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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해한 복숭아
  • 12,000원
    • 저자
    • 이은규
    • 출판사
    •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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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시
쪽수 : 124p
크기 : 125*190mm
출간일 : 2023.03.31


계절을 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아름답고 달콤하고 기묘한 세계

이은규 시인의 시집 『무해한 복숭아』가 30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이후 『다정한 호칭』,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등의 시집을 펴내며 다정하고 애틋한 서정을 선보여온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은규의 새 시집에는 복수의 타자들을 향한 한없는 편지의 세계가 담겨 있다. 남승원 평론가는 발문을 통해 “구체적 대상으로서의 타인을 고려하는 특유의 감각이자 시적 구조”로서 이은규의 시 세계를 읽어낸다.
무해하고 다정한 사물들로 가득한 이은규의 시 세계를 거닐다 보면, 그의 다정이 모든 것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오히려 시인이 아름답다 믿는 쪽을 편애할 용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은규가 들려주는 아름답고 달콤하면서도 기묘한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며 당신에게로 가고 있다.

당신에게 전해지기 위해
오래 이어지는 편지 속 문장들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과연 나누는 일 사이좋게 애틋하다
애틋하게 함부로
밤에 피어나기를 즐겨했던 꽃, 몸들

문득 종이 한 장을 절반으로 나눠
편지를 주고받던 그 풍경을 기억이라 부르자
지나간 문장을 읽을 때 차오르는 무엇을
구슬 같은 눈물이라고 부르지 말자
텅 빈 동공에 풍경이 차오르고 있으므로
―「춘분」 부분

봄은 겨울을 인내한 뒤 맞이하는 따뜻함이기에 애틋하다. 그 애틋하고 다정한 온기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어나게 한다. 그 온기는 인간인 우리에게도 약동할 힘을 건네고, 우리는 그 힘으로 누군가를 만나고자 그리워한다. 그 마음의 수신인을 찾아 편지를 쓴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아지는 날이다. 이은규 시인은 춘분의 이러한 사전적 의미를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춘분(春分)’이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한자를 살펴 ‘봄을 나누다’라는 뜻을 밝힌다. 그리하여 춘분은 밤과 낮이 공존하고, 다가올 날의 따스함과 지나온 날의 스산함이 공존하고,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우리가 되고, 또 우리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되는,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날이 된다.
봄을 나누는 일은 종이 한 장을 나눠 편지를 주고받던 기억의 풍경을 불러온다. 편지는 마음을 전하는 하나의 형식이다. 이는 대체로 격식과 예의를 담고 있기에 무거운 마음을 담아 날려보내기에 적합하다. 이때 편지의 내용은 일상을 묻는 다정한 안부이기도, 깊은 그리움이기도, 때로는 원망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점에서 편지는 가장 내밀한 방식으로 언어를 교류하며 기억을 보존하는 경험이다.
만남 이전과 이후를 나누며 이어지는 편지는 내용적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발문을 통해 “‘편지’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을 인식하는 계기로 나아”간다며, 그것이 이은규 시인의 윤리적 감각이라고 언급한다. 시 속에 드러나는 편지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독자는 시를 쓰는 주체보다도 그 편지를 받게 될 여러 수신자들을 상상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을 대면하고 말을 전하는 일이며, 이러한 윤리적 감각이 나와 다른 존재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편지 쓰기의 윤리를 통해 만난다. 그렇다면 어떠한 것들이 우리의 만남을 기억하도록 만들어줄까? 어쩌면 음식들, 특히 달콤한 과일과 디저트일지도 모른다.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를 떠올리는 일이 잘 되지 않다가도 무엇을 먹었는지를 떠올리고 나면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경험들처럼, 음식에는 기억의 풍경을 강하게 환기하는 힘이 있다. 이은규의 시에서 숱한 기억들을 환기하기 위해 여러 먹거리가 등장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자연스럽다. 아이스크림, 살구, 카스텔라, 원앙차, 납작복숭아, 포춘 쿠키, 크루아상, 수플레 팬케이크, 펠롱 에일… 그중 많은 것들이 과일과 디저트라는 것은 함께 나눠 먹기에 좋은 것들이며 또한 슬픈 기분을 다독이기에 알맞도록 달콤하기 때문일까. 이은규의 시는 여러 음식 사물들의 특징에 기억의 풍경을 덧입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만남과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자리에 한 사람이 도착하지 않는다.

아직 해 질 녘 창가와
탁자와 우유와 나무 포크와
노을과 카스텔라와 설탕 알갱이가 있습니다만
이름이 지워진 안부를 수소문 중입니다
한 사람만 결석한 한 사람의 생일
―「카스텔라의 건축」 부분

어쩌면 우리의 슬픔은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만 계속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명랑한 달리기」 부분

시인이 “언제쯤 편지를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썼듯이, 편지 중에는 보낼 수 없는 편지 또한 있다. 특히 언젠가부터의 봄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편지를 전해야 할 이를 더는 만날 수 없을 때 편지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계속해서 이어지는 하염없는 글쓰기가 된다. 한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수집하고 기억해온 온갖 이야기들, 영화와 애니메이션과 꽃과 신비한 동식물의 세계들은 내밀한 이미지가 되어 시 속에 박힌다.
이 마음의 공동체는 부재한 자리를 통해 이별과 상실을 기억한다. 이 기억을 이어가는 것이 선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하나의 선을 지키기 위해/너무 많은 악이 필요”했다는 아픈 역설의 기억 또한 우리는 가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다시 어떻게 무해성을 논할 수 있을까?

나는 자리를 지켰다 열두 번째 나무 아래 오래 서서 복숭아 열매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차오르는 생각 혹은 열매, 펜을 들고 있지 않았지만 복숭아 라이브 드로잉은 계속되었다 드로잉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할 것 같았다
―「복숭아 라이브 드로잉」 부분

한 사람이 떠난 자리를 시의 화자가 지키고 있다. 그는 같은 생각을 떠올리는 대신에 복숭아나무 아래에 서서 복숭아 열매를 바라보고 있다. 열매를 따라 움직이는 그의 생각의 시선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길인지 모를 라이브 드로잉이 계속된다. 그 라이브 드로잉과 함께 생각은 천천히 차오른다. 이 드로잉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에게는 드로잉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다는 강한 예감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선과 악이 쉽게 판단되고 호도되는 지금 여기에 필요한 오랜 성찰의 시간인 동시에 긴 애도의 시간과도 같다. 무엇이 무해한 것인지 그는 아직 모른다. 다만 나와는 다른 한 사람과 대면하고, 그를 다치게 하거나 잃지 않기 위해 무해함의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안다. 그가 얻으려 하는 무해함을 위한 오랜 기다림의 자리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끝없이 피고 지는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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