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데리고 먼 데까지 갔다”
오래 내디딘 걸음과 섬세한 눈으로
우울의 지형을 새로이 펼쳐 보이는 마음의 지도
★고수리·신유진 작가 추천
“나는 저물어가는 저녁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아쉬워했다.
멈춰 서는 문장마다 내 마음 같아서. 그저 오래도록 읽고 싶어서.” _고수리 작가
“그의 문장은 나와 보폭이 비슷한 사람의 옆모습 같아서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그의 풍경이 나의 것이 되고, 그의 표정이 나의 풍경이 된다.” _신유진 작가
여기 우울을 데리고 먼 곳까지 걸어본 이의 아름답고도 너른 지도가 있다. 감정과 마음을 깊고 넓게 살피는 오후의 소묘 새 산문 시리즈 ‘마음의 지도’ 첫 권으로, 이 책은 제목처럼 진실로 ‘우울이라 쓰지 않고’ 우울의 다채로운 풍경을 섬세히 보여준다. 우리는 우울이 그의 시선과 마음을 어떻게 벼리고 넓혔는지 확인하며, 한 존재의 깊고 낮은 곳부터 지층처럼 쌓여온 우울의 지형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데 놀라고 만다. 작은 기쁨과 차분한 격정의 언덕을 오르내리고, 상처의 골목을 매번 새로이 헤매고, 다시금 사랑의 바다로 나아가는 그의 걸음에, 닮고도 또 다른 나의 걸음을 겹치며 먼 데까지 가보기를. 자신만의 마음의 지형을 새로이 그려보기를. 그 특별하고도 불가해한 기쁨을 기꺼이 누리기를. 이 책이 ‘우리에게 하는 약속’과도 같다.
“걷는다는 것은 내가 장소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우울을 극복하거나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서의 증상이 아니라 나를 이루는 장소로 여기며 사는 사람. 그 장소를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계절에 따라 달아오르고 식는 땅을 발바닥으로 가장 먼저 느”끼며 걷는 사람. 그는 우울이 “내면에 갇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단절과 고립을 가져오는 동굴 같은 곳”이라는 우울에 관한 흔한 오해에 관해 할 말이 있다. 그곳에 동굴 말고도 밤나무가 무리 지어 사는 산이, 작게 노래 부르며 걷기 좋은 서쪽 바다가, 늦여름 잔향이 오래 맴도는 들이, 골목이 미로 같은 북동쪽 동네가 있다고. 계속해서 흔들리며 열려 있게 하는 것 또한 그 풍경들이라고. 언덕을 넘고 강을 끼고 걷고 또 걸으며 그는 벗어나지 않고도 멀리 간다. 최초의 나무로, 비밀을 갖게 된 유년으로, 홀린 듯 열어본 낯선 곳의 문 앞으로, 나를 찾던 엄마의 목소리로, 사랑이 막 태어나려는 유월의 밤공기로, 아버지와 나 사이에 놓인 바다로…. 매번 새로운 나선을 그리며 익숙하고도 생소한 우울의 얼굴을 연신 들여다본 이가 진실로 고백하는 것들은, 그 장소에 없다고 여겼던, 그리하여 그가 믿지 않았던 혹은 믿기 어려웠던 모든 것들. 그러니까 새로이 보게 된 위로와 용기, 특별하고 불가해한 기쁨, 마침내 사랑.
“산책이야말로 익숙한 장소에서 이방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므로, 내가 아는 사랑과 위로와 용기가 새로운 무언가로 보일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걸을수록 아는 것은 줄고 모르는 것이 늘었다. 지난 시간과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참 걷다 돌아오면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익숙했던 풍경이 눈에 설게 느껴졌다.”
읽고 쓰는 일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읽고 쓰는 일의 아름다움은 나약함을 인정하는 과정에 있다.”
‘우울이라 쓰지 않고’ 그가 말하는 것들은 이런 것. 나약함을 인정하는 일, 당신의 앞이 아니라 옆이나 뒤로 들어가는 일, 그리하여 나를 잃어버리는 일, 아무도 해치지 않는 실수를 많이 하는 일, 그런 이야기를 몸에 가지고 다니는 일, 모르는 문장을 기다리는 일, 아버지에 관한 새로운 생각을 하는 일, 다시 내가 되는 일. 그것은 “연한 마음으로 잎사귀의 떨림을 감각하다가 세상을 다시 사랑하고 마는 일”. 어쩌면 끝끝내 ‘쓰지 않고’는 할 수 없었던 모든 일. 장소를 사랑하기 위해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던 그는 삶을 사랑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쓰고 또 고쳐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그의 글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이 책이 그의 첫 책이어서 더없이 각별해지는 마음을,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을.
