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짧은 문구와 함께 사진이 뜨면 "이야, 아이폰 열일하네" 하고 사진을 탭한다.
1년 전 오늘. 그러니까 2019년 9월 26일. 그날은 방콕에서 4박 5일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날이었다.
당시 나는 바쁜 일상에 치여서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다.
방콕행은 스스로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라곤 없던 내게 준 보물 같은 휴가였다.
분명히 욕심부려 책 서너 권을 챙겨 갔을 텐데 다른 책은 기억나지 않고 방콕 여행하면 이 책만 생각난다.
나는 비행기에서, 호텔 침대에서, 수영장의 선베드에서 이 책을 펼쳐 들었고(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어 들기에 딱인 판형), 읽는 페이지마다 귀퉁이를 접었다.
오늘 본 것을 생각하고 얘기하면서 친구나 가족과 평범하게 한때를 보낸다.
성실하게 일하고, 실수도 하고, 때로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고, 그걸 자신의 작은 자랑으로 삼자.
보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일 때문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시간을 줄이자.
하지만 기를 쓰고 무언가가 되려고 하거나, 무언가를 발신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 피곤한 일은 그만두자. 페이스를 늦추고,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의 행동 하나하나를 돌아보자.
오늘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가족이 평화롭게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 몸을 반듯이 하고 잘 보면, 하루 중에는 반드시 보물이 한 개 정도 잠들어 있다.
그걸 잘 갈고 닦아, 편안한 잠 속으로 들어가자.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그걸 상기하자. (197쪽)
바지런히 붙잡지 않으면 증발해 버릴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앞만 보고 달리던 그해 여름, 내게 다가왔으나 스쳐 지나갔을 주변의 고마움과
일상 속의 따스함을 생각하니 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렇게 이 작은 책은, 눈부셨던 방콕에서의 시간과 함께
내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고 싶어 하는 하루하루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책으로 남았다.
다시 1년 뒤 오늘.
나의 직업에서 팬데믹까지, 많은 것들이 바뀐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2017년 출간된 이 책에서 2020년 지금을 읽었다.
그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음을,
왜 사람은 이런 상황이 되지 않고는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289쪽)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다시 예전처럼 여행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방콕을 가게 된다면, 나는 그때도 이 책을 챙기고 싶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이야기하는 하루와 일상의 소중함에 깊이 공감하며 환한 미소같은 마음을 채우고 싶다.
- 사적인서점 이예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