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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영, 『식물에 관한 오해』
  • 22,000원
    • 저자
    • 이소영
    •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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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식물
쪽수 : 336p
크기 : 145*220mm
출간일 : 2024.05.22

악세사리 화이트 색상 이미지-S1L3
식물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한 자세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제비꽃이나 민들레를 발견하고서는,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났다며 그들을 가여워 하거나 대견하게 여긴다. 그런데 틈새 식물에게 그 땅이 정말 척박하기만 할까? 이소영 저자는 틈새라는 공간을 다시 살펴보길 권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비좁아 보일지라도, 막상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아래에는 흙과 모래가 펼쳐져 있어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에 무리가 없다. 그리고 주변에 경쟁 식물이 없으니 햇빛을 받는 양 또한 도시 어느 화단보다 넉넉하다. 도시살이를 피할 수 없는 식물들에겐 최선의 삶의 형태인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 다른 존재의 삶을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것. 올바른 관계 맺기를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지만, 사람들은 유난히 식물에게는 판단과 행동이 앞선다. 그런 우리에게 원예학 연구가로서 16년 넘도록 식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글과 세밀화로 기록해온 이소영 저자가 『식물에 관한 오해』를 통해 식물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되짚으며 식물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권한다.
1부 ‘식물에 관한 오해’와 2부 ‘식물을 바로 바라보기’에서는 분명 다른 학명의 식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보통명이 같은 바람에 자꾸 오해를 받는 보리수나무, 원래는 열매에 똥파리가 자주 낀다는 이유로 ‘똥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식물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돈나무’로 불리며 축하용 선물로 각광받는 사연 등 식물명에 얽힌 오해를 살펴보기도 하고, 제주조릿대나 모과, 국화(國花)인 무궁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꼬집으며 쓸모를 판단하는 주관적인 기준을 되돌아보게 한다.
식물에 관한 오해나 편견을 갖지 않으려면 우선 식물의 정확한 이름(학명)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고, 더불어 식물 종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일례로 저자는 늦가을 수목원에서 연분홍 꽃을 피운 벚나무를 마주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벚나무의 꽃을 본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그것이 이상 기후 때문인 것 같다며 기후 위기를 걱정했는데, 사실 그 식물은 가을에도 꽃을 피우는 춘추벚나무 ‘아우툼날리스’였다. 대상 식물에 대한 나의 상식이 틀린 경우도 있기에, 섣부른 판단보다는 식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먼저다.

생존을 위한 식물의 강인한 힘과 전략

저자는 묻는다. 만약 식물이 동물처럼 소리를 낸다거나 스스로 이동할 줄 안다면, 사람들은 이들이 살아 있는 생물임을 실감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인한 존재다. 한자리에서 수백 년은 거뜬히 사는 느티나무나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은 물론이고, 정원수로 사랑받는 수수꽃다리속 식물만 해도 영하 60도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100년은 넘게 산다. 다시 말해 라일락을 정원에 심고 관리하는 인간보다 나무가 더 오래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3부 ‘식물의 힘’에서는 식물의 이러한 강인한 생존력과 그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201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식물학 연구팀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증명했다.(p.235) 연구팀은 토마토와 담배를 대상으로 줄기를 절단하거나 물을 주다가 멈추는 방식으로 수분 스트레스를 유도하였고, 식물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생쥐나 박쥐와 같은 동물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미세한 소리를 방출함을 밝혀냈다. 물관의 수분이 이동할 때 기포가 형성되어 발생하는 소리로 추측되는데, 이것이 식물이 본능적으로 내는 것인지 다른 생물에게 정보를 전하는 차원에서 내는 것이지는 알 수 없지만, 식물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생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생존에 위협을 받으면 식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지키려고 애쓴다. 집에서 흔히 재배하는 관엽식물인 고무나무는 잎이나 줄기가 절단되면 하얗고 끈적한 액체를 방출하는데, 이 액체는 독성을 지닌 라텍스 성분으로 식물 스스로 절단면을 치료하고 외부 바이러스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다. 미모사가 잎에 자극이 가해지면 빠르게 잎을 오므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잎에 자극을 받으면 다양한 화학물질과 수액이 잎 내부에 확산되어 셀이 붕괴되는데 그것이 우리 눈에는 잎을 오므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편 파리지옥이 자극에 잎을 오므리거나 닫는 이유는 곤충을 잡아 양분을 얻기 위함이다.
식물은 생존을 위해서 진화를 거듭한다. 사람들에게 제비꽃은 흔한 틈새 식물일지 몰라도, 저자는 식물 종의 특징을 포착해 그림으로 그려야 하는 본인에게는 제비꽃은 오히려 다루기 까다로운 식물이라고 말한다.(p.105) 교잡이 잦은 편이라 종을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환경 변이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잡과 변이 모두 번식과 생존을 위한 제비꽃의 전략이다. 시체꽃이라 불리는 타이탄 아룸이 악취를 뿜어내는 것도, 둥근잎유홍초나 능소화 등의 식물이 덩굴 형태로 진화하는 것 또한 각자의 생존 전략이다.

진정한 식물 문화가 발달한 사회를 그려보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동물을 이동 수단 삼아 번식해 살아간다. 동물의 먹이로써 그리고 동물의 털이나 깃털에 열매와 씨앗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먼 거리를 이동한다. 도깨비바늘, 쇠무릎, 우엉, 도꼬마리 같은 식물은 동물 털에 잘 붙기 위해 씨앗이 가시나 갈고리 형태로 진화했다. 그리고 인간은 여기에서 발명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1941년 스위스의 엔지니어 조르주 드메스트릴은 강아지와의 산책길에 발견한 도꼬마리 가시에서 영감을 받아 돌기 형태의 접합 장치를 개발했고, 이렇게 개발된 ‘벨크로’는 운동화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의 장비까지 널리 이용된다. 이처럼 식물과 동물은 지구상에서 줄곧 더불어 살아왔는데, 그런 우리의 모습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4장 ‘식물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다룬다.
인간은 섭취를 위한 식량과 감상을 위한 절화의 형태로 식물을 꾸준히 사용해왔다. 뿌리나 줄기, 잎, 열매는 요리의 다양한 재료가 되어주고, 팜유나 피마자, 해바라기처럼 열매나 씨앗에서 기름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지나친 탐욕이 식물과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다. 행사가 많은 5월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카네이션은 패랭이꽃속의 카리오필루스종을 개량한 식물이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의 카네이션이 되기까지 패랭이꽃은 200년간 본성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사람들은 일단 육성 시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유에서 정향 향기를 제거했고, 절화로 이용하기 위해 패랭이꽃속 중 가장 키가 큰 종을 선택해 개량했다. 최근에는 꽃잎 특유의 핑킹 거치마저 매끄럽게 지우고 육성한 카네이션도 유통된다. 오로지 인간의 만족을 위해 줄기나 잎, 꽃잎의 형태, 향기까지 평면적으로 다듬어지고, 식물 존재의 가치가 지워지고 만 것이다.
최근 식물 애호가도 늘고 식물원이나 큰 정원이 많이 생기는 등 우리나라의 식물 문화가 이전보다 발달했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 책 『식물에 관한 오해』에서 짚어나가는 여러 사례를 읽다 보면 그에 완벽하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책의 다음 문장은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입장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 좋을지 생각해보게끔 한다. “식물 소비량이 늘고, 산업 규모가 커지며, 정원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 식물 문화가 발달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식물 문화가 발달한 사회란 식물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 구성원들이 식물에 관해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고, 보다 정확한 식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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