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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진,『중앙역』
  • 14,000원
    • 저자
    • 김혜진
    • 출판사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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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소설
쪽수 : 280p
크기 : 133*200mm
출간일 : 2020.09.18


스스로를 버린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사랑인가 절망인가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김혜진 첫 장편소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첫 소설집 『어비』(2016)를 비롯해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2017) 『9번의 일』(2019),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2020)과 두번째 소설집 『너라는 생활』(2020)까지 성실히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만들어온 김혜진 작가, 그의 첫 책이자 첫 장편소설이었던 『중앙역』을 새로이 선보인다. 『중앙역』은 2014년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당시 심사위원들은 “과거도 추억도 없이, 심지어 미래도 없이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 이런 사랑이 가능한가? 불모지에 발가벗은 남녀를 풀어놓고 작가마저 망연히 그 여로를 쫓는 것은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중앙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노숙인의 삶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권력에서 비켜난 존재들의 노동과 정체성, 주거의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김혜진 소설세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서 일하던 지인을 통해 노숙인 아웃리치 활동을 취재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 그만큼 생생하게 거리의 삶을 담아낸 이 작품은, 그간 서사의 세계에서 호명받지 못한 인물들의 내면 깊숙이 독자를 데려간다. 사회적 약자라 뭉뚱그리지 않고 한 개인이 가진 가장 개인적인 것을 파고드는 작가 특유의 방식을 통해 “이래도 쉽게 판단내릴 수 있겠습니까?” 묻는다. 내용과 문장을 다듬고 작품 속 두 남녀를 형상화한 듯한 남학현 화가의 그림으로 새로운 옷을 입혔다. 김혜진 작가의 작품에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이 읽힐 선물 같은 소설이길 바란다.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거리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처음 만난 그녀가 삶의 전부가 된 남자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삶의 마지막 공간, 중앙역

낮 동안 시끄럽게 이어지던 공사도 중단된 깊은 밤의 중앙역. 중앙역은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가장 큰 역이다. 캐리어를 끌며 역사(驛舍) 주변을 도는 한 젊은 남성이 있다. 행인들이 요령 있게 그를 피하고, 자연스레 그의 앞엔 길이 열린다. 한참 만에 자리잡은 곳은 열차 선로 위에 걸린 구름다리 한구석. 박스를 깔고 앉아보고 또 누워본다. 박스 아래 깔린 돌멩이를 고르며 가능한 한 편안한 자세를 취해본다. 그는 거리에서 먹고 자고 산다. 거리의 냄새와 소음이 삶의 풍경인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 앞에 빈 손바닥을 내밀어본 사람은 안다. 그 손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치르고 얼마간의 돈을 쥐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나중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만다. 거리에서 한번 잃은 것은 되찾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영원히 잃는 대가라면 우리가 받는 돈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잃을 게 없을 때까지 잃고 또 잃고 마침내 다 잃은 내 모습을 상상하는 건 끔찍한 일이다. 
_167쪽

어떤 이유에선지 거리의 삶에 편입된 그는, 그러나 다른 노숙인과 자신은 완전히 같지 않다 생각한다. 중앙역 광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오가는 감정과 관계들을 관찰하며 자신의 삶과 그곳의 거리를 어떻게든 좁히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덜 잃기 위해 애쓰는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거리의 상황은 그가 가진 것을 하나둘 빼앗아가고, 그에게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젊음조차 이제는 서둘러 소진해버리고 싶은 무엇이 된다. 
그런 그에게 ‘여자’가 나타난다. 그의 전부나 다름없는 캐리어를 도둑질해갔던 늙고 병든 여자. 캐리어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여자는 어느새 그에게 새로운, 유일한 삶의 의미가 된다.

여자가 아니면 누가 내게 이렇게 다정한 말을 건네고 따뜻한 체온을 나눠줄 수 있을까. 다른 누군가를 꿈꿀 수 없는 가난한 처지가 서로를 유일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나. 나는 새파랗게 핏줄이 불거진 여자의 몸을 조심스레 끌어안는다. 
_217~218쪽

그들이 어떻게 거리의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작가는 그들의 나이와 이름과 얼굴을 지워, 그 조건들이 상징하는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 작품을 읽는 독자 저마다의 상상력과 구체성으로 이야기를 완성해나가도록 한다. ‘나’와 ‘여자’로 호명될 뿐이다. 작품 후반부, ‘나’가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나, 그 역시 그들의 일일 뿐 독자에게는 그 이름이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삶을 다 알겠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작가가 의도한 바이리라. 가족도, 법도, 사회제도도 그들을 비껴갔으며, 미래도 희망도 더는 보이지 않지만, 거리는 그리고 광장은 두 사람의 사랑을 타인의 시선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주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다른 누군가를 꿈꿀 수 없는 가난한 처지가 
서로를 유일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나.

