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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 14,000원
    •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지은이)
      김난주(옮긴이)
    • 출판사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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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에세이
쪽수 : 208p
크기 : 128*188mm
출간일 : 2021.06.25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멋진 가게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는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가 사랑한 동네, ‘시모키타자와’의 주거 에세이

“자유로운 이 동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어른이 되어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고 있었다.”
비행기 대신 책으로 떠나는 장거리 여행

일본의 국민작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가 자유로운 분위기의 동네, 시모키타자와에서 살면서 겪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이제는 시모키타자와 토박이가 된 요시모토 바나나. 처음부터 이곳에 정착할 계획은 아니었다. 그저 대학생 무렵, 시모키타자와의 주택가에서 훤칠하고 멋진 남자와 스타일 좋고 섹시한 여자가 검은 옷으로 휘감고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한 로커 부부의 모습을 본 것이 인상 깊게 남았다. 다른 동네였다면 소문이 나돌 만큼 파격적인 모습이었는데 이곳에선 그저 자연스럽기만 했다.

이 책을 쓰던 당시 마흔 여덟 살이었던 바나나는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어른이 되어도 된다는, 당연한데도 어려운 삶의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멋지게 이루어지는지를 이 에세이를 통해 보여 준다.

같은 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던 장거리 여행이 단절된 지금, 책으로나마 낯선 타지에 대한 갈망을 채워보면 어떨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적당히 혼돈스럽고 절묘한 균형감을 가진 시모키타자와의 거리를 걷는 듯한 신선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시모키타자와 거리를 걸어보기 바란다. 다리가 뻐근해지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또 걷는다. 무수한 사람들이 울고, 웃고, 마시고, 토하고, 꿈을 잃고, 실연하고, 또는 행복을 찾으면서 이 길거리를 몇 번이나 걸었다. 길에는 투명하게 겹쳐진 유령처럼 흔적이 남아 있고, 그 흔적은 아무리 풍경이 달라져도 여전히 기척으로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것이 거리가 지닌 깊이이며 슬픔이며, 또 좋은 점이기도 하다.” (30~31쪽)

“무언가를 선택한 사람과 흔들림 없는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소설 창작과 육아 속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해치우며 살았던 한 시절의 기록

자유분방한 생활 가까이에 살아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그리고 입시 시험을 완전히 망치고 아버지와 유유자적 거닐었던 시모키타자와의 써늘한 공기 등의 우연한 추억이 모여 어느 샌가 그녀는 시모키타자와에 흘러들었다. “거리가 꿈을 꾸었던 시절의, 그 꿈의 기운을 지닌 채 창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울리는 그곳으로.

어른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한 북적거림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미래를 만들기 위한 북적거림’이 가득한 시모키타자와의 매력은 마흔에 아이를 낳아 키우느라, 남편은 바쁘고, 노쇠한 부모님까지 돌보느라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빴던 그녀에게 적당한 자유와 위로가 뒤섞인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벌써 열한 살이 된 아들은 밤에 엄마와 함께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깊은 밤 출출하면, 일 때문에 늦게 돌아온 내게,
“엄마, 뭐 먹으러 안 나가”
하고 슬쩍 옆구리를 찌른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나도 어렸을 때, 밤늦게 배가 출출한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고 라면을 먹으러 가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루틴에서 벗어난 시간에 평소와는 다른 일이 생기면, 설렌다. 아이란 그런 존재이다.
나와 아들은 그 시간에 힘을 내서 선술집이나 만두 가게 ‘오쇼’에 간다.
그는 이제 자기 입맛대로 메뉴를 고른다. 그것도 큰 변화다. (40쪽)

시모키타자와는 확실히 다른 동네와 조금 다르다. 위층에 새끼 돼지가 살고 있어 밤중에 뒤뚱뒤뚱 천장을 울리기도 하고 새벽까지 글을 쓰고 있으면 건너편 건물에 역시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창문이 있어 외롭지 않다.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맥주 한 잔을 마시고(아이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아스라이 취해 해 저문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여유가 있어 더욱, 어린 아이와의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이 그토록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으리라.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천사가 되었던 사람은, 반드시 행복해진다.”
인생이 살 만하다고 느껴지는 19가지 처방약 스토리

집안일과 육아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바나나의 일상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등의 잡다한 일에 언제나 운전을 도맡아 준 서점 사장님이나, 음악 페스티벌에서 자기 인생을 멋지게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 준 시나 씨 등 일상의 영웅들 덕분에 깨알 같이 풍요로운 나날로 변모했다.

이는 그저 시모키타자와의 선물만이 아니라, 타인을 깊게 들여다보고 밝은 생명의 에너지를 찾아내고, 진심으로 그 호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과 동반한다. 바나나는 너무나 아픈 상태에서도 화기애애한 가족이 운영하는 수프카레 집에서 그들이 뿜어내는 밝은 원기를 깨닫고 감사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그녀는 시모키타자와에서 그냥 지나치면 볼 수 없는 면면에서 반짝이는 소중한 단상을 건져 올려 이 책에 낱낱이 기록했다.

“사랑을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무언가가 순환된다.
그것이 인간관계, 각자의 무거운 문제마저 풀린다. 그런 식이면, 괜찮다.” (114쪽)
“감사, 그 정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다.” (101쪽)
“그럼에도 그가 해 보자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실현에 옮긴 것 자체가, 영웅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것을 보고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158쪽)

물론 만나서 좋았던 경험만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공허해지는 일도 있다. 차를 마셨던 마음 평안한 서점, 아이와 함께 잡다한 장난감을 골랐던 희귀한 가게가 별안간 어떤 이유에서 속속들이 사라져 간다. 울트라맨과 가면 라이더를 함께 보던 아들은 어느새 게임의 세계로 옮겨 간다. 그러나 한 시절의 마감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도 인생.
우리의 시모키타자와에는 아직도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멋진 가게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것을 주목하는 힘이 곧 인생의 원동력에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 책은 알려 준다.

“그리고 여러분도 언제든 이 멋진 동네 시모키타자와에 놀러 오세요. 그리고 만약 마음에 들면 눌러살아도 좋겠죠.” (172~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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