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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가 된다는 것
  • 14,000원
    • 저자
    • 니콜 크라우스(지은이)
      민은영(옮긴이)
    • 출판사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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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소설
쪽수 : 284p
크기 : 140*210mm
출간일 : 2022.06.30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의 첫번째 단편집
소설가 편혜영 추천!
“니콜 크라우스는 어떤 이야기에서건 반드시 사랑을 시추해낸다.”

<O, 오프라 매거진> <타임> <파이낸셜 타임스> <에스콰이어>
<라이브러리 저널>, 릿허브 선정 올해의 책(2020)

대표작인 『사랑의 역사』(2005),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위대한 집』(2010), 그리고 최근작 『어두운 숲』(2017)에 이르기까지 예리한 지성과 섬세한 감성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미국의 소설가 니콜 크라우스의 첫번째 단편집 『남자가 된다는 것』(2020)이 출간되었다.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근 20년간 작가가 여러 지면에 발표했거나 새로 집필한 소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어린 소녀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여러 국면에 놓인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 폭력과 권력, 사랑과 정체성 등 인간의 가장 복잡하면서도 본질적인 속성들을 독창적인 화법과 시각으로 탐구한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뒤얽힌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술 방식을 추구했던 장편소설에 비해 이 책에 실린 단편의 서사 구조는 보다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암시와 함의가 밀도 있게 담긴 정갈하고 시적인 문장들은 반복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며 독자의 적극적인 읽기를 유도한다. 또한 기존 장편이 대체로 등장인물의 특수하고 사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 소설집에는 좀더 역사적, 시대적 산물로서의 개인들, 현실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 시절 저명한 조경사의 조수로 일했던 경험을 회고하는 「정원에서」나, 명시되지 않은 재난으로 인해 난민 수용소에서 배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음울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아무르」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을 경고하며 모든 시민에게 가스마스크를 배급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미래의 응급 사태」는 약 20년 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점 중 하나는 모든 단편이 저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 단편의 집필 시기에 시간차가 있음에도 마치 하나의 연작소설처럼 읽힐 만큼 긴밀한 구성력과 조직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가로서 거쳐온 사유의 흐름과 변화를 개괄하는 동시에 작품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은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을 사랑해온 기존 독자들뿐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일상의 작은 균열 속에서 사랑과 폭력,
자유와 구속의 뒤틀린 결합을 목도하는 순간들,
삶을 일으키고 무너뜨리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열 개의 아름답고 명징한 응답

“그녀가 인생의 그런 내밀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해달라고 요구한 기억은 없지만, 또 한편 어떤 식으로든 요구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광대하면서도 순간적인 것, 전면적으로가 아니라 단편적인 일화들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도.” _본문263∼264쪽

