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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조에 부스케(지은이)
      류재화(옮긴이)
    • 출판사
    •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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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소설
쪽수 : 220p
크기 : 140*220mm
출간일 : 2015.09.01


“조에 부스케는 육체에 대한, 정신에 대한, 생명에 대한 질문을 우리가 결코 체험할 수 없는 자리에까지 밀고 간다.”

사건 하나가 그의 몸에, 그의 생에 전격적으로 당도한다
1918년 5월 27일, 이십대 청년 조에 부스케는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장인 바이이 전투에서 쓰러진다. 총탄이 젊은 하반신을 뚫었다. 사건 하나가 그의 몸에, 그의 생에 가차 없이 당도한다.
하반신 불구가 된 그는 남은 생을 카르카손 베르덩 53번가 자택 침실에서 보냈다. 그의 방 덧창은 늘 닫혀 있었다. 조에 부스케는 죽기 전까지 부상의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렸다. 불구가 된 자기 몸에 대한 고통과 환멸, 수치, 치욕은 매 순간 왔다. 세계는 내게 적대적이다. 외부로부터 온 총알이, 사고가, 나를 망쳐놓았다, 고 생각했다. 사적인 분개, 의지의 실패와 좌절로 인해 자살을 기도했다. 아편을 피웠다.

“스무 살에, 나는 포탄을 맞았다. 내 몸은 삶에서 떨어져 나갔다. 삶에 대한 애착으로 나는 우선은 내 몸을 파괴하려 했다. 그러나 해가 가면서, 내 불구가 현실이 되면서, 나는 나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상처받은 나는 이미 내 상처가 되어 있었다. 살덩이로 나는 살아남았다. 살덩이는 내 욕망들의 수치였다.”

이 난파선은 심해로 곤두박이치는 대신
파도 마루에서 이제는 없는 배의 실루엣을 끊임없이 그려댄다
어느 날부터인가, 조에 부스케는 자신에 몸에 당도한 사건을 전혀 다른 차원의 사건으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절망하는 대신, ‘공부’한다. 좁은 방 침대에서 죽어가는 자신의 불구의 몸을 유영하는 우주 속 한몸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를 구원할 것은 치료도, 신도, 천사도, 관념도, 감상도, 이상도, 철학도 아니었다. 자신의 부스러기 몸을 거대한 우주의 별 부스러기로 깨달으며 달관하는 순간, 생의 비밀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시적인 세계임을 언어로, 문학으로 증언한다. 현실 표현의 언어와 초현실의 언어를 연결하여 현실을 초현실의 자리로 끌어가고 초현실을 현실 이편으로 데려온 것이다. 비로소 ‘사고(accident)’가 ‘사건(evenement)’이 된 것이다.
진정한 사건은 외부에서 온 것을 그냥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자기 몸의 일부로 여기고 그냥 그것을 살아내는 것이다. 조에 부스케는 드디어 자기를 괴롭히는 참혹한 사고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것을 장악해서 대상화한다. 결국 그것과의 합일을 이루어낸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에서 온 어떤 것, 즉 사고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결국 강하게 원하게 되는 일. 그리고 그렇게 되는 순간 사고는 에벤툼 탄툼, 즉 대(大)사건, 생득의 경지에서 얻어지는 사건이 되어 생명력 가득한 섬광과 광채를 발한다. 이 섬광과 광채는 아주 찰나, 거의 오르가즘적인 순간적 찰나의 빛이다. 전율적 빛.

창작과 교유의 장소, 조에 부스케의 방
32년 동안, 온 생애 동안, 침대에 붙박인 조에 부스케는 당시 전후 시대 화가들과 시인들의 가교였으며, 어둠의 침실, 조에 부스케의 방은 그들의 만남과 사교의 장소였다.
조에 부스케는 당대 예술가들의 일종의 계시자가 되어 있었다. 르네 샤르, 막스 에른스트, 한스 벨메르, 장 폴랑, 앙드레 브르통, 가스통 바슐라르, 뤼시앵 베케르, 르네 마그리트, 이브 탕기,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 호안 미로, 프란시스 피카비아, 프랑시스 퐁주, 앙드레 지드, 앙리 미쇼, 폴 발레리, 마르셀과 장 발라르 등.
(1918년 5월 27일, 같은 전장, 반대편 진영에 있었던 막스 에른스트는 그와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그의 방은 에른스트의 그림으로 가득 찬다.)
서로의 생각과 견해를 주고받은 문인들로는 카를로 수아레스, 장 카수, 장 폴랑, 레몽 크노, 로베르 데스노스, 루이 아라공, 갈리마르, 시몬 베유 등이 있었다. 특히 시몬 베유는 1942년 그를 자주 찾아왔고, 〈사랑〉이라는 시를 영어로 자주 암송해주었다.
그의 친구들에게 조에 부스케는 완전히 자신을 내주었다. 불면증, 육체적 고통, 시적 환각, 조형적 환각, 지하세계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듯한 악몽. 이런 것들을 들려주고 나누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인간 조건의 마이너스, 그 끝의 제로.”

"그는 진정한 스트아주의자이자 가장 위대한 모랄리스트"
조에 부스케는 훗날 철학자 질 들뢰즈에 의해 완벽하게 재평가되었다. 들뢰즈는 《의미의 논리》 계열 21 〈사건에 대하여〉에서, 조에 부스케를 진정한 스토아주의자이자 가장 위대한 모랄리스트라고 명명한다. 그 이유는 모랄이 ‘무엇을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든 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처든 전쟁이든 죽음이든, 아니 그 무엇이든, 좋든 싫든,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여야 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은 사고가 아니다. 자기에게 온 ‘사고’를 온몸으로 구현하는 것만이 ‘사건’이다. 바로 조에 부스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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