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언어 - 발견하고 경험하게 하는 자연의 말들》은 이런 책입니다!
자연에서 바라보고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몇 개의 단어로밖에 설명하고 묘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사전에세이’ 형식의 이 책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했으나 잘 몰랐던 구체적인 자연의 모습과 다양한 지구의 구성원들을 ‘단어’를 통해 발견하고, 자연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연결될 수 있도록, 자연과 맺는 관계가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산책하며 모은 자연의 이름과 이야기
‘자연’을 떠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세심하고 예민하게 ‘자연’을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과 날씨, 매일 모습을 바꾸는 우리 주변의 식물들, 인간의 친구가 되어주는 친근한 동물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아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새와 곤충. 하루의 대부분을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지내는 사람이라도, 자연을 만나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알고 보면 우리는 늘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자연이 품고 있는 뭇 생명이 베푸는 것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우리에게 늘 보고 경험하는 ‘자연’을 설명하고 묘사해 보라고 하면 막막해진다. 식물은 ‘초록색’이고, 하늘은 ‘푸를’ 뿐이고, 좋은 풍경 앞에서는 그저 ‘아름답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자연에 조금 더 가까운 존재였던 어린 시절에는 주변 자연을 호기심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 안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보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공룡부터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한 곤충이나 바다생물 이름도 하나하나 외워서 불러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갈수록 주변 자연환경과 뭇 생명을 향해 발달시켰던 우리의 감각의 촉수는 점점 더 무디어져 갔다. 《산책의 언어》는 이렇게 나도 모르게 점점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그래서 자연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가난해진’ 사람들이 새로운 ‘단어’를 통해 다시 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차가움에 베일 때마다 자연 속을 산책하며 온기를 얻었고, 산책하며 주운 자연의 이름과 이야기를 모아 이 책을 썼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게 해 주는 ‘언어’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새로운 시각’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여행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게 해 주는 열쇠가 바로 ‘언어’다. 저자는 늘 곁에 있었지만 다시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자연의 다양한 구성원과 그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자연과 자연현상에 붙여진 이름과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수집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의 경험이 깊어지고 연결되길 바라며 인간의 감각과 표현, 행동과 관련한 단어들을 선별했다.
책을 읽다 보면 분명 우리말인데 뜻을 모르는 단어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 동시에 새로운 이름과 이야기를 알아 갈수록 그것들이 결코 낯설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연의 이름과 이야기를 아는 일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어린 시절 사랑했던 공룡과 곤충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 것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는 그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과 그 시절 자연과 맺었던 관계를 회복시켜 준다.
‘단어’를 통해 자연과 새로운 관계 맺기
《산책의 언어》는 에세이와 사전이 결합된 ‘사전에세이’ 형식의 글이다. 하늘, 땅, 물, 식물, 동물, 날씨, 시간과 계절, 자연 속에서, 이렇게 크게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우숙영 작가가 쓴 짧은 에세이와 이민선 작가의 그림이 이어진다. 그리고 저자가 세심하게 의미를 음미하며 하나하나 수집한 키워드별 관련 단어와 단어 설명이 붙는다. 작가가 보고 경험한 자연을 우선 글과 그림으로 만나고, 그와 관련된 새로운 단어들과도 만나게 된다.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마음이 가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다. 단번에 다 읽지 않아도 된다. 캠핑이나 여행, 산책 등 자연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련 있는 키워드와 단어를 찾아 조금씩 꺼내 보아도 좋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일, 낯선 단어들을 통해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