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서 문안의 의미를 살피게 하는 기록
『GQ』 에디터 이재위가 즐기는 일과 취미의 평화로운 선순환
『지큐』 에디터 이재위는 바다가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갈 때면 꼭 서프보드를 챙긴다. 서핑은 언젠가부터 고된 출장도 기꺼워하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출장지에서의 업무가 끝나면 해변으로 떠나 로컬 서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파도에 몸을 싣는다. 도시로 여행을 떠날 때는 배낭에 러닝화를 반드시 챙긴다. 낯선 도시에서 아침에 숙소 주변을 달리면서 길을 익히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다. 월간지 『아웃도어』 『고아웃』을 거쳐 지금에 이른 13년 차 잡지 에디터 이재위는 책을 읽는 마음으로 자연을 탐독해왔다. 잡지를 만들면서 그는 길과 벽, 능선과 파도, 나무와 바위, 높이와 깊이, 공기와 소리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지큐』에 몸담고 있는 지금도 기사의 기획과 취재는 우거진 숲과 깊고 넓은 바다 어딘가에서 출발한다. 『오늘 파도는 좋아?』는 그가 서핑, 등산, 스키, 마라톤, 트래킹 등을 통해 자연에서 배운 삶의 관점과 태도를 꾸준히 기록한 그의 첫 책으로, 출판사 핀드에서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새로이 선보이는 ‘첫 책’ 시리즈 ‘처음핀드’의 시작을 알리는 첫 권이기도 하다.
이재위는 일터에서 배운 것을 삶으로 끌어와서 최대한으로 즐기고, 그 즐거움을 다시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로 쓴다. 그는 첫 직장인 『아웃도어』 잡지사에서 배낭 정리하는 방법부터 지도 보는 법, 등반 기술 등 등반의 모든 것을 배웠다. 또한 『고아웃』 잡지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1세대 서퍼를 만나 서핑을 배웠고, 달리기 특집을 취재하면서 트레일 러닝에 빠졌다. 부시크래프트 스타일의 야영을 맛본다거나 아쿠아슬론 대회, 트레일 러닝 대회, 마라톤 대회 등에 출전하는 것도 그 시작은 취재였다. 그는 에디터로 일하며 취재원들에게 깊이 동화되기도 하고, 생생한 기사를 위해 아웃도어 활동에 몸소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잡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방식이기도 하다. “잡지에는 ‘에디터 마음대로’라는 말랑함이 있고, ‘에디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인간적인 결의가 있다. 때때로 편집장들은 “이건 취미 생활이 아니야!”라고 일갈하지만 사실 그것은 취미 생활에 가깝다”(30면)고 그는 말한다. 어느덧 이재위의 삶에서 일과 취미의 경계는 흐릿해졌고, 그건 그의 삶에 평화로운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하는 방법이 되었다.
사람이 자연에 속해 있음을 증명하는 이야기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의 세계에서 하루쯤은 지내봐야 한다”
모르던 세계를 적극적으로 탐험하며 하나씩 내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에서 그가 얻은 최고의 성과는 자연 안에 들어가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을 탐구하는 건 사람을 탐구하는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내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자 서프보드를 내려놓고 함께 책을 읽는다거나 서핑을 하지 않는 아내가 “오늘 파도는 좋아?”라는 서퍼들의 안부 인사를 건네기까지, 서로 다른 세계에 머물던 두 사람이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은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시인 김현은 추천사에서 “자연을 경위해 이재위가 당도하는 곳이 사람이라는 것, 사람이 자연에 속해 있음을 증명하는 얘기들이라는 점은 특별했다. 문밖의 시간이란 문밖의 의미만이 아니라 문 안쪽의 의미를 다시 살피게 하는 것이라는 그이의 믿음에 기댈 수 있겠다”고 짚어줬다.
이재위의 ‘자연 탐구 생활’ 기록을 엿보다보면 어느새 문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자연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이재위는 독서를 하듯이 자연을 읽는다. 책장을 펼치듯 창문을 열어 창밖의 산세를 읽기도 하고, 서핑을 할 때에는 행간을 읽어내듯 파도의 흐름에 잠시 몸을 맡기기도 한다. 그 기저에는 “손바닥 위의 돌멩이처럼 작고 나약한 존재로서 거대한 산과 바다를 탐구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12면)가 있다. 이재위의 탐구 생활에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은 야영뿐만 아니라 문밖의 활동 전체에 적용되는 균형에 관한 고찰로 이어진다. “자신의 야영지 또는 인생에서 무엇이 얼마만큼 필요한지를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지혜인가”(121면) 하는 깨달음은 자연을 더 아끼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한다. “오늘 파도는 좋아?”라는 인사는 문밖을 나서는 사람과 자연을 향한 격려이자 관심이다. 우리가 “바다로 나아갈 때, 숲을 달려나갈 때, 하늘 아래서 밤을 지새울 때 그 인사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 믿는다.”(작가의 말)
● 처음핀드 ●
다시없을 처음의 순간, 오래 기억될 작가의 첫 책
‘처음핀드’는 핀드가 발견하고 주목한 작가의 ‘첫 책’ 시리즈입니다.
새로이 만나는 작가, 장르를 불문한 오롯한 이야기를 찾아 선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