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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은 노래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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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오하나
    • 출판사
    •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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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에세이
쪽수 : 220p
크기 : 128*194mm
출간일 : 2022.04.20

화장품 상품 이미지-S1L21
제주에서 귤나무와 함께하는 시인 오하나의 1년 열두 달의 기록
“아늑한 숲과 투명한 바다, 싱그러운 귤나무의 소식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반려견 보현, 노래 만드는 남편, 고양이 자두와 황두, 멧비둘기 바비와 루시…
제주 북서쪽 바닷가에, 지은 지 20년이 넘은 소박한 집에 깃든 소중한 생명들
모든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의 속도에 맞춰 호흡하고 감사하는 삶에 대하여

★ 시인 안희연, 뮤지션 요조 추천 ★

“나와 당신, 우리의 작은 개가 얼마나 고유한 꼭짓점들이며, 그렇게 이루어진 삼각형이 얼마나 단단한 세계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갈피마다 빛이 일렁이는 사랑의 책이다.” - 안희연(시인)

“과거의 귤나무와 미래의 멧비둘기가 아무렇지 않게 공존하는 그의 동근 세계를 읽다 보면 슬그머니 나의 영혼도 곁에 같이 세워두고 싶다.” - 요조(뮤지션, 작가)

12월이 되면 제주의 농원 곳곳은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따스한 전구처럼 귤이 주렁주렁 달린다. 귤 수확기에는 일손을 돕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복을 입고 손때 묻은 장갑을 낀 채 한 그루씩 맡아 가위로 열매를 딴다. 광주리에 귤들이 툭, 툭, 떨어지는 소리는 차곡차곡 쌓아온 한 해 농사의 결실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노랫소리 같다. 귤나무를 돌보며 살아 있는 것들을 보듬고 기록하는 시인 오하나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제주 생활을 기록한 에세이 『계절은 노래하듯이』를 미디어창비에서 출간했다.
눈 내린 삼나무숲을 거닐며 다가올 일 년을 어떻게 채울지 궁리하는 소한(小寒)을 시작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여름의 문턱에서 순백색의 귤꽃이 만개해 농원이 하얗게 빛나는 입하(立夏), 초록 행성같이 동그란 풋귤이 나무에 대롱대롱 맺히는 처서(處暑) 그리고 모든 수확을 마치고 맞이한 겨울밤 이야기를 품은 동지(冬至)까지… 오하나가 알알이 골라 기록한 제주의 하루하루는 잿빛 건물 속에서 바깥의 날씨도 잊은 채 가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잊고 있던 자연의 빛깔과 내음, 눈부신 풍경으로 초대한다. 계절의 순간을 포착해 세밀화를 그리듯 세심히 관찰해온 오하나는 다음 변화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자연의 속도에 맞춰 순리대로 살아보는 삶을 넌지시 건넨다. 오하나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쫓기듯 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며 일으키는 계절과 바람의 리듬에 맞춰서 세세하게 움직이는 만물의 순간을 포착하며 제가 얻은 건 밝은 마음이었습니다. 이유는 자연이 늘 환하고 다정해서가 아니라 때론 매섭고 생명을 앗아갈 만큼 가차 없더라도 모든 순간이 진실한 데 있는 듯합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계절은 노래하듯이』를 통해 태어났다가 죽고, 긴 숨결이 되었다가 구름이 되고, 빗방울이 되어 대지 위로 떨어지는 생명의 순리를 받아들이고 마음 깊이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천천히 음미해보자.

