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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인문 에세이
쪽수 : 232p
크기 : 135*200mm
출간일 : 2023.09.06

화장품 상품 이미지-S1L3
'읽는 인생'은 어떻게 '일하는 인생'을 구원하는가?
직장생활이 눈물 쏙 빠지게 힘들 때
그 눈물을 닦아주는 '활자들의 수고로움'에 대하여

어느 날, 오늘 하루만 나를 대신해 출근할 아바타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단, 그 아바타는 책들 속 주인공으로 한정돼 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화자를 고를 것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 『인간실격』의 요조가 회식 자리에 앉아있다고 상상해 보자. ‘익살’이란 가면을 쓰고 그 시간을 용케도 잘 버텨내면서 내면에 큰 수치심과 괴리감, 시대와의 불화를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면 요조가 미친 척 발광에 실성한 척을 해대서 그 술자리는 일찍 파해 2차까지 가지 않아 다행스러울 수도 있다. 물론 다음날 내가 대신 그 민망한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고통은 있다.
아니면 『빨간머리 앤』의 주인공 앤을 보내 하루종일 수용초과의 투머치 토크를 건네, 상사가 다시는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되는 건 어떨까? 이 또한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책 속의 어떤 주인공이든 오늘의 나를 대신해 회사 생활을 한다면 일은 망치겠지만 하루를 망치지는 않겠다는 묘한 쾌감이 든다.

일터에서 비루해지고, 초라해지고, 남루해지며, 처참과 비참, 비탄을 느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삶의 장르 자체가 회색빛으로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근사하게, 당당하게, 멋있게, 직업윤리를 지키며 자아 성장을 도모해 줄 것이라 믿었던 무지갯빛 일터는 신기루처럼 흩어져버렸다.
바람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나의 아저씨>의 아이유다.
날카로운 굴욕과 치욕, 모멸과 너절함이 마음을 땅 밑으로 꺼지게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과 생계에 대한 중압감이 허무와 절망으로 누를 때. 그럴 때 저자는 순전히 도피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할 줄 아는 게 읽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일 생각 좀 떨쳐버리고 싶었으니까.
이 책은 그런 때 눈물을 삼키며 읽은 ‘도망간 곳에서 찾은 활자’들의 기록들이다.

비정한 일터에서 처절히 무너진 '일개 독자'의 '읽는 인생'

책 속에 등장하는 활자들의 행진은 고작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흉포한 일터에서 찢기고, 할큄당하고, 쏘이고, 난도질 당하다 너절해진 저자를 안아주고 얼러주며 위로한 도서들이다.
저자가 읽은 책들은 일하는 고통에 휩싸인 인간에게 자기계발서나 처세술 서적이 그러하듯, 똑 부러지게 ‘이렇게 하세요’ 라는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답 같은 건 없다고 눙을 치며 슬그머니 뭉개기만 한다. 해답을 구하는 독자에게 더 난해한 질문과 난수표 같은 반응으로 응수해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일터에서 고통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책을 읽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생산성 낮은 ‘도피성 독서’를 통해 단언컨대 ‘일하는 인간’으로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명료해지며 단호해졌다고 말한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일의 고통을 조명했다. 시작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 대한 독후감이다. 저자는 일터에서 광대가 되어야 하거나, 허위와 가식에 환멸을 느낄 때 『인간실격』 요조의 포효를 떠올린다. 『라인: 밤의 일기』는 일터를 장엄한 시야로 볼 수 있게 하고, 『비타민』은 남루한 하루치의 노동에 깊은 소외를 느끼는 것이 나만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2부는 일터에서의 대인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야간비행』은 워커홀릭 상사들의 내면심리를 초고밀도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우신예찬』은 인간은 본디 본성이 불완전하고 어리석으니, 그깟 인간에 상처받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스토너』와 『관리의 죽음』은 사회생활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오해와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내면을 지킬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인정 욕망에 대해 말하는 3부에서는 내 안의 음습한 마음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가 함께 한다. 4부는 매너리즘을 다뤘다. 『외투』를 읽으면 자아도취감이 얼마나 인간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세일즈맨의 죽음』은 어딘가 불안정한 삶터와 일터가 인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지를 간접 체험하게 한다.
5부는 일의 끝과 시작에 대해 말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일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집요하게 묻고, 『그림자를 판 사나이』, 『단식광대』는 일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고 묵직하게 사색할 수 있게 한다.