* 추천의 글
-고수리·신유진 작가 추천
한 마디 이름을 지어 이것이 마음이라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시절 기억을 톺아보며 이것이 마음이라고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문이영은 후자와 같은 사람.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맑아졌을 땐, 나도 어스름의 시간에 서 있었다. 나는 저물어가는 저녁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아쉬워했다. 멈춰 서는 문장마다 내 마음 같아서. 작가의 글을 그저 오래도록 읽고 싶어서. _고수리 작가
문이영의 문장은 나와 보폭이 비슷한 사람의 옆모습 같아서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그의 풍경이 나의 것이 되고, 그의 표정이 나의 풍경이 된다. 나는 때로는 익숙하고 때로는 낯선 그의 우울을 거닐며 내 것을 그려본다. 그가 옳다, 걷다 보면 사랑하게 된다. 우울의 동쪽과 서쪽을, 남쪽과 북쪽을, 아무도 해치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아는, 그런 이야기를 햇밤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의 마음을. _신유진 작가
-서점인들의 추천
그를 걷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숨게 하고 용기 내게 했던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몸을 웅크리고 기다리다, 추워지는 계절에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지금에야 한 권의 책이 되었나 보다. 이제 나는 슬픈 눈과 용기 낸 얼굴로 말을 걸어온 손님들에게 이 책을 권할 것이다. _리브레리아Q(정한샘 대표)
여기, 우울과 기꺼이 동행하는 너그러운 그림자가 있다. 우울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같은 순간이라도 남들보다 더 오래 그 장면에 사는 것 같다. 나는 우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문이영이 길게 펼쳐 보인 순간을 미행해 본다. 그 길이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_작업책방 씀(윤혜은 작가)
평생 나를 할퀼 것 같던 뾰족한 마음이 산책길에 무심코 차버린 돌멩이처럼 매끈하게 닳는다. 이 산책이 끝나면 조약돌만큼 작아진 기억을 주머니에 넣고 어디든 멀리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도 되겠지. 우울이라 쓰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 _작업책방 씀(이미화 작가)
책에도 옆모습이 있을까. 이 책은 세상의 정면에서는 알아채지 못할 이야기들이 장소와 계절의 비스듬한 얼굴로 펼쳐진다. 읽고 나면 내 안의 비밀스러운 곳에 도착하게 된다. 누구든 갇혀 있던 이야기를 불러내거나, 조금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_책의기분(조순영 대표)
문이영의 글은 유리컵 속 투명한 물과 같아서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가 남긴 우울의 빛을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희망이 보인다. 막연한 희망이 아닌 무해하고 용감한 작은 희망. 그리고 우울이라는 단어가 아닌 ‘하루’, 잘 살아내고 싶은 하루가. _한낮의 바다(한혜숙 대표)
* 객원 에디터 후기
출간 전 원고를 읽으며 함께 작업한 객원 에디터들의 후기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한 발 두 발 걸으면서 기록한 마음들 안에서, 작고 분명한 기쁨들을 무수히 읽었다. 위안이자 구원의 기쁨. 우울이라 쓰지 않고, 정말 그랬다. 제목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약속처럼 진심 그리고 진실이었다. _강민희 에디터
다시 삶을 사랑하기 위하여. 읽는 내내 이 말이 떠올랐다. 상처 받은 기억이 많아 사람을 믿는 일이 어려워도 결국에는 사랑의 감정을 품고야 마는. 내게도 사랑과 믿음이 자라날 거라는 희망이 움튼다. _이신후 에디터
하나의 장편 시처럼, 계절이 머무는 풍경과 내면에서 여러 갈래로 샘솟는 마음들이 어우러진다. 지나온 시간들을 우울로만 점착하지 않고 만물에 대한 끈질기고도 다정한 태도로 사랑을 말한다. _주연 에디터
스르륵. 이 단어가 제격인 듯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륵, 글 속에 푹 담겨졌다. 다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글과 시간 속으로 흠뻑 빠졌다 나온 기분이다. 마음의 무게가 차분하고 가벼워졌다. _홍은주 에디터
소설을 읽는 듯했다. 어느새 나는 주인공에게 푹 빠져들었다. 읽고 쓰며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결국 그것을 내면의 힘으로 축적해가는 그녀가 좋았다. 글은 침착하고 고요한데 내 마음은 크게 파도쳤다. _황지혜 에디터
* 마음의 지도 시리즈
감정과 마음을 깊고 넓게 들여다본 이들이 길어올린 문장으로 마음의 물성을 살피는 산문 시리즈. 우울을 시작으로 작은 마음, 쌓는 마음, 허무는 마음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