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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만화
쪽수 : 204p
크기 : 153*224mm
출간일 : 2020.12.11




상처받은 마음들을 따뜻하게 비춰 줄 단 한 권의 만화 
혼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

첫 책 『기분이 없는 기분』이 2019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우수만화에 선정되며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구정인 작가의 신작 『비밀을 말할 시간』(창비만화도서관 5)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아버지의 고독사를 마주하고 내면의 슬픔을 받아들이는 인물의 심리를 그렸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중학생 은서가 어린 시절 겪은 성추행 사건을 스스로 극복해 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어린 시절 낯선 사람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기억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은서를 괴롭힌다. 가해자를 향한 분노, 자책, 엄마에 대한 원망 등 깊은 감정의 골짜기를 지나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은서의 모습에서 어느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안고 있던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당당히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을 응원하는 수작이다. 아동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자기를 긍정하며 성장하는 여성 청소년 서사이자, ‘구정인 만화’라는 장르를 구축할 작품. 

9년 동안 말하지 못한 상처 
이제는 ‘비밀을 말할 시간’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돌아오던 날, 은서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어린 시절 겪었던 성추행 사건을 떠올린다. 9년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다.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은서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만 간다.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 피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자신을 돌보지 못한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며 은서는 무겁고 어두운 마음의 길을 지나오는데…….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까지 주변의 도움은 은서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 은서는 고민 끝에 가장 친한 친구인 지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지윤은 가해자를 향한 마땅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은서를 위로한다. 하지만 아직 걱정은 모두 해결되지 않았다. 지윤은 혹시 은서의 몸에 남아 있을지 모를 후유증을 걱정하면서 은서에게 함께 병원에 갈 것을 제안한다. 지윤이 전한 정확한 공감과 이해로 힘을 얻은 은서는 두렵지만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일곱 살 때 성추행을 당한 은서가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기까지 넘어서야 했던 자책과 복수심, 원망과 후회와 두려움의 문턱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우리 내면에 묻혀 있는 ‘괜찮다’는 감정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비춰 주는 따뜻한 빛이 필요하다. 『비밀을 말할 시간』은 우리에게 그와 같은 빛이 될 것이다. ― 최진영 (『이제야 언니에게』 작가) 

우리의 경험, 우리의 이야기 
더 많이 공유되어야 할 숨은 기억들

『비밀을 말할 시간』은 성공적인 데뷔를 알린 전작 『기분이 없는 기분』에 이어 또 한번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만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구정인 작가만의 장르를 구축했음을 입증했다. 전작에서 아버지의 고독사로 우울증을 겪고 다시 삶을 되찾아 가는 주인공 혜진의 내면과 성장을 차분히 따라가던 작가의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살면서”(121면) 누구나 듣고 경험했을 법한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되었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주인공 은서의 내밀한 감정을 파고들며 작가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개별적인 사건이 품은 공동체의 보편적인 기억이다. 친구 지윤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한국에서 자라난 여성이라면 은서가 겪은 사건과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보고 들은 바 있을 것이다. 작가는 여성들에게 공유되는 기억을 동네의 놀이터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일상적 공간에 소환한다. 흑백의 담백한 그림체는 특별할 것 없는 공간들을 여백과 함께 담으면서 그 사이에 숨은 말들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담담하면서도 눌러 담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구정인 만화’만의 매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피해를 마주하고 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은 내 몫이 아닌 것들과 비로소 이별한다. 그 이별의 시간에서 주인공이 좋은 여성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다행이었다. 사회는 여전히 더디게 변하지만 우리는 안다. 너의 눈물이 나의 눈물임을,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음을. ― 김보라 (영화 「벌새」 감독)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고 잘못되지도 않았다는 걸.
나는 괜찮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사과를 구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사건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갈수록 선명해지는 피해의 기억은 가해자에게 죄를 물을 수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은서를 더욱 괴롭힌다.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분노는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고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엄마에게 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은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제의 답을 분명히 알고 있다. 모든 것은 가해자의 잘못이고,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193면)는 것.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은서를 지탱한 것은 다름 아닌 은서 자신이다. “벗어나야 해.”(113면) “도움이 필요하다. 이야기하고 싶어. 위로받고 싶어.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해.”(113면) 은서는 “나는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111면)다는 생각을 분연히 떨쳐 내고 도움의 손길을 찾아 일어선다. 병원으로 떨리는 발걸음을 옮기는 은서와 지윤을 열렬히 응원하게 되는 까닭은 두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아 행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은서는 반가운 청소년 서사의 등장을 알리는 건강하고 미더운 주인공이다. 어느 혼자만의 비밀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은서로부터 발화되는 비밀에 우리의 마음을 내어 줄 시간이다.

어릴 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많이 전해지지 않는다. 폭력의 피해자가 겪는 힘듦에 공감한 경험이 늘어날 때 가해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가해자가 자신의 폭력을 자랑할 수 없는 사회가 되는 데 이 만화는 힘을 보탠다. ― 송승훈 (광동고 국어 교사,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 분과 물꼬방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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