그는 여자와 눈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방에서 생활하기를 꿈꾼다. 여자가 덜 아프길 바란다. 여자가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찾는 밤이 그는 괴롭다. 다 포기했다 생각한 삶에 목적이 생기고 미래를 바라게 되니 괴롭다. 여자는 그의 바람이 편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거리의 삶을 살아온 여자에게 ‘시간성’이란 희박한 것이 된 지 오래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갈수록 여자의 과거를 궁금해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단호히 말한다. “나도 너를 몰라. (…) 그래도 이렇게 같이 있잖아. 그거면 된 거 아니야? (…) 인생은 아주 짧아. 나한테는 지금이 전부야. 과거도 미래도 없어. (…) 너한테도 과거가 있잖아. 다 지난 일이야. 우리도 언젠가 과거가 돼. 그렇게 되어버려.” 
현재에 머무르려는 여자와 미래가 중요해진 남자. 그러므로 노력하고 행동하는 것은 남자다.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일이어도 좋다. 그는 재개발 지역 철거 용역으로 일하며 원주민을 쫓아낸다. 농성중인 사람들을 무력으로 진압한다. 자신처럼 힘없고 돈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 죄책감 느끼지 않는다. 그는 신분증을 팔고, 미래를 저당잡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은 어렵고, 뺏기거나 속아넘어가는 일은 쉽다. 그는 점점 더 자신이 거리 두고자 했던 사람들과 닮아간다.

나는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고 돈을 구걸하기 시작한다. 아무 망설임 없이 손바닥이 펼쳐지는 게 놀랍다. 언젠가 빈 상자 앞에 엎드려 있던 사람이 생각난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공중을 향해 환하게 펼쳐진 손바닥. 아무도 모르게 상자 안의 동전을 재빨리 수거하는 손놀림 같은 것들. 보이지 않는 경멸과 멸시 따위가 지하도 계단을 바쁘게 오르내렸다. 이제 나는 그런 게 뭐 대수인가 생각한다. 손바닥을 내미는 게 뭐가 힘든 일인가. 혼자가 되는 것에 비하면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펼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_250쪽

“무언가를 쥐고 붙잡는 게 아니라 텅 빈 채로 무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그의 손. 동정이든 경멸이든 상관없으니 뭐든 값을 쳐달라 손 내미는 그에게 사랑은 절망인가, 구원인가. 여자와의 관계를 부정해야만 그도 살고 여자도 살 수 있는 상황 앞에서, 그가 내리는 선택은 가슴 아픈 것일 수밖에 없다. 완전한 절망에 빠졌을 때 나타난 단 하나의 사랑, 유일한 사람을 잃었을 때 만나게 되는 밑바닥보다 더한 추락의 고통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최후의 경계를 우리 눈앞에 보여준다. 

김혜진 작가는 현대화가 낳은 불가피한 산물로 여겨지는,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존재에 빛을 비춘 뒤,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의 레이어를 입혀 이야기를 불편하고도 익숙한 것으로 만들었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이라면 불행한 삶으로 내몰린 이들의 순애보적 사랑을 짐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첫 장편에서 이미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내세웠다. 우리가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 역을 찾았을 때, 그곳을 삶의 마지막 공간이라 생각하고 모여든 이들을 멀찍이 떨어져 지나칠 때, 그때 쉽게 판단해버리고 마는 것과는 다른 삶을 말이다. 인물들의 가까이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귀를 가진 작가. 그 덕분에 우리는 무심히 바라보고 평가하던 삶의 풍경 하나를 새로이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다. 과거도 미래도 모두 잃거나 포기했지만, 누구보다 생생한 현재를 쥐고 있던 그, 열망으로 넘치던 그 현재마저 잃은 그가 마주할 삶은 과연 어떠한 것일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 속에서 먹먹한 마음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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