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하지만 선명하게 달라지는 나를 만나러 가는 길”
달라진 나를 만나러 갑니다 1: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뭘까?
작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9년간 매일을 썼다. 9년간 써온 기록이 모여 『이불 안에서 이 불안에서』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고,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게 독자를 만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지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무언가를 하고는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불안해지고 점점 무기력해지자 작가는 확인이 필요했다. 무언가에 몰입하면서 느끼는 희열과 쾌감을 느껴본 지 오래된 작가는 ‘연습’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본문 속으로
“나는 여태껏 잘 살아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때그때 나름대로 처신하며 살아왔고, 살아 있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딱히 살고자 하는 의지 없이 ‘살아지기도 하는 때’가 있었다. 그런 시간들만 따로 떼어 놓으면 과연 몇 년이 모일까. ‘진짜 나’ 없이 그 시간들을 무슨 수로 살아냈을까.”
“피아노를 연습하며 나는 자의로 잃어버린 시간, 타의로 도둑맞은 시간을 꽤나 다시 찾아왔다. 밀려났던 삶의 리듬 을 다시 당겨온 것이 너무 오래 걸려 미안하다고, 그러나 이만하면 그래도 일찍 찾은 편 아니냐고, 비로소 내가 나를 다독인다.”
달라진 나를 만나러 갑니다 2: 이유 없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는다
‘하면 된다’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는 작가는, 지루한 지금을 벗어나고 싶은 이유로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배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하나 머릿속에 바로 피아노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잠시 배운 피아노. 피아노라면 정확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피아노를 배우고 곡을 연습하다 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몽글몽글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작은 욕망. 작가는 천천히 꾸준히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본문 속으로
“나는 ‘하면 된다’라는 말을 싫어한다. 듣기에도 별로고 쓰기도 꺼려진다. 때에 따라 폭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말은 ‘된다’라는 결과를 빌미로, 남을 또는 나 자신을 가두거나 낭떠러지로 밀면서 몰아세우고 강요한다. 무조건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좋아해서 곁에 두니까, 마침내 되는 거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잘못을 인정하는 법과 인내심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나는 박치인가 하고 없던 의심이 다 생기 는데, 아, 왜 눈물이 차오르지. 건반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 이 정처 없이 헤매기를 반복하다가 정말로 거의 울 뻔했 는데 선생님은 그런 내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신다.”
“1등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최고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좀 잘해내고 싶은 거다. 욕심과 달성의 격차는 벌어졌는데 ‘적당히’와 ‘보통’을 견디지 못한다. 한계가 보이면 사실상 그것이 한계가 아니라 해도 괴로움을 먼저 느낀다. 헛것을 본 거래도? 큰 파도인 척하는 이 물결을 어서 넘고 순항하자. 나는 이렇게 괴로움을 견디고 성장 비슷한 걸 한다.”
달라진 나를 만나러 갑니다 3: 실수를 하지만 나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 작가는 매일 일터와 피아노 학원을 오갔다. 피아노 치는 모습을 녹화한 영상을 보며 조금씩 나아지는 피아노 실력을 확인하고, 피아노를 대하는, 무언가에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도 확인한다. 매일 연습을 하니 조금씩 피아노 실력이 늘었고, 태도는 진지해짐과 동시에 자유롭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제법 늘었다.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을 필요도 없다. 피아노 한 대가 덩그러니 놓인 방 안에서 피아노를 치며 작가는 조금씩 성장한다. 어설프고 부족한 자신의 모습도 사랑하게 되고, 고요함을 통해 평온함을 배웠다. 피아노를 배운다고 하면 “왜 피아노를 배우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의 대답에 작가는 명확한 답을 찾았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본문 속으로
“피아노를 다시 배울 뿐인데 이전보다 나은 삶을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의도 자체가 순수하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가 나를 만들어가는 일이 이렇게나 초감각적인 일인지 미처 몰랐다.”
“나는 앞으로도 허다하게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사실, 절대 틀리지 않는 것만이 완벽한 연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대도 감정만 살아 있고 테크닉이 결여된 연주자가 되고 싶지도 않다. 실수가 잦아지는 구간에서 손가락이 헤매지 않도록 연습하고 곡에 몰입하는 법을 체득한다.”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다. 누구든, 그 ‘누구’가 선생님이라고 해도, 내가 있는 연습실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문을 두드려야 한다. 내가 짓고 싶은 표정을 짓는다. 나만 잘 관찰하면 될 일이다. 웃고 싶지 않을 때마저 웃어야 하는 일은 이제 그만둬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