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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 15,000원
    • 저자
    • 헤르만 헤세(지은이)
      홍성광(옮긴이)
    • 출판사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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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에세이
쪽수 : 208p
크기 : 120*192mm
출간일 :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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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사랑한 작가 헤르만 헤세,
그의 문장에 깃든 삶의 통찰과 깨달음

“오늘날의 고난과 요구에 직면해 우리가 어느 정도나마 인간적 품위를 유지한다면
미래에도 우리는 인간적일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 이름만으로도 내면에 고민으로 가득했던 사춘기를 다시 떠오르게 하는 그는 우리 모두의 작가임에 틀림없다. 헤세는 청소년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히는 『데미안』을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 등 익숙한 책들의 작가로 독자 곁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을 떠올릴 때 그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면, 그건 그가 일생에 걸쳐 남긴 작품의 수가 상당할뿐더러 각각 저마다의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생전 수십 편의 소설과 시, 그 밖에 다양한 글을 발표한 그답게 헤세의 책들은 아직도 발굴 중에 있으며, 최근에는 굵직한 대표작들 뒤에 숨겨져 있던 산문집들도 속속 번역되어 발간되고 있다. 그의 더 많은 글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선택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저자의 문장들을 글의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고 한데 묶어 소개하는 마음산책 ‘문장들’ 시리즈는, 이러한 선택의 막막함을 해소해주기에 적절하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은 헤세의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여러 에세이, 그가 주고받은 편지들까지, 헤세에게서 비롯된 다채로운 ‘문장들’을 여섯 가지 주제(자연, 여행, 책, 지혜, 사랑, 내면)로 엮은 책이다.
이러한 문학 세계를 일구기까지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글로도 짐작해볼 수 있듯이 헤세의 삶은 곡절로 가득했고, 세상과 불화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는 그 고단한 여정 가운데서도 삶을 외면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집요하게 관찰하고 그만의 깨달음을 얻기로 선택한다. 그 길의 결과가 희망과 행복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깨달음을 얻은 그에게 희망 아닌 ‘절망’은 막다른 길이 아닌, 그 또한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절망이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의 결과지요. 삶을 덕과 정의, 이성으로 극복하고, 그 요구들을 실현하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의 결과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절망의 이편에는 어린아이들이, 저편에는 각성한 자들이 살고 있지요.
―『동방순례』 중에서

삶을 향한 헤세의 통찰과 깨달음은 그 안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선사했다. 그 예로, 헤세와 평생의 우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 작가 토마스 만은 『데미안』의 출간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회상하기도 했다.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들 또래의 선지자가 등장해서 삶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드러냈다고 생각했고, 그 고마운 충격에 기꺼이 휩쓸렸다.” 그리고 현재, 헤세의 문장들은 영원토록 남아 시대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는 척하고 혹평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고 인내하며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늘 승리했습니다.”
헤세가 들려주는 사랑의 단상들

헤세의 생애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의 섬세한 묘사를 잠시 들여다보기만 해도 자연을 향한 그의 사랑이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어릴 적부터 높은 산 위를 올라 저편의 세상을 깊이 동경했던 그는,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표를 자연을 이해하고 그걸 널리 알리는 일에 두기에 이르렀다. “나는 방대한 문학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이 의연하고 말 없는 자연의 생명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하고 싶었다. 자연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 법과 자연 전체의 삶에 참여하는 법을 알리고자 했다.”
헤세가 말하는 자연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풍경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기꺼이 그 생명의 순환에 뛰어들어 흙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자연의 움직임을 빠지지 않고 관찰해 그와 관계 맺는 일이다.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 무엇보다도 정원을 중요하게 여겼던 그에게 조경은 취미 이상의 것이었다. 정원을 가꾸며 그는 창조자로서의 기쁨과 뿌듯함을 느꼈고, 그 일에 몰두함으로써 자연과 진실한 관계를 이루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며 조그만 정원에 콩과 상추, 목서초와 금련화의 씨를 뿌리고, 썩은 찌꺼기로 거름을 준다. 나는 이런 식물들을 회상하고, 다가오는 식물의 종을 미리 생각한다. 다들 그러듯이 나 역시 이런 질서 있는 순환을 자명한 일로, 그리고 진정 아름다운 일로 받아들인다.
―「정원에서」 『정원 일의 즐거움』 중에서

책을 향한 그의 사랑 또한 지극하다. 그토록 많은 글을 썼음에도 헤세는 쓰기에 앞서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그의 글 「독서에 대하여」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 작가들이 열 배는 더 적게 글을 쓰게 된다면 그것은 결코 세상에 해롭지 않으리라. 글쓰기가 독서보다 더 나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게 독서는 낯선 이의 사고방식과 본질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친구를 얻는 일과 다름없었다. 책과 읽기의 중요성을 너무도 강조한 나머지 헤세는 독서의 유형을 구분해 각각에 따른 효과를 피력하기도 하는데, 가장 이상적으로 꼽는 것은 ‘자유로운’ 독서다. 궁극적으로 가닿아야 할 이 유형의 독자는 자신의 개성과 주관을 한껏 살려 읽을거리에 완전히 자유로운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독자는 어떤 책에서 멋진 구절, 지혜나 진리가 표현된 구절을 보면 시험 삼아 일단 뒤집어본다. 모든 진리는 그 역도 진리임을 그는 진즉 알고 있다. 그는 모든 정신적 입장은 하나의 극極이며, 거기에는 등가의 반대 극도 존재함을 진즉 알고 있다. 상상력과 연상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종이 위에 쓰인 것을 읽는 게 아니라, 읽는 것에서 받은 자극과 착상의 물결 속에서 헤엄쳐 다닌다.
―「독서에 대하여」 『책들의 세계』 중에서