“나무는 멈춰 있지 않고 움직이는 중이니까, 우리도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푸른 바다를 면한 낡은 집에서 새벽마다 따뜻한 보이차를 앞에 두고 남편과 마주 앉아 음악을 듣고, 매일 반려견 보현과 산책하고, 해변에서 친구들과 바다 쓰레기를 줍는 오하나는 한때 대학원에서 식물을 연구한 적 있는 시인이다. 멸종 위기 동식물을 연구하며 지구의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들어간 실험실에서 막상 야생화에 인공조명을 쬐고 농약을 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꼈던 지난날은 먼 과거가 되었고, 지금은 사랑하는 자연과 한데 뒤섞여 살고 있다.
9년 전 서울의 북촌에서 남편과 보현을 만난 뒤, 함께 제주로 내려와 보금자리를 꾸려왔다. 오두막을 짓고 귤밭을 돌보는 동안 모진 날씨와 초보 농사꾼의 실수 때문에 나무가 병들고 말라 죽는 경험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거듭 겪으면서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 노력했지만 안 되는 건 담담히 받아들이고 앞을 보는 연습을 했다. 나무는 멈춰 있지 않고 움직이는 중이니까 우리도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더욱이 나무 선생님은 서툰 학생에게 뭐라 하지 않고, 기회를 다시 주시기까지 하니까.”
(「바람이 불어와야 할 땐 불어오기를」 중에서)

그 와중에 나무를 뒤덮은 노박덩굴 아래 쌍살벌이 집을 짓고, 나무 아래 까투리가 찾아와 알을 품고, 풀숲 주변으로 신이 난 방아깨비들이 뛰어 다니는 등 많은 생명이 농원을 찾아와 더 많은 생명을 낳으며 세대를 이어갔다. 귤나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상처를 회복하고 인간이 준 것보다 더 큰 선물로 깊은 맛의 열매를 내어놓았다. 자연이 탄생과 죽음, 아픔과 치유를 되풀이하며 본연의 생을 사는 것처럼 오하나도 고된 노동 현장에서 이름 모를 벌레, 억센 풀을 온몸으로 부딪치다 보면 어느새 훌쩍 크고 짙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계절은 노래하듯이』에서는 친환경으로 짓는 농사가 결코 동화 속 예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인간과 온갖 곤충, 미생물이 다 함께 힘을 합쳐 알차고 건강한 귤이 맺힐 수 있도록 나무를 돕는 이야기는 바로 여기,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생생한 아름다움이다. 받은 만큼 내어놓는, 힘들고 괴로운 만큼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는 자연은 말한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메울 수 없는 빈틈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모자람을 채워주는 존재들 덕분에 삶이 유연하고 단단하게 지탱되고 있다고.

이곳에서 우리가 할 일이란
곁에 있는 존재에 기대어 마음을 회복하기

작가의 집 앞마당에 자리한 소나무 위에는 솔잎을 깔아 만든 집이 있다. 처음에는 멧비둘기 페이, 티엔이 그곳에 둥지를 틀었고, 메이와 쥰이 태어났다. 어느 초가을에는 장미와 바비가 태어났고, 다음 해에 바비가 데리고 온 멧비둘기에게 루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뿐 아니다. 검은 고양이 자두와 노란 줄무늬 고양이 황두가 마당과 담을 자유롭게 넘나들었고, 4월 첫날 전후로는 긴 비행을 마치고 바다 마을을 찾은 제비인 제돌이와 제순이가 현관 벽에 진흙 덩이로 집을 짓기도 했다.
오하나와 남편과 보현이 사는 집은 목적지까지 먼 길을 가야 하는 철새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착지이자 길 위에 사는 고양이에게 안전하게 비를 피하고 먹이를 구하며 느긋하게 잠들 수 있는 안식처다. 자연에서는 생김새가 달라도 서로에게 얼마든지 곁을 내어줄 수 있고, 그렇게 안심하며 쉴 수 있는 공간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언제든지 시끌벅적하게 모여든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매일 자라고, 꽃피우고, 사랑을 나눌 것이다. 자연이 그러하듯이. 곧 봄이 온다.

“한없이 한없이 밀려오는 안도감과 감사함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친구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귤을 전부 무사히 떠나보냈다. 나무들이 올해도 꿋꿋하게 버티며 힘을 내주었다. 너무 많은 일을 했으나 정작 내가 한 건 한 가지도 없는 것 같은, 다시 ‘0’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다.”
(「수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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