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대법관, 이슬아 작가 추천
10년째 국민 신뢰도 꼴찌 국가기관 국회
그러나 국회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다!
입법 현장 뒤에 숨은 실무자의 생생한 목소리
매년 발표되는 국가 기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국회는 10년 넘게 국민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입니다.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기관, 법을 만드는 국민의 대리인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최후의 보루로 법을 찾습니다. 국회는 다양한 피해자의 최종 종착지인 경우가 많지요. 기쁨에 겨워서 국회를 찾는 사람은 드뭅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찾다 찾다 이르는 곳이 국회고, 국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구제해 줄 법을 찾습니다. 억울한 죽음에 진상규명 특별법을 요구하고, 부당한 재산 피해를 돌이켜 줄 처벌법을 요구하지요. 어떤 법은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한시바삐 제정해야 하고, 어떤 법은 아무리 급해도 신중을 기해 찬찬히 살펴 개정해야 합니다.
아마 제대로 된 법일수록 디테일이 중요할 겁니다. 디테일을 만드는 건 대중 앞에 나서서 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주목받는 국회의원이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정쟁과 선동으로 국회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손에 든 법안을 촘촘하게 다듬어 나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국회는 흔히 국회의원의 일터로 여겨지지요. 법 전문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주로 사법부 법관들을 떠올립니다. 법이 되기 전의 법안, 국회에서 입법 실무자로 일하는 입법 노동자의 이야기는 좀처럼 들을 기회가 없었지요. 『법 짓는 마음』은 10년 넘게 국회에서 법 만드는 일을 해 온 보좌관의 책입니다. 법의 시작과 끝, 당사자로부터 시작해 국회를 거쳐 다시 당사자에게 가닿는 입법의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권리를 자기 언어로 요구할 수 있는 길을 내는 일에 관하여
저자는 주로 ‘2050 탄소중립법’ ‘웹하드 카르텔 방지 5법’ ‘동물원법’ 「청년기본법」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와 맞닿아 있는 법들이지요. 이런 법은 어떻게 입안되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의되었을까요? 어떤 이들의 목소리가 입법 실무자에게 가닿아 우리 사회의 법이 되었을까요?
2022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과 쇼가 금지되었습니다. 과거 동물원은 누구든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었지만 이 법이 제정되며 허가를 받아야만 개장할 수 있도록 바뀌었지요. ‘동물원법’이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것은 2013년. 우리 사회가 동물에 대한 감수성을 학습해 나가기 시작할 무렵이었지만 국회는 동물권을 놓고 궁리하는 보좌관들을 향해 비아냥을 쏟아냈습니다. 저자는 그 중심에서 사회적 약자로서의 동물을 보호할 법안을 꾸준히 궁리했고, 10여 년 만에 우리 법에 동물의 정신적 고통과 감정이 기입되었지요.
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사회문제입니다. 유사한 범죄가 거듭되는데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해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요. 이에 저자와 주변 동료들은 20여 년간의 가정폭력 신고 내역을 검토하고 경찰 기록과 유족의 증언까지 수집해서 처벌을 넘어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3법’을 새로 세웠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고통의 정도까지 측량해서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집념의 시간이 만들어 낸 결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