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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사하는 마음
  • 18,000원
    • 저자
    • 김혜리
    • 출판사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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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에세이
쪽수 : 404p
크기 : 145*225mm
출간일 : 2022.08.05


“언제나 영화가 있었다.
어제까지 그만 써야 할 100가지 이유를 만지작거렸던 자신을
까맣게 잊고 흥분해서 키보드 앞에 앉게 부추겼던 영화들이.”

영화 글쓰기의 전범,
김혜리 기자의 5년 만의 신작

“어떤 리뷰는 영화만큼이나 감동적이어서 그 자체로 작품이다.” “조용한 잉크 방울이 떨어져 스미듯 부드럽게 펼쳐지는 글”. “프레임의 세계를 다시 보여주는 영화기자.”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영화의 미덕을 사려 깊은 태도로 전해온 '씨네21' 김혜리 기자. 온라인에서는 단정한 사유와 섬세한 문장으로 가득한 그의 글을 상찬하는 리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일반 독자뿐 아니라 문학평론가 신형철, 소설가 윤성희, 영화평론가 허문영 등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저자들 사이에서도 김혜리의 글은 단연 영화 글쓰기의 전범으로 회자된다. 이토록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그가 5년 만에 출간한 산문집 『묘사하는 마음』은 2016년 이후 팟캐스트를 통해 그의 목소리로만 영화 이야기를 접했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씨네21'의 개봉작 칼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에 2017~2020년 연재했던 글과 그 전에 쓴 ‘틸다 스윈튼’ 배우론 외 몇 편의 에세이를 더해 엮은 이 책은, 여전히 영화라는 대상을 주어로 놓고 그 그림자를 좇는 겸손한 태도로 빛난다. 볼거리에 대한 단정적 평가가 범람하는 시대에 취향을 전시하기보다 영화라는 창작물이 스스로에게, 또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무엇일까를 찬찬히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그에게 영화의 ‘묘사’를 추동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영화의 ‘이목구비’를 살펴 사람들에게 그 초상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전망 좋은 언덕’처럼 해석에 이르게 된다고 고백한다.

내가 영화를 따라다니며 한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돌아본다. 그나마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는 단어는 ‘묘사’다.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사진 찍기 원하고 귀에 감기는 노래를 들으면 따라 부르려 한다. 영화에 이목구비가 있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 초상을 그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 내게 해석은 묘사의 길을 걷다 보면 종종 예기치 못하게 마주치는 전망 좋은 언덕과 같았다. _11쪽, 책머리에

『묘사하는 마음』은 1부의 배우론 「부치지 못한 헌사」로 시작해 영화의 주제로 가름한 부(2부 「각성하는 영화」 3부 「욕망하는 영화」 4부 「근심하는 영화」), 나아가 형식에 천착한 부(5부 「액션과 운동」 6부 「시간의 조형」)를 거쳐 2010년대 이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형을 다룬 「팽창하는 유니버스」로 막을 내린다. 영화의 나라를 경유하는 총 53편의 글들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긴밀하게 배치되어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사유가 다음 영화를 사유하게 하며 촘촘한 고리를 이룬다. 밀도 높은 글 사이사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비유와 은근한 유머는 독자를 책의 마침표로 이끄는 쉼표다.

이미지, 사운드, 편집…… 영화에는 영화만의 방식이 있다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영화 윤리에 대한 성찰