니콜 크라우스의 세계 속에서 삶은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공백, 불가해, 모종의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형성된다. 『사랑의 역사』에서는 여러 인물의 비밀과 사연을 품고 수십 년을 떠돌아다니는 ‘사랑의 역사’라는 책이, 『위대한 집』에서는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전해지며 삶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는 기묘하고 육중한 책상이, 『어두운 숲』에서는 카프카의 유고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교수가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뒤흔드는 삶의 미스터리를 대변하거나 상징했다. 이번 소설집의 인물들 역시 제각기 다른 맥락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근본적이고 거대한 질문을 마주한다. 작가는 찰나 속에서 영원을 붙잡아내는 사진가처럼, 일상의 편린을 통해 생의 본질이 드러나는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포착한다. 「스위스」에서 화자는 삼십 년 전 하숙집에서 만났던 열여덟 살 소녀를 회상하며 평생 자신에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던 그 소녀가 보여준 강력하면서도 위험한 힘과 매혹의 의미를 뒤늦게 자각하고, 「옥상의 주샤」에서 수술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노인은 평생을 유대인으로서의 의무에 종속되어 살아온 것에 깊은 회의를 느끼지만 갓 태어난 손자를 자유로운 삶으로 인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정원에서」의 화자는 어느 위대한 조경사의 충직한 조수로 오랜 세월 일했으나 자신이 한없이 존경했던 그가 군사정권의 범죄를 묵인하는 것을 보며, 미적인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미래의 응급 사태」에서 일상을 위협하는 외부적 재난의 가능성을 맞닥뜨린 화자는 문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굳건하고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남자와의 관계가 실은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구속해왔던 건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이런 식으로 일상에 불쑥 침입하는 의문들은 관념적인 차원을 넘어, 때로는 구체적인 인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나는 잠들었지만 내 심장은 깨어 있다」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집에 홀로 머물던 화자는 어느 날 아버지의 친구라는 낯선 남자가 불쑥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마치 제집처럼 그곳에 머무는 것을 보며 경악하고, 「에르샤디를 보다」에서 무용수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화자는 순회공연을 위해 방문한 낯선 나라에서 자신이 아주 감명 깊게 본 영화의 주연배우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고 급히 뒤쫓지만 그는 이내 사라져버리고, 자신이 본 것이 환상인지 실재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남편」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집에 정체불명의 노인이 나타나 자신이 수십 년 전 전쟁중에 실종되었던 남편이라 주장하며 사망한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아기는 가족들에게 처음 왔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어떤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어딘가에서 연기처럼 우리에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오직 선물이라는 것. 몰라서 요구하지 않았는데 받은 선물이자, 삶이 얼마나 아낌없이 주는지 경이로움을 느끼며 받는 선물.” _본문 246쪽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혹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문득 그 존재를 강렬히 인식하게 된 미스터리 앞에서 인물들은 인식이나 이성의 영역 밖에 있는, 의미화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생의 광대함에서 비롯한 무력감에 빠진다. 그러나 작가는 미스터리의 해소나 어떤 확정적인 결말로 이야기를 끝맺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우리의 실제 삶이 그러하듯, 이야기의 끝에서도 미스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며 인물들은 영원히 그 실체를, 불가해의 장막 너머를 들여다볼 수 없을 것임을 예감한다. 다만 그들은 그 공백의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삶의 일부로 수용함으로써 성장하거나 나아간다. 오히려 인생은 미지의 영역, 가능성의 영역을 통해 확장되고 인물들은 그렇게 확보된 새로운 시야로 삶을 바라보며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낳는 불확실성이 때로는 유한한 삶에 주어지는 자유이자 선물이 되기도 한다는 깨달음을.

이 불가해한 세상에서
남성으로, 여성으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녀는 그 갈비뼈들이 시원까지 완전히 거슬러올라가 무언가에 대해 말해주려 하는 것 같았다. 세대마다 혼란을 일으키는 그 개념, 남자가 된다는 것, 여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런 것들이 동등하다거나, 다르지만 동등하다거나, 전혀 동등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_본문 259쪽

수록된 열 편의 소설 중에서「남자가 된다는 것(To Be a Man)」이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표제작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소설집의 중심에는 이 세상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혹은 남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작중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에 관해 사유하는 주체는 대체로 남성의 타자로서 남성성이라는 관념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여성들이지만, 자신이 소속된 세계에 내재한 폭력성, 비합리성을 깨닫는 남성들 또한 등장한다. 작가는 부모, 자식, 연인, 친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남성성, 특히 물리력과 폭력을 잠재적 속성으로 하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남성성을 다양한 층위에서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표제작은 이 문제를 대담하면서도 우아하게 풀어낸 아름답고 강렬한 수작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여성은 자신이 나치 점령기에 태어났다면 “명예와 찬사에 약한” 성향 때문에 나치의 고위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독일인 남자친구와, 장교 시절 한 가족을 몰살시킬 뻔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스라엘인 남성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욕망하는 남성의 육체적 강인함과 폭력성 사이의 가느다란 경계에 대해, 자신이 남성성에 대해 느끼는 양가적 감정에 대해 곱씹는다. 그리고 해변의 잔교 위에 서 있는 두 어린 아들을,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변화는 마치 차오르는 밀물처럼 막을 수 없는 것임을 실감한다.

물론 니콜 크라우스는 “시원까지 완전히 거슬러올라가”는 이 민감하고 첨예한 문제를 쉽게 판가름하거나 명확한 답을 제시하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저 냉철하고 절제된 태도로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개념이 낳는 갈등과 혼란과 부조리를 명료하게 응시한다. 하지만 그 응시를 통해 작가가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 탐구하고 싶은 것은 외부적인 현상이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그리고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작가 자신의 내면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니까 니콜 크라우스가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포착해 독자에게 건네는 이 열 편의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은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이 책을 읽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반문, 즉 되물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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