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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어 마음사전
  • 15,000원
    • 저자
    • 현택훈(지은이)
      박들(그림)
    • 출판사
    •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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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에세이
쪽수 : 195p
크기 : 130*190mm
출간일 : 2019.11.20


제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주 

사람들은 제주도를 관광지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싸우고 울고 웃던 땅이고 죽어 묻혀야 할 터전입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시인은 제주도와 제주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감귤밭에 딸린 집에서 태어나 할머니가 말하는 제주어를 듣고 자란 소년. 학교가 끝나면 엄마에게 제주어로 이야기를 듣던 소년. 화산섬이라 벼농사 짓기가 어려워 제사 때만 ‘곤밥’(쌀밥)을 먹고 ‘가메기’(까마귀)처럼 몰려다니던 소년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습니다. 짝사랑했던 그 소녀는 다른 친구에게 애정 고백을 했고 실의에 빠지던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택시를 타면 ‘궨당’(친척, 마을 사람)이 너 택훈이 아니냐고 묻는 섬. 그들에게 제주는 아름다운 땅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내는 생활 공간입니다. 현택훈 시인이 제주어로 우리 모두가 누렸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였다. 하지만 그 거짓말들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한 말하기의 방식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앨범에 있는 흑백 사진을 보다 간호사 옷을 입은 엄마의 모습이 눈에 띄어 엄마에게 물었다.
“응? 아, 그거. 그럼. 간호사엿주게.”
엄마는 옷에 단추를 달다 사진첩을 보며 말했다.
나는 엄마가 간호사였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며칠 뒤 아빠와 어떤 얘기를 하다 내가 엄마가 간호사였다는 걸 얘기하자 아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서 내가 앨범을 아빠 앞에 펼쳐 그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다시 말했다. 하지만 아빠는 웃으며 말했다.
“아, 그 사진. 어멍 사료공장 댕길 때 사진이여.”
- 「랑마랑 」 부분

어릴 적 엄마는 사진을 보며 자기 직업이 간호사였다고 말하고 어린 소년은 엄마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는 그 사진이 공장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엄마의 무용담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런 소년과 엄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소년은 나이가 들어 정든 제주를 떠납니다. 제주를 떠나 있어도 늘 엄마 아빠의 얼굴처럼 제주어는 그의 마음속에서 감귤처럼 노랗게 익어 갔습니다. 그리고 제주로 돌아와 그는 시인이 됩니다. 그러나 제주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머니도 할머니도 이제 그의 곁에 없습니다.

제주의 새들은 제주어로 울까 

어머니도 할머니도 떠나버렸지만 제주어만큼은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하려고 지금도 시인은 소년처럼 제주어로 시를 씁니다. 소멸될 위기에 놓인 제주어를 살리려는 마음이 『제주어 마음사전』에 담겨 있습니다. 시인의 감성으로 사라진 기억들을 다시 불러냅니다. ‘가메기’(까마귀)처럼 몰려다니던 시절 짝사랑했던 소녀는 친구에게 애정을 고백하고, 제주도에서 새들은 제주어로 우는지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새 우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까마귀였다. 그런데 평소 듣는 까마귀 소리가 아니었다. 까악까악 울지 않았다. 그 소리는 “아고게, 아고게.”로 들렸다. ‘아고게’는 ‘아이고나’라는 뜻의 제주어이다. 제주어를 하는 까마귀를 만났다. 
우리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새 박사 김완병 선생님께 전화해서 물어보니 그 소리는 짝짓기할 때 내는 소리라고 했다. 까마귀가 여러 상황에 따라 내는 소리가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 「숨비소리」 부분

제주에서 태어남과 죽음이란 

제주 할머니들은 평생 물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은 물속 세상에서 너무나 자유롭지만 육지로 올라오면 순박한 할머니 모습 그대로입니다. 택시 운전을 하는 막내아들을 생각하며 장모님은 택시만 보면 아들 택시가 아닌가 물어봅니다. 

딸 넷, 그리고 막내아들. 장모님은 막내아들을 위하고 또 위한다. 그 막내아들인 처남이 최근에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처남이 택시 운전을 한 뒤로 장모님은 처남 택시와 색깔이 같은 택시만 보면 처남이 운전하는 택시를 본 것처럼 반긴다. 
“아이고, 저 택시 승효 택시 아니냐.”
해녀의 아들인 처남은 오늘 밤에도 서귀포의 밤 속에 들어가 어머니가 물질을 하듯 도시의 밤바다 속을 택시로 헤엄친다.
-「할망바당」 부분

물의 순환처럼 한세상 살다 가는 구름들. 물의 순환을 보여 주는 구름. 우리는 구름을 보며 삶의 순환을 느끼게 된다. 물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어 땅과 바다로 내린다. 구름은 하늘 높이 있지만 물의 순환을 생각하면 구름은 우리와 함께 있다. 구름을 보는 시간은 무념무상의 시간이다. 
-「물보라」 부분

그 소나무나 백 살 할머니만큼이나 직접적으로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별도봉 자살바위다. 정말 누군가 자살한 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데가 그곳이라는 말이 돌았다. 한번은 호기심에 자살바위 밑을 내려다보았다. 마침 그 바위 밑 바다에는 죽은 물고기가 떠올라 있었다. 나는 또 기겁을 하며 줄행랑을 쳤다. 
-「숙대낭」 부분

제주도는 마을에서 돼지를 추렴하면 마을 사람 모두에게 고기를 돌린다. 마을 전체가 양푼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왔을 때 마루 끝에 올려져 있는 돼지고기는 어머니의 살점 같았다. 그런 날이면 아버지가 김치찌개를 끓였다. 김치찌개와 ‘곤밥’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머니의 따뜻했던 가슴을 만지던 기억이 그때는 잊히지 않고 있었으리라. 따뜻한 ‘곤밥’ 같은 어머니의 가슴. 
제주도에서는 식당 이름을 ‘곤밥’으로 짓기도 한다. 요즘은 흔해진 ‘곤밥’이지만, 그 눈처럼 하얀 쌀밥 위로 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나는 가끔 배고픈 것과 어머니가 그리운 것을 혼동한다.
-「곤밥」 부분

제주에서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4?3항쟁 때는 무차별한 민간인 학살로 인해 함께 살을 맞대던 가족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아야 했고, 해녀 할머니들은 물질을 하다 힘이 빠져 할망바당(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죽기도 합니다. 시인은 해마다 태풍이 몰아치는 제주에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에서 죽음과 삶의 순환, 우리가 늘 죽음과 함께한다는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고 시인도 언젠가는 제주에서 살다 제주에 묻힐 것입니다. 자기가 태어난 땅에서 하늘을 보고 그 하늘 속에서 이 세상을 가늠해보려는 시인. 그에게 필연적으로 주어졌던 제주어를 먹고 자라나 시인이 된 현택훈. 이제 그는 제주어로 태어남과 자람과 죽음, 그리고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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