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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늙어버린 여름
  • 14,800원
    • 저자
    •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지은이)
      양영란(옮긴이)
    • 출판사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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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에세이
쪽수 : 224p
크기 : 128*188mm
출간일 : 2021.09.13


“늙음에 대한 깊고 명료한 접근”
브라운대학, 하버드대학, MIT 교수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의 에세이 국내 첫 출간
** 주한프랑스문화원 PAP SEJONG 선정 도서 **

“여행자, 페미니스트, 교사, 학자, 이중 문화 지식인으로 살아온 그녀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을 맞닥뜨리고 그로 인해 야기된 몸과 정신의 변화에 맞선 이야기가 흥미롭다.” _MIT NEWS

하버드대학, 웰즐리대학, MIT를 호령하던
시크 만렙 교수님, ‘늙음’을 마주하다!

저자는 두 가지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프랑스인 특유의 시크함에 집안의 고질병인 우울증까지 물려받아 현실보다 문학에서 행복을 찾았고, 나와 타인을 위한 위로 또한 선망의 대상이던 작가들에게 구했다. 덕분에 프랑스 문학과 여성 문학, 이중 언어, 이중 문화 문학 전문가로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평생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특히 MIT는 그녀의 공로를 인정해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평생 외로움과 초라함, 고립감 따위는 자신의 인생에 없다며 호언장담했지만 어느 여름 ‘늙음’이라는 지독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부러질 듯 꼿꼿한 삶을 살았던 자신을 비로소 놓아주며 ‘어떻게 늙을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나답게 존재할 것인가’를 고민해보기로 마음먹는다.

“몸이 단언하듯 명백한 사실을 들이밀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노화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늘 신체적, 심리적 난관을 성공적으로 극복해왔다고 자부했으며,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독립심과 자유로운 정신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새로운 상황과 대면해야 했다. 이 현실과 맞닥뜨리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을 찾아내야 할 터였다.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다른 지표가 필요했다.” _21~22쪽

지하철역, 안과, 카페에서 무방비상태로 마주하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진짜 ‘늙음’ 이야기

작가는 총 스물두 편의 자기 고백을 통해 결핍과 우울, 후회로 점철된 회고를 들려준다. 무조건적인 반항으로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었던 유년기, 맹목적으로 자유를 좇으며 일탈을 일삼았던 청년기 그리고 ‘잘나가는’ 여성 학자로 승승장구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거 참모로 활동한 최근까지, ‘두려움’ 없는 인생을 살며 미처 돌보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라떼는 말이야’가 가끔 튀어나오긴 하지만, 이마저도 귀여운 프렌치 시크로 여겨진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할 새도 없다. ‘늙음’이란 예고 없이, 지하철역에서 안과에서 카페에서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유롭고 느긋하게, 인자하게 늙는 방법 따위는 없다. 대신 사회와 관계로부터 배제와 차별이 곧 도래할 것임을, 쥐고 있는 과거의 망령은 그만 놓아주고 늙음이라는 변화에 백기 투항하며 그 옛날 문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아하고 지적이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어쩔 줄 모르는 늙다리 반동주의자 같은 태도를 취하는 내 모습에 적잖이 심기가 불편했다. 이래 봬도 젊은 시절엔 내로라하는 반항아로서 선배들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난하면서 도발했던 나인데.”
(중략)
“새로이 전개되어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나에게는 ‘탈물질화’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현상이다. 말 자체도 벌써 냉랭하면서 어쩐지 병원 냄새를 풍긴다. 뭔가 아주 사소한 동작 하나를 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 탈물질화한 권력의 가학적인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형편이니, 나는 나의 무지 앞에서 한없이 위축된다. 점점 더 쪼그라드는 세상에 갇혀버린다.” _61~66쪽

늙음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세상으로 나선
한 여성 지식인의 도발적인 질문

이 책에 ‘이렇게 늙어라’ 같은 슬기로운 조언 따위는 담겨있지 않다. 편의를 위해 목차를 두었지만 원서에는 목차조차 없다. 이는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의 삶이 어떤 문장으로 명명될 수 없음을 암묵적으로 의미하며, 문학 학자로서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가 닿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이 탐구하고 심취했던 문인들의 삶과 문장을 인용해 장마다 묘한 크로스오버를 이루어내며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을 요구한다. 또한 결코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고백을 통해 그저 세상을 조금 더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배제와 고립, 내가 쌓아온 많은 것들이 부정당하는 ‘늙음’이 문득 찾아왔을 때 과연 당신은 어떻게 ‘노화’와 일상을 직조해나갈 것이냐고 묻는다. 지나치도록 솔직하고, 때로는 우아한 저자의 고백을 통해 ‘늙음’과 ‘죽음’에 대한 막연함을 조금은 걷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고대한다.

“우리는, 아직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비록 주위에서 사례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 같긴 하지만, 죽음이 아직은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고통과 도를 넘는 쇠락은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십중팔구, 바라는 대로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리라는 걸 잘 안다. 그렇지만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우리 앞엔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연대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 의식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_160~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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