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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작동하는 뇌
  • 15,000원
    • 저자
    • 히구치 나오미(지은이)
      김영현(옮긴이)
    • 출판사
    •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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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인문 에세이 / 사회학
쪽수 : 320p
크기 : 135*205mm
출간일 : 2021.05.31

화장품 상품 이미지-S1L3
“병에 걸린 나의 뇌는 때로 오작동하지만,
나의 정신은 더욱 단단하고 자유로워졌습니다.”

뇌기능장애 당사자가 관찰한 ‘나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

어느 날 낯선 사람이 내 침대에 누워 있다면 어떻게 할까?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 수십 마리 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의를 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눈앞에 있는 광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하면서, 낯선 사람과 벌레가 사라질 때까지.
『오작동하는 뇌』는 2013년 50세에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진단을 받은 히구치 나오미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일’을 직접 글로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인지저하증(치매)으로 환각, 기억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등을 겪으면서도 집필과 강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오진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몸 상태가 악화되었던 시기부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뇌의 오작동’과 더불어 살아가는 최근까지, ‘나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과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관찰하여 기록한 당사자 연구의 결과물이다.

기억이 사라지고 공간이 뒤바뀌는 세계
“나에겐 시간을 엮는 밧줄이 없습니다.”

히구치 나오미는 41세에 불면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에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의사의 처방대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복용을 시작하자 지옥이 찾아온다. 수전증, 현기증, 호흡 곤란 등 극심한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지고 똑바로 서서 걷지도 못하게 되지만 의사는 오히려 복용량을 늘린다. 무려 6년간 우울증 치료 부작용에 시달린 끝에 겨우 약을 끊고 안정을 찾지만, 이번에는 환시가 일어나고 감쪽같이 물건이 없어지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저자가 자신의 정확한 진단명을 알게 된 것은 50세 때였다.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자꾸 눈에 보이던 낯선 사람,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갑자기 찾아드는 악취, 극심한 약물 부작용… 저자가 겪은 ‘이상한 일’은 모두 레비소체 인지저하증의 대표적인 증상이었다.
인지저하증은 익숙한 거리를 낯설게 만들고 몇 분 전의 일도 도려낸 듯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달력을 보지 않고는 계절을 알 수 없고 어제와 엊그제를 구분하는 감각이 사라진 세상에서 히구치는 자유자재로 과거를 떠올리지 못하고,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고기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없게 된 일상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환각, 망상이 나타나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우긴다.” 이런 차가운 의학의 언어가 아니라 당사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로 인지저하증의 세계를 재현해낸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설고 놀라운 풍경을 펼쳐보인다.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시작한 기록
나는 환자가 아닌 당사자로 살기로 했다

항인지저하증 치료를 시작하자 환시를 비롯한 여러 증상이 나아졌지만 인지저하증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고 의사들도 의학서도 온통 절망적인 말만 들려줄 뿐이었다. 저자는 인지저하증을 대상화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인지저하증 당사자를 “사회와 갈라놓는 것은 무지나 편견이 아니라 전문가의 냉혹한 해설”이었다. 병이 한 인간의 일부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병 자체만을 치료의 대상으로 규정짓는 의료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된 저자는 스스로 의료 정보를 찾고 공부하며 점점 능동적인 환자로 변모해간다.
인지저하증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NHK 방송국의 취재에 응하던 저자는 마침내 실명을 공개하고 단상에 올라 강연을 하기 시작한다. 인지저하증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고 다른 당사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던 저자는 점차 숨기고 싶던 증상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장애를 긍정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인간은 각자 다른 가능과 불가능을 지닌 존재
모두가 이상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기억장애로 사소한 것도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생긴 히구치는 글자를 쓰지 못하는 증상을 가진 또 다른 인지저하증 당사자가 자신은 메모를 못 해서 ‘외운다’고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란다. 저자는 다양한 증상을 지닌 당사자들이 자기만의 대처법을 마련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다른 ‘가능’한 것으로 대체해 충분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진정한 ‘장애해방’을 발견한다.
자신과 신체 능력이 다른 사람을 보며 ‘불편해서 어떻게 살지?’라고 단정해버리는 ‘정상 사회’의 오만한 동정을 저자는 거부한다. 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대안을 찾고 고민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저자의 삶은 소위 말하는 ‘정상인’의 삶과 다르지 않다. “비가 내리면 누구나 우산을 쓰지 않나요? 저도 상태가 나쁘면 그냥 쉴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히구치 나오미의 ‘정신’은 누구보다 단단하고 자유롭다.
히구치 나오미는 자신이 그저 ‘좀 이상한 사람’이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조금쯤 이상한 사람으로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오작동하는 뇌』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장애를 교정의 대상으로 삼는 우리 사회의 ‘정상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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