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천문학회 선정‘2018 올해의 천문학 도서’수상작
천문학 분야 세계 최고의 석학 트린 주안 투안이 들려주는
밤과 우주 속 인간 존재의 근원에 관한 사유
태평양 한가운데 해발 4,207미터 마우나케아 천문대. 이곳은 오늘날 현대 천문학의 기념비적인 장소이자 의미 있는 천체물리학적 발견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 관측이 가능한 곳이다. 버지니아 대학교 천체물리학 교수인 트린 주안 투안(Trinh Xuan Thuan)은 이곳 마우나케아천문대에서 청색 밀집 왜소은하에 관한 연구를 위한 천체 관측을 위해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이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어린 시절 베트남 전쟁을 겪은 저자에게 밤이란 언제 어디서 북베트남군 특공대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고, 끊임없는 포탄소리와 어둠 속 지평선이 불그스레한 색으로 물드는, 죽음과 결합된 위험 그 자체였다. 이후 스위스의 로잔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밤중에 유탄이 날아들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안심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둠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은 이처럼 밤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저자가 인간과 자연, 우주의 관계가 결국 상호의존과 비영속성이라는 개념들로 수렴된다고 보는 사유의 과정을 ‘밤’이라는 여정을 통해 들려준다. 그는 땅거미에서부터 새벽녘까지 은하를 분석하고, 우주의 기원을 발견하기 위해 수십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흑색물질의 수수께끼를 조사하며 세상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인간 존재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세계적인 문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밤에 드리는 시』를 비롯해 고흐, 샤갈, 피카소, 뭉크,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밤이 상징하는 사랑과 두려움, 신비로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이 펼쳐지는 마우나케아천문대에서
밤과 세상에 대해 짧고도 긴 이야기를 시작하다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은 시간에 따라 깊어지는 밤의 모습을 중심으로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 ‘밤이 내려온다’는 어둠이 내려오는 시간부터 시작하여 마우나케아천문대에 오게 된 이유, 천체관측을 준비하며 해가 지는 황혼의 전경을 통해 낮과 밤이 바뀌는 순간이 갖는 과학적 신비와 태양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달과 지구의 상호작용,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성을 비롯한 지구 주변의 여러 행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트린 주안 투안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과 과학 소재들을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접근하여 읽을 수 있도록 매우 부드럽고 세심한 묘사와 서술로 첫 장을 풀어낸다.
2장‘깊은 밤으로 들어가다’는 밤의 한 가운데에 본격적으로 관찰되는 별과 혜성, 은하의 기원과 신비를 보여준다. 수많은 별들의 빛을 통해 추측되는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의 순간과 초기 모습, 점점 팽창하던 우주가 빅뱅(bigbang)이라는 대폭발을 일으켜 탄생한 지구와 태양, 달 그리고 수많은 별과 행성의 기원 속에서 인류의 시작과 역사를 함께 엿볼 수 있다.
마지막 3장 ‘밤을 보내다’에서는 새벽에서 동이 틀 무렵까지 밤하늘 관측을 하며 우주의 미래와 운명을 그려보고, 젊고 푸른 행성 지구와 인류의 앞날이 결코 우주의 운명과 동떨어질 수 없는 배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룻밤 동안 진행된 관측 결과를 정리하며 태양이 뜨는 순간, 또 다른 천체 순례를 떠나고 싶은 천문학자로서의 호기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머리 위로 고흐가 본 그날 밤 그 밤하늘과 꼭 같은,
여러 가지 색깔의 별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독창적이고 낭만적인 스토리텔러로 유명한 저자 특유의 문학적 묘사가 돋보이는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은 ‘과학과 아름다운 예술의 조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프랑스 천문학회가 뽑은 ‘2018년 올해의 천문학 도서’에 선정되었다. 한없이 아름답고, 가끔은 두렵기도 하지만 여전히 신비로운 밤으로의 여행을 통해 별과 우주의 본질뿐 아니라 인간 존재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