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인생 만화책이라기보다는 인생 교과서로 여겼다. 카피마저도 늘 마음을 울렸던, 삼십 대 후반을 사는 지금도 여전히 마음 다 해 좋아하는 책. 그런 내가 좋아지게 만드는 책.
찾아보기: 『읽는 생활』 ‘가끔 어딘가 망가진 기분이 든다’ (p.90)
4.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나의 인생 만화책. 2018년에 3권이 나온 후로 다음 권은 여전히 소식이 없고, 나는 오늘도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아홉 글자를 검색해 본다. 여전히 3권은 비닐을 뜯지 않은 채로.
찾아보기: 『읽는 생활』 ‘만화책을 기다리는 일’ (p.100)
5. 방어가 제철
한 시절 직장 동료이자 계절 산책을 하며 우리를 나누는 친구 사이인 안언니. 얼마 전 언니 생일에 편지를 썼다. 이번 가을에도 함께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찾아보기: 『읽는 생활』 ‘올해도 축하할 수 있어서 기뻐’ (p.178)
6. 서점,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책의 마을이 있고, 그 안에는 각기 다른 마음으로 책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 나는 책방 점주로 사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책방 타이틀은 나의 가장 가까운 동네 책방이자, 가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기도 하다.
찾아보기: 『읽는 생활』 ‘오늘의 책을 만나러 간다’ (p.215)
7. 슬픈 인간
『사물에게 배웁니다』 출간을 맞아 사적인서점에서 전시를 진행한 적 있습니다. 그중 작가가 책처방사가 되어 좋아하는 책 세 권을 추천하는 기획을 했는데, 임진아 작가는 『슬픈 인간』, 『어린이책 읽는 법』,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를 추천했습니다. 아래 글은 임진아 작가의 『슬픈 인간』 추천글 전문입니다.
옛사람의 글에서 오늘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 당신에게
가끔 울고 싶어질 때가 있나요? 저는 그럴 때면 책을 잡습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서요. 그럴 때 가장 자주 손이 간 책이 바로 <슬픈 인간>입니다.
울고 싶은 날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뚜렷한 이유가 있어서 슬프기도, 또 이유 없이 슬퍼서 더 슬프기도 하고요. 이상할지 모르지만 나와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지금의 생을 함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버린 누군가의 일상과 닮아 있을 때면 내 존재가 갑자기 개미처럼 느껴집니다. 지구에 떨어진 아주 귀여운 개미요.
<슬픈 인간>은 지나간 사람들의 글을 부지런히 찾아다닌 엮고 옮긴이의 정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할 누군가의 계절, 모르고 지나친 누군가의 어둠, 오늘의 나와 가장 닮은 옛사람의 문장이 이 책 안에 있습니다. 옛사람의 글에서 오늘의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저는 무릎을 잡고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가게 됩니다. 무언가를 먹고 힘을 내게 됩니다.
아마도 슬픈 인간은 매 계절마다 제철 서적이 될 거예요. 우리는 사는 동안 웃는 만큼 또 슬플 테니까요.
-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닮고 싶은, 책처방사 임진아 드림
8.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사물에게 배웁니다』 출간을 맞아 사적인서점에서 전시를 진행한 적 있습니다. 그중 작가가 책처방사가 되어 좋아하는 책 세 권을 추천하는 기획을 했는데, 임진아 작가는 『슬픈 인간』, 『어린이책 읽는 법』,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를 추천했습니다. 아래 글은 임진아 작가의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추천글 전문입니다.
음악가를 직업으로 삼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당신에게
‘지금 이 일이 정말 내 일이 맞을까?’ 일이 힘든 날이면 떠오르는 고민입니다. 이어지는 질문도 있지요. ‘직업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을까?’그리고 ‘만약 그 때 그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하는 후회까지도요.여러분은 어떤 직업에 미련이 남으시나요? 저는 무대에 오르는 일을 하고 싶던 적이 있습니다. 20대 초에 기타를 배워, 20대 중반에는 몇 곡을 만들었고, 또 무대에 섰던 날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과정을 겪으며 알아차렸는지도 모릅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요.
저는 노래를 듣거나 노래를 부르며 울먹거릴 때가 많습니다. 공연을 보러 가서도 꼭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손수건은 필수품입니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으로서는 영 꽝이지요. 그렇기에 혼자서 울 수 있는 직업을 택한 건지도 모릅니다. 고개를 숙여 그림을 그리고, 모니터를 마주보며 글을 쓰는 작은 책상이 저에게는 무대가 됩니다. 지금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어쩌면 지금의 성격에 딱 맞는 일이기에 지속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겪어볼 수 없는 음악가의 하루하루를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을 합니다. 그렇게 제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닮고 싶은, 책처방사 임진아 드림
9. 임진아 작가의 '잃은 문장' 책 맛보기
나는 책만 읽으면 곧장 문장을 잃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쓴 나의 문장보다 타인에게서 우러나온 전혀 다른 맥락의 문장이 나를 대변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치 지각생이 된 기분을 겪는다. 늦은 줄도 몰라 숨이 차지 않는 지각생이 되어 멀뚱멀뚱하게 먼저 쓰인 문장을 바라본다.
- 임진아, 『읽는 생활』 188쪽
'잃은 문장'에 소개된 책들을 일부 진열했습니다. 임진아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며 문장 속에서 길을 잃어 보세요.
- 대니 샤피로, 한유주 옮김,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마티, 2022)
- 미야시타 나츠, 이지수 옮김, 『바다거북 스프를 끓이자』(마음산책, 2020)
- 줌파 라히리, 이승수 옮김, 『책이 입은 옷』(마음산책, 2017)
- 윤이나,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한겨레출판, 2022)
- 쓰루타니 가오리, 현승희 옮김,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1권(북폴리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