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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 18,600원
    • 저자
    • 목정원
    • 출판사
    •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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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에세이/예술
쪽수 : 188p
크기 : 127*200mm
출간일 : 2021.10.15

점퍼 상품상세 이미지-S1L3
“슬픔을 아는 아름다움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흔적을 더듬는 목소리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의 비평 에세이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의 산문집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목정원이 2013년부터 프랑스에서 6년, 한국에서 2년 동안 마주했던 예술과 사람, 여러 사라지는 것들에 관하여 쓴 책이다. 공연예술에 관해 쓰고 말한다는 건 일면 공허를 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발생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시간예술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관객의 눈앞에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리하여 관객에게 남는 것은 점차 희미해질 기억뿐이다. 그럼에도 목정원은 사라지는 것에 관해 말하고자 하며, 오히려 자신에게조차 작품이 충분히 희미해졌을 때에 쓰고자 한다. 한 시절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기억 속에 남은 흔적들과,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을 건네주기 위하여. 이 책은 그러한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에 보내는 비평이자 편지이다.

슬픔을 기억하려는 힘

우리는 실체가 있는 것만을 사랑할까. 혹여 본 적 없는 얼굴을 더욱 사랑할 수도 있는 걸까. 그럼에도 무언가에 마음을 기대야 한다면, 계속 사랑하기 위해 어떤 흔적이 더 필요할까.
―28쪽.

시간예술의 특징은 사라짐에 있다. 회화와 같은 공간예술이 한번 완성되면 파괴되지 않는 한 공간 속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달리, 연극과 같은 시간예술은 얼마간 시공간 속에 발생했다가 사라진다.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라면 시간예술뿐이 아니다. 인간의 생 또한 한 편의 공연처럼 세상에 머물렀다가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지만, 그 와중에 어떤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물론 흔적이 남는 것과 존재가 남는 것은 다른 일이기에, 이 모두에는 근본적으로 슬픔이 있다.
목정원은 예술과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그 슬픔의 흔적에 관해 말한다. 〈봄의 제전〉을 통해, 백 년 뒤의 관객들은 안무가 니진스키의 삶과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춤을 떠올린다. 춤이 기록되지 못한 채 원전이 소실된 작품을 복원하려 하거나 다시 만드는 일은 무엇일까. 이는 본 적 없는 이의 얼굴을 사랑하는 일이며, 그가 남긴 흔적을 그러모아 그 얼굴을 다시 그려보는 일이다.
의상제작자 솔렌과 만난 때를 돌아보며 저자는 무대의상의 특수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대의상은 하나의 공연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그 옷들은 무대 위에서 잠시간 쓰였다가 이내 무용해져 창고에 보관되거나 애호가들의 수집품으로 남는다. 따라서 그 옷을 만드는 일은 발생하면서 소멸하는 고유함을 위한 일이며, 이때 무대의상은 그 자체로 생의 은유가 된다. 이는 목정원에게 안무가 알랭 플라텔의 〈타우버바흐(Tauberbach)〉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작품에는 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부르는 바흐와 함께 무대에는 수백 벌의 옷이 무덤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무용수들은 음악을 비껴 가는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옷 무덤에 파묻혀 사라지고, 무덤 속에서 옷을 입고 나온다. 이어 알랭 플라텔의 다른 작품인 〈아웃 오브 콘텍스트 – 피나 바우쉬를 위하여〉를 함께 회상하며, 목정원은 누군가는 볼 수 없는 춤을 보고, 누군가는 들을 수 없는 노래를 듣는 일에 관해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사라진 것과 다름없는 경험에 따르는 슬픔에 대해.

어엿한 동시대인이 되기에 아직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전부 타인의 아픔에 관한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모르는 동안, 어떤 이들은 멀리 떠나버리기도 했다. 남겨진 편지가 해독되지 않을 곳으로. 잊히지 않는 것들을 잊은 곳으로.
―47쪽.

목정원은 배삼식 작가의 〈먼 데서 오는 여자〉로부터 동시대인으로서 목도했기에 우리가 아는, 우리 몸의 역사가 된 죽음들을 읽어내고, 김동현 연출가를 추모하는 공연을 본 뒤 고인에게 편지를 쓴다. 현실과 작품 속에서 죽어간 여성들을, 왕명을 어기고서라도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는 안티고네에 주목한다. 2015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죽음이 지닌 슬픔과 두려움이 극장을 무겁게 감싸고 있을 때,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세계의 고통을 직시하고자 하는 앙헬리카 리델과 의도치 않게 참상을 재현하는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연극을 통해 여러 죽은 자들 앞에 살아 있고 현존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성찰한다.
이렇듯 여러 상실에 관한 기억을 오래 묻어뒀다가 이윽고 말로써 남기는 일은 저자에게 있어 슬픔을 해소하는 방식인 동시에 소멸 뒤에도 남는 것들을 통한 애도처럼 보인다. 그러한 애도는 어쩌면 〈봄의 제전〉에서처럼 떠난 이가 남긴 흔적을 그러모아 얼굴을 다시 그려보는 일과 유사할 수도 있고, 오르페우스가 마지막으로 보고야 마는 에우리디케의 얼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바라보고픈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는 일이 기억하는 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그 과업에는 필연적으로 사랑이 수반되는 셈이다.
사랑은 소멸을 넘어서 무언가를 기억하게 하고, 또한 그것이 개인의 기억을 넘어 다른 이들의 몸에도 새겨질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다. 관객을 사랑한 예술가 장 빌라르에 관한 일화, 그리고 오페라를 사랑하는 장 끌로드 아저씨와의 우정 이야기, 그리고 저자 자신이 사랑했던 외할아버지에게 보내는 노랫말 등을 통해 사랑은 다른 이에게 많은 것을 전하는 일임을, 그러한 사랑의 흔적들을 유산으로 삼아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음을 목정원은 또한 말해주고 있다.

나는 당신에게 노래를 나누어준다. 당신은 또 다른 곳으로 가 노래의 일부를 나눠줄 것이다. 목도한 슬픔을 당신의 몸에 기입하며. 당신의 호흡대로 춤추며. 다시 사랑하며.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이 되었다가, 마침내 우리가 아닌 것들로 흩어진다. 죽음 이후에는 정말로 영혼만 남게 될까. 그때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서로를 비춰볼 몸이 없어도. 모든 계절을 춤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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