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이 된 서투른 당신에게 바치는
감성충만 헌정 에세이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20년 전 작은 마을, 우리의 우정은 시작됐다.’
문구점 앞 뽑기, 부모님에게 연행될까 조마조마했던 하굣길 오락실, 재산목록 1호였던 풀 개조 4륜구동 미니카, 이제 와 떠올리면 성냥갑만치 작은 5층 아파트, 단지 너머 석양 내린 방죽 위로 나란히 선 열 살 무렵의 친구들. 지금은 다들 어디 있을까. 기운 내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까. ‘추억’ 콘텐츠가 유행인 지금, ‘7080’도 ‘응답하라 세대’도 아닌 90년대 를 어린이로 보낸 초보어른들을 위한 만화 《오카자키에게 바친다》가 한국에 첫 선을 보인 다. 선로 위에서 손을 맞잡고 달리는 두 소녀의 방울방울한 추억 속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안녕, 오카자키. 둘도 없는 나의 친구.
이 책은 너에게 바치는 우리의 추억 이야기.’
《오카자키에게 바친다》는 작가 야마모토 사호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온 절친 오카자키의 결혼식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순도 ‘100%’ 논픽션 에세이 만화다. 2014년 일본의 SNS '노트(note)'를 통해 절친 몰래(?) 연재한 이 만화는 뜻밖에 최단기간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서프라이즈 만화는 졸지에 그 시절 모든 친구들에게 바치는 만화가 되었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집안의 막내딸로 개성 강하고 활동적인 야마모토, 괴팍한 부모 밑에서 방임되다시피 자랐지만 심성만은 고운 오카자키. 두 사람은 어느 늦은 밤 같이 한 비디오게임을 시작으로 긴 우정의 싹을 틔운다. 에피소드마다 그 시절 어린이들의 머스트 헤브 아이템, 만화영화, 놀이 등 다양한 매개체들이 등장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친구 집에서 맞는 생애 첫 외박, 동네 오락실에서의 안 좋은(?) 추억, 여자아이들끼리의 분신사바, 반에서 유독 튀던 ‘그 녀석’에 대한 기억, 무시무시한 화장실 괴담 등 두 친구는 그 시절 초등학생이라면 겪었을 법한 일을 차곡차곡 추억으로 쌓으며 성장한다.
2016년 일본만화대상 노미네이트,
우리 모두의 유년기를 닮은 메모리얼 에세이!
‘우리세대는 체력이 형편없다, 게임 때문에 학력이 저하되었다, 그런 말을 많이 들었던 세대이기도 하다. 분명 우리들은 게임을 많이 하고 실내에서 놀 때가 많았지만, 밖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친구 집에 놀러가는 등 꽤 기운차게 돌아다녔던 것 같다.’ (141, 142쪽)
《오카자키에게 바친다》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임에도 ‘다마고치’, 요요, 햄스터 붐을 비롯해 《포켓몬스터》 《달의 요정 세일러 문》 《마법기사 레이어스》 등 한국의 동세대라면 잘 아는 이야깃거리로 가득해, 마치 이웃동네 친구의 앨범을 보는 듯 반갑고 흥미진진하다. 더욱이 휴대용 전자기기의 보급과 ‘유토리 교육(자율성과 종합 인성을 중시한 교육)’ 등으로 어른들로부터 지나친 걱정과 핀잔을 듣고 살아야 했던 밀레니엄 전후의 청소년 세대를 대변하는 듯한 정서가 작품 전반에 녹아들어 공감대는 한층 더 강해진다.
이 작품은 일본의 국민만화라 불리는 《치바 마루코》의 차세대 버전이라는 평을 받으며 지난 1년간 찬사를 독점했다. 한국만화팬들에게도 익숙한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6’ 8위, 2016년 일본만화대상 노미네이트 등 굵직한 만화상 관련 이슈에 매번 이름을 올렸다. 빵빵 터지는 유머와 실제 작품 속 화자로서 남다른 재간을 뽐내는 작가의 연출 솜씨는 ‘천재 이야기꾼’란 평가가 급조된 수식어가 아님을 보여준다.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1권은 이 절친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마무리된다. 2권에는 중학생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유머, 공감 모두 한층 파워업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이 아직 바래지 않은 추억을 가득 담은 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