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자유롭게 여행하지 못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사실 그닥 답답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 누워 내 마음속을 무수히 헤매고 다니는 것에 익숙한 까닭이다.
육체는 침대에 누워있지만,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느라 정신은 언제나 지치고 피곤했다.
하지만 그림책을 그리면서 예전의 나와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그동안의 방황이 언제부턴가 돌아올 ‘내’가 있는 모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돌아올 일상이 있다는 것.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며 지키고 싶은 나 자신이 있다는 것.
나는 그림책을 통해 내 마음의 여정을 기록했던 것 같다.
<여우모자>를 말들 땐 혼자이고도 싶고 사람들과 함께이고도 싶었던 관계에 서툴렀던 마음.
<마음의 비율>을 만들 땐 이왕 태어난 거 어쨌든 한번 살아보자란 마음.
<날개양품점>을 만들 땐 인간에 대한 미움을 강아지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무마하고 싶었던 마음.
<고래 옷장>을 그릴 땐 예쁜 모습도 미운 모습도 결국 다 나인데 어쩌겠어! 라는 마음.
‘사적인 서점’과의 전시에서 보여드릴 이 그림책들이 이제 곧 일상으로 돌아갈 당신에게
마음만은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안내해준 상냥한 ‘지도’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여행이 끝난 후에도 버리지 않고 코트 주머니 안에 넣어둔,
누군가 정성스럽게 그려준 누런 종이지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