한 순간도 고요가 없는 지독히도 와글대는 밤 무성해지는 밤 범람해지는 밤 꿈이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누워 있기 푸른얼음처럼 지면서 버티기 열의를 다해 잘 버티기 어둠의 엄호를 굳게 믿기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
―「푸른얼음」 부분

밤에 대한 깊은 사유가 두텁게 덧칠되어 펼쳐지는 이 시에서, 그러나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는다는 모종의 의지는 여기가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김언 시인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도 다시 생겨나는 끝이 여력을 만들고 의지를 만들고 또 믿음을 만든다. 이 믿음을 받아주는 곳에 다시 ‘밤’이 있다. ‘푸른얼음’처럼 모종의 권능을 지닌 밤이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다”라고 이번 시집에 나타나는 ‘밤’에 대해 설파한다. “하나의 극점을 넘어, 일종의 경계선이 되는 것도 넘어, 어떤 거대한 지대를 향해 가는 끝의 의미를 품”은 것이 이번 시집에서 말하는 밤이라는 것이다.

“끝이 보이는 맑은 날”(『극에 달하다』)에 시작된 시인의 여정은 30년을 지나 “촉진하는 밤”에 이르렀으나 아직 끝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는 김소연 시인과 그림자를 끌고, “차분하고 투명하며 열렬”(『눈물이라는 뼈』, ‘시인의 말’)한 눈물을 따라, 아침을 맞고, 밤으로 향하면서 극에 달해 갈 수 있게 되었다. 밤에 굴하지 않고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기다림에 값하는 소중한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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