『묘사하는 마음』은 벨러 터르의 '토리노의 말' 같은 예술영화에서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망라하지만, 작품을 보는 그의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 편의 영화가 왜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를 궁리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서사와 형식 모두를 조명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캐릭터 간의 갈등과 사건 등 필연적으로 서사적 요소를 지니는 동시에 이미지와 사운드, 편집 등 서사를 지탱하는 영화만의 형식을 지닌다. 김혜리는 이 두 가지 측면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 영화라는 마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그 비밀을 들춰내고자 한다. 가령 박찬욱의 '스토커'를 유사한 스토리의 '의혹의 그림자'(앨프리드 히치콕)와 비교하면서도 '스토커'만의 뼈대―시대성과 지역성을 제거하고 3인 가족을 저택에 몰아넣어 소녀의 의식에 집중한다―를 가려내거나, 감독이 천착한 가족 이야기가 갖는 보편성에 주목하는 식이다. 한편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요르고스 란티모스)에서 광각렌즈를 활용한 낮은 앵글 숏과 프레임 위쪽에 천장을 드리운 방식이 영화 속의 권력자들을 왜소하고 무상하게 보이게 한다거나 '고스트 스토리'(데이비드 라워리)의 화면 비율(1.37:1)과 옛날 사진의 인화지 같은 프레임이 집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게 한다는 포착은 영화의 시각 매체적 특성에 주목하게 한다. 새로운 영화적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작품 중 선두로 꼽히는 것은 단연 '덩케르크'다. 제2차 세계대전의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잔교?일주일’ ‘바다?하루’ ‘하늘?한 시간’의 세 시점을 엮어, 구성 자체가 “영화가 궁극의 타임머신이고 인간이 체험하는 시간의 양과 질을 ‘조작’할 수 있는 예술임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김혜리의 글이 가진 미덕 중 하나는 신형철의 표현대로 “영화 서사에 잠복된 ‘윤리적 쟁점’에 극히 민감”하다는 점인데 『묘사하는 마음』의 글들 또한 그 결을 유지한다. 그는 감독이 젠더, 인종, 국적 등 영화 속 인물의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페미니즘, 인종차별, 계급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진보(때론 후퇴)를 가늠하며, 이런 태도는 감독의 위치와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그의 미학적 판단은 윤리적 판단과 별개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영화에서 거의 재현되지 않는 극빈층 아웃사이더의 삶과 생활공간, 그들이 매일의 빵을 얻는 지하경제는 숀 베이커 감독이 줄곧 이끌리는 소재다. 2012년 작 '스타렛'은 캘리포니아 산페르난도 밸리의 백인 포르노 배우가 노년의 여성과 맺는 우정 이야기였고,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바로 전작 '탠저린'은 성매매로 먹고사는 트랜스우먼 친구 둘의 크리스마스이브를 그렸다. 이와 같은 소재에 접근하면서 숀 베이커 감독은 외부자로서 취하기 쉬운 분노나 동정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내려다보지 않고 옆자리를 지키며 그들의 삶에 내재한 아름다움과 어두움을 그대로 파악하고자 한다. ‘궁핍한 삶’에서 방점은 ‘궁핍’이 아니라 ‘궁핍이라는 조건을 수반한 삶’에 있어야 한다고 숀 베이커의 영화는 믿는다. _107쪽, 「매직 캐슬의 파수꾼」

“영화는 우리를 삶으로 데려다놓는다”
섬세한 언어를 따라 이르는 해석의 언덕

OTT 오리지널 영화의 급성장으로 볼거리가 홍수를 이룬 시대,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특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대답처럼 사람들은 거실 TV로 즐길 수 없는 더 선명하고 매끈하고 웅장한 영상과 사운드를 체험하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일까? 김혜리는 이런 질문에 관객은 그저 ‘고퀄’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양질의 시간을 찾아서’ 영화관에 간다고 답한다. 영화만이 ‘시간을 발명할 수 있는 예술’이며 영화를 통해서만이 ‘시간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상 암흑 속에서 일상과 차단될 때, 우리는 시간의 자치권을 갖게 되고 ‘시간’을 온전히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은가. 『묘사하는 마음』은 그 특별한 시간을 좀 더 길게 지속한다. 지면 위에 영화가 묘사될 때 독자들은 마음속에 한 번 더 영사기를 돌리게 될 것이다. 영화의 끝에 저자와 함께 당도할 ‘해석의 언덕’을 기대하며.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시간을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동시에 영화는, 일상의 급류에 가까스로 삽입되어 있는 TV나 기타 미디어와 다르게 시간의 질과 밀도, 속도를 장악할 수 있는 자치권을 관객들에게 암묵적으로 (암흑 속에서) 존중받는다.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은 시간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죽음만이 미괄식으로 뜻을 부여한다. 그러나 영화는 삶의 시간을 삶의 시간으로 보존하면서도, 숏과 시퀀스가 끝나는 순간마다 의미를 생산한다. 컷은 작은 죽음이다. 그래서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관찰대로 여전히 현실보다 리얼하며, 삶에서 멀어지려는 우리를 붙잡아 삶으로 데려다놓을 수 있다. _303쪽,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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