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쉼보르스카
나는 그냥 쉼보르스카가 좋다. 깊어서 좋고 통쾌해서 좋고 씩씩해서 좋고 소박해서 좋다. 옳아서 좋고 섬세해서 좋다. 발랄해서 좋고 명징해서 좋다. 그러면서도 뜨겁고 진지해서 좋다. 내가 알던 시와 어딘지 달라서 좋다. 쉼보르스카의 얼굴도 좋고 웃는 표정은 더 좋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더 좋다. 다른 시인들과 어딘지 다른 개구 진 표정들이 좋다.
- 시인 김소연
시인의 서재
요리책이나 여행안내서,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부터 식물도감, 대중학술서, 특정 주제와 관련된 소백과사전, 역사논평, 회고록, 전기까지 서평의 소재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시인의 서재 또한 그러하다. 한쪽에 『춘향전』, 『삼국지』, 『한자』, 『일본의 예술』, 『함무라비 법전』 등도 보인다.
시인의 독서법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말해주는 독서칼럼은 많다. 하지만 어떤 책이 어떤 점에서 나쁜 책인지를 알려주는 독서칼럼은 드물다.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만큼이나 나쁜 책을 알아보는 안목도 소중하지 않는가. 이 서평집이 딱 그렇다.
책과 마주하는 순간, 쉼보르스카는 그 어떤 가식도 없이 온전히 그 자신이 된다. 폴란드 문단을 대표하는 지식인도, 존경받는 노벨상 수상자도 아닌, 순수한 ‘애호가’이자 겸허한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모든 권위를 내려놓은 채, 오로지 책에만 집중한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에 대해 절대로 아는 척하지 않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에 때로는 혹평도 서슴지 않는다. 가령, 『동아시아의 음식』, 『100명의 대단한 폭군들』에 대한 서평.
당신이 쉼보르스카 시인의 팬이라면
우리는 이 서평집 덕분에 살바도르 달리보다 르네 마그리트를 좋아하고, 새와 고양이를 사랑하고, 오래된 영화를 즐겨 보고, 선사시대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고, 흡연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끝내 담배를 끊지 못하고, 찰스 디킨스와 우디 앨런, 프레데르크 쇼팽, 엘라 피츠제럴드이 열혈 팬이고,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지적인 스타일의 남자에게 끌리고, 선배 시인 체스와프 미워쉬 앞에서는 항상 소녀 팬처럼 얼굴을 붉히는 쉼보르스카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책과 시가 만나는 지점
스튜어트 니컬슨의 『엘라 피츠제럴드』에 대한 서평과 시 「엘라는 천국에」, 이레나 도브쥐츠카의 『찰스 디킨스』에 대한 서평과 시 「선택의 가능성」, 칼 시파키스의 『암살 백과』에 대한 서평과 시 「테러리스트, 그가 주시하고 있다」, 토마스 드 장의 『미스터리 백과』에 대한 서평과 시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과 「생일」, 안제이 트레프카의 『화석』에 대한 서평과 시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등을 함께 읽어보시라. 그녀의 독서경험이 어떤 식으로 그녀의 시에 들어왔는지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없다면 우선 이 서평을!
안나 바르데츠카, 이레나 투르나우의 『계몽주의 시대 바르샤바의 일상 생활』(50쪽), 『열녀 중의 열녀 춘향 이야기』(86쪽), 쿠르트 바슈비치의『마녀들 - 마녀재판의 역사』(100쪽), 이레나 도브쥐츠카의 『찰스 디킨스』(141쪽), 새뮤얼 피프스의 『일기 I, II』(239쪽), 얀 소코워프스키의 『폴란드의 새』(246쪽),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292쪽), 스튜어트 니컬슨의 『엘라 피츠제럴드』(320쪽), 안제이 트레프카의 『화석』(386쪽),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420쪽), 체스와프 미워쉬의 아흔 번째 생일을 맞아 기고한 칼럼(4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