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육지를 오가며 기록한
다정한 마음의 여정
태어나고 자란 제주를 배경으로 지은 그림책 『귤 사람』, 『고사리 가방』 등으로 자신이 머물러 있는 풍경을 구체적이고도 섬세하게 풀어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성라 작가의 그림에세이 『쓸쓸했다가 귀여웠다가』가 출간되었다. 섬과 육지를 오가며 마음이 양면으로 만나 포개어지는 생활 속 순간들을 그림과 에세이로 담아냈다.
작고 고요한 얼굴로 우리 곁을 이루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눈인사를 건네며, 자신의 시절을 건너가고 있는 작가는 이번 그림에세이를 통해 육지와 섬을 오고 가는 생활에서 발견하게 된 깨달음을 그림과 에세이로 촘촘하게 기록했다. 일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생기 있고 천진한 상상력의 그림과 일상의 체험을 반추하여 써 내려간 에세이는 오롯이 ‘내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굴레 속에서 쓸쓸함과 귀여움이 교차하는 자리에 우두커니 남겨져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방법에 대해 골몰한다. 출발이 있기에 도착이 있고, 떠남이 있기에 머무를 수도 있는 양면의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자신을 다독였던 순간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기 먼저 도착해 그들을 기다렸으면”
1부 제주를 시작으로, 5부 섬으로부터까지, 여행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다가도 이곳이 ‘남쪽 섬’임을 잊으며 살아가는 작가의 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번 그림에세이는 ‘제주’와 ‘신도시’를 오가며 보내는 생활의 면모도 엿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장소로 두고 양면의 마음을 지니는 우리 모두를 초대한다. 서로에게 다정한 말들을 나누는 모임에서, 담벼락을 오르며 무성히 자라는 풀을 응원하는 자리에서, 제철 과일을 만나며 계절을 실감하는 거리에서, 엄마의 문자 메시지 속에서 작가는 삶의 장면에 함유된 다채로운 감정을 동시에 읽어내며 마음을 어루만진다.
또한, 이번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창문’이다. 작가는 섬과 육지를 오가며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창문을 읽어준다. 비행기와 작업실의 창문이나 건물에 가려진 작은 건물의 창문 등을 등장시키며 창 안에 있는 나와 창밖에 있는 풍경을 나란히 겹쳐본다. 창문은 작가가 간직하고 있는 투명하고 맑은 시선이자, 무언가를 구분하거나 나누는 방식이 아닌, 건너편을 마주 보는 방식으로 다시 그려진다.
작가는 정직하게 찾아오는 계절을 보다 가깝게 만나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과 애틋함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장면을 켜켜이 기록하며 쓴 밀도 높은 에세이는 작가 자신이 체험한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리하여 금세 웃음을 짓다가도 돌아서면 이내 쓸쓸해지는 마음의 갈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망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곳을 찾아왔다고 생각하자 말하는 작가의 따뜻한 메시지는 마음 둘 곳 없이 시간에 휩쓸려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우리의 어떤 시간에게 보내는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