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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다연,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창비청소년시선 46
  • 10,000원
    • 저자
    • 정다연
    • 출판사
    •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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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시
쪽수 : 124p
크기 : 145*210mm
출간일 : 2024.01.12

화장품 상품 이미지-S1L3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쓰는 청소년시라면
믿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안미옥(시인)

무겁고 감당할 수 없는 마음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공감과 당부

이 책은 정다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으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삶과 복잡다단한 심리를 애틋하게 헤아린 시집이다. 2015년 『현대 문학』 신인 추천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예민한 감각과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단정한 시 세계를 펼쳐 온 정다연 시인이 청소년에게 시로 건네는 다정한 공감이라 하겠다. 시인은 오랜 시간 청소년과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청소년의 일상과 감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시로 청소년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부단히 고심한 결과로 이 시집을 내놓았다.
정다연의 청소년시는 다른 청소년시와 유난히 구별되는 새로움이 있다. 바로 청소년의 감정과 삶의 태도를 쉽게 재단하거나 한계를 부여하지 않고, 시인 자신의 삶 안에서 충분히 체화한 뒤 쓴 청소년시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마치 시에서 손이 나와 “너도 그랬구나.”하며 등을 쓰다듬어 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훈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고 기다려 주는 이 시집이 현재의 청소년은 물론 과거 청소년기의 상처를 기억하는 어른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이 시집은 ‘창비청소년시선’의 마흔여섯 번째 권이다.

“나는 있답니다, 단단하게”
깊이 더 깊이 청소년을 들여다보는 시선
시집에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청소년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인의 진실한 마음이 역력하다. 시인은 청소년의 마음을 “자세히 들어야 들리는 이야기”(「말하는 사람」)라 말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한껏 귀를 기울인다. 또 상처받고 싶지 않아 “정말 내 말을 들어 줄 수 있는지”(「닫힌 문」) 재차 묻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찬찬히 헤아리며 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짚는다.

나는 말수가 적지만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나의 일기장에는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사랑하는 강아지에게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서 문고리를 돌렸다는 이야기
마음이 빙그르르 열렸다는 이야기

적혀 있어요
나는 말하지 않고 이야기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이에요

(중략)

나는 자세히 들어야
들리는 이야기를 품은 사람이에요
목청이 크지 않아서
주장하지 않아서
안 들릴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에요
나는 있답니다 단단하게
― 「말하는 사람」 부분(84~85쪽)

“그 마음은 알 것도 같아서”
불안을 마주한 청소년에게 곁을 내어 주는 시집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은 순간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고 문득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끓기 마련이다. “내 안의 어둠” 속에 “너무나 미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무섭고, “그 미운 사람의 얼굴 끝에/내 얼굴이 떠오르는 것”(「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두려운 것들」)이 두렵다. 불현듯 “먼지보다 작아져서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상상”을 하고 “투명한 유령”이 되어 “온통 없어지고 싶은 생각”(「닫힌 문」)에 사로잡힌다. 심지어 “세상이 이대로 망해 버려도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슬픈 허탈감”(「다른 사람」)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자장”(「자장」) 하며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을 스스로 다독일 줄도 안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시인은 “실은 나도 너와 같은 일을 겪었”(「비밀」)다고 슬며시 곁을 내주는 방식으로 말을 건네며 그들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한 심리에 공명한다.

기척도 없이 불안이 다가올 때

길을 지나다 우연히 아기 고양이와 만난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져

달래 주려고 했던 건데 매섭게 발톱으로 할퀴어도 깨진 빗금처럼 상처가 나도

다가오는 손길이 많이 무서웠구나 너도 내가 처음이지? 가까이는 말고 이렇게 같이 있자 한 걸음 물러서 있게 돼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 안녕을 빌어 주게 돼
― 「친애하는 나의 불안」 부분(74~75쪽)

“내가 나를 깨뜨리지 않고 지키는 것”
고통을 견디고 있을 이들에게 조심스레 보내는 당부
청소년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물리적 폭행과, “쓰레기 같은 말”(「여름 방학」)을 일삼는 언어폭력이나 따돌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단짝 친구한테서까지 “이제부터 너랑 절교야”(「변기」)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와 가장 절교하고 싶은 건/나였다”(「변기」)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사실과 진실」) 이유로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 “등 뒤로 종이 뭉치가 날아와도 반 아이들이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내 얘기를 떠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쉬는 시간」)라는 다짐을 새기며 꿋꿋하게 버텨 낸다. 시인은 이렇듯 여러 이유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견디고 있을지 곰곰 헤아리며 용기를 북돋운다.

아파하는 내게
윤주는 사실과 진실이라는 단어를 보여 줬다

사실은 있었던 일 겉으로 드러난 일
진실은 아무것도 덧씌워지지 않은 그대로의 마음

사람들이 진실을 안다면
널 오해할 수 없을 거야

나는 진실을 알아
너의 진심을 알아

사실과 진실
진실과 사실

한 글자 차이로
뒤틀리고 어긋나는
그런 복잡한 거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게
너무 깨끗해서
엉엉 울었다
― 「사실과 진실」 부분(58~59쪽)

“확, 던졌다. 문득 가벼웠다.”
불안도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가벼워지는 시간
“너희는 아직 어려서 몰라.” “잠자코 공부나 해.” 청소년은 이런 말을 쉽게 듣는다. 그러나 청소년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한 사람의 어엿한 인격체로서 이 세계에 “단단하게”(「말하는 사람」) 존재하면서, 삶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더라도 저마다 꿈을 안고 씩씩하게, “자신의 온기로” 제 삶을 “데울 수 있는”(「어른이 되면」)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척도 없이”(「친애하는 나의 불안」) 다가오는 불안 속에서 오늘도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안녕을 비는 “다정한 편지 같은” 이 시집을 읽다 보면 “깊게 고인 슬픔의 무게”도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의 부피”(발문, 안미옥)도 외로움도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갈등과 방황 속에서 혼돈의 시기를 살아 왔던 어른들에게도 이 시집이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줄 거라 믿는다.

네가 올지 몰라
비 맞지 않도록
옆자리에 우산을 올려 두었어

(중략)

혹시 네가 올지 몰라
화장실도 꾹 참고 기다렸어

언제 와?
비도 그치고 날도 개고
하루 종일 햇볕만 닿아서
내 옆자리 되게 따뜻한데
― 「옆자리」 부분(28~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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