자연과 책 읽기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컸던 탓인지, 헤세는 정작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늘 어려움을 겪곤 했다. 세 번의 결혼생활을 한 그는 가정보다는 작업에 몰두했고, 방랑과 은둔을 향한 열망을 이기지 못하고 걸핏하면 여행을 떠났다. 심지어는 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조차도 여행을 떠났는데,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나라를 가리지 않고 여행한 경험은 작가로서의 그에게 열린 시각을 가져다주었을지언정 그의 가족들에게는 불행을 안겨주었다. 그의 방황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 잘 드러나 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며칠 정도나 귀향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인가? 추측건대 나는 오랫동안 여행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장이 수록된 『뉘른베르크 여행』은 실제로 헤세의 두 번째 이혼 당시 소송에서 그의 은둔과 방랑에 관한 증거로 인용되었다.
허나 그의 사랑이 내내 묵묵부답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세 명의 아내에게 각각 동화 한 편씩(「아이리스」 「픽토르의 변신」 「새」)을 헌정한 바 있으며, 특히 세 번째 아내 니논에게는 많은 편지를 비롯해 그를 ‘달’에 비유한 시를 바치기도 했다. 이 마지막 결혼에서 안정을 찾은 헤세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와 함께하며, 긴긴 방랑에서 돌아와 비로소 정착하게 되었다.

“일찍이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헤세의 ‘내면으로 가는 길’

우울과 불안, 이 두 병증은 평생 헤세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그를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처음 정신적 위기를 맞았던 1892년 3월, 학교에서 도망친 일을 계기로 바트 볼 요양원에 입원한 헤세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요양원을 찾게 된다(1907년 몬테 베리타, 1909년부터 1912년까지 헤트비히 요양원을 찾았던 그는 이어 1916년에는 존마트의 요양원을, 1923년에는 바덴의 베레나호프 요양 호텔을 방문한다). 19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면을 탐구하는 글쓰기를 이어갔고, 1년 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 카를 융과의 만남을 통해 그는 『데미안』의 모티프를 얻기도 했다.
그의 불안한 내면은 시대의 혼란함과도 연결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전쟁 승리를 위해 온 국민이 단결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평화를 사랑했던 그가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발표하자 언론에서는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친구들도 그에게서 등을 돌렸으며 헤세는 점점 세상에서 고립되어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시선을 내부로 바꾸어 스스로를 성찰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며 세상을 관찰했던 경험 또한 곧 내면을 탐색하는 길로 이어졌다.

아주 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 싸우고 있었다. 그 알은 세계였고, 그 세계는 산산조각이 나야만 했다.
―『데미안』 중에서

헤세의 문학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 ‘내면’을 빼고 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랜 기간 고통받으며 탐구해온 신경증과 그로 인한 세상과의 끊임없는 불화……. 어쩌면 그의 온 생애가 혼란스러운 내면을 들여다보고, 무의식에 잠재된 억압을 해방하려는 시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괴로워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그가 자연과 책에서 진리와 가르침을 관찰했던 것 또한 내면으로 향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사물인 거요. 우리가 마음속에 지닌 것과 다른 현실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의 말에 따르면, 이는 새로운 발명이라기보다는 누구나 본래적으로 갖고 있는 내면을 발견하는 것으로, 따라서 헤세는 이를 곧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세계가 정해둔 목표에 눈을 빼앗긴 자아가 사라지면, 가려져 있던 어린아이의 기쁨이 되살아나듯이.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변신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았고, 기쁨에 겨워 노래 부르는 새소리에 귀 기울여보았다. 그렇다면 이 마음속의 새가 그의 내면에서 죽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다, 그의 내면에서 죽은 것은 다른 무엇이었다. (…) 죽은 것은 그의 자아가 아닐까? 불안해하는 작고 오만한 자아가 아닐까? 스스로와 오랜 세월 동안 투쟁했고, 언제나 다시 자신을 이겨냈으며, 사멸한 다음에도 또다시 살아나서 기쁨을 앗아가고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바로 그 자아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가 지금 어린아이처럼 그토록 확신에 차서, 그토록 두려움 없이 기쁨에 가득 차 있는 것은 그 자아가 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싯다르타』 중에서

마음산책 ‘문장들’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선보이는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은, 1970년 독일의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간된 전집을 주 텍스트로 삼아 헤르만 헤세의 소설과 시, 에세이 그리고 편지들을 한데 소개한다. 여섯 가지 주제에 따라 분류된 문장들은 글의 장르에 관계없이 어울리면서 수많은 저작을 남긴 그의 문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보다 편안하게 독자들을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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