현관문을 여는 것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출근길은 늘 변함없는 루틴임에도 이상하리만치 낯설고, 껄끄럽고 요원하다. 그 외롭고도 지난한 길에 누군가 우리 손을 잡아준다.
'걱정마, 오늘도 내가 같이 가 줄게.'
마치 전장을 나가는 신참 보병처럼 비장한 내 어깨 언저리엔 소총대신 '오늘의 책' 한 권이 들어있는 가방이 달랑거린다.
'출근하는 책들'과 함께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런 하루란 말인가.

“너무나도 반듯한 모양새로 되바라진 눈빛을 던지는 그들은
늘 그렇듯 매혹적이다.
그래서 오늘 출근길 역시 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

도피성 독서가 일터의 진창에서 건져올린 일하는 인간의 기록

OTT 시리즈 중 <좀비 100 :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0가지>가 있다. 주인공 텐도 아키라는 매일 강압적인 철야에, 인정사정 없는 상사, 회사 복지라고는 하루종일 켜놔도 전기세 한 푼 달라고 하지 않는 '컴퓨터 무제한 사용' 외에는 없는 짐승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소위 블랙기업의 '사축인간'이 된 셈이다.
어제와 다를바 없는 출근날 아침, 아키라는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그의 주문이 먹힌 걸까? 마침 그의 주변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케첩같은 피를 덕지덕지 묻힌 좀비떼들이 여름 모기처럼 그의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아키라가 외치는 어이 없는 한 마디, '아, 회사 지각하면 안 되는데....'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지각을 걱정하는 전형적인 회사원의 모습이다. 자전거 페달을 죽을듯이 밟던 아키라는 문득 지금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어쩌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을 느낀다.

'그래! 어쩌면 회사에 안 가도 될지 몰라!'

우리는 늘 현관에 앉아 신발을 신으며 오늘은 좀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나, 되도 않는 상상을 한다. 천재지변으로 전세계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늘에서 갑자기 개구리떼들이 떨어져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판타스틱한 상황이 벌어지면 좋겠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몽상이다.
이유는 그. 어. 떤. 상. 황. 보. 다, 싫. 은. 출. 근. 때. 문. 이. 다.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될 지언정, 차라리 회사에 안가도 되는 난리법석의 상황이 말할 수 없이 행복한 불행한 회사원. 결코 이상하거나 괴기스러워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나의 모습이니까.

『출근하는 책들』의 구채은 저자는 일터에서 내면이 찢기고 자아가 소멸되는 것 같을 때, 다 큰 성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존엄함의 영토가 침범당하는 것 같을 때, 감정을 억누르고 익살꾼을 연기해야 할 때, 누군가의 송곳 같은 말이 뒷통수에 착 달라붙어 꿈에까지 쳐들어올 때, 그럴 때 마다 책을 펼쳤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하나하나 도장찍듯 남겼다.
물론 그런 고비의 순간에 책이 저자를 살려줬다거나, 지혜를 줬다는 식의 금방 들통이 날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 책 속 인물들은 대개 저자보다 더 찌질이에, 못난이에, 심지어 실성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면교사보다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파괴돼가는 인간들 투성이가 책에서 허우적 대고 있었다. “이 바보를 어떡하니, 불구덩이 속으로 돌진하네” 하며 혀를 끌끌 차게 하는, 측은지심을 불러오는 인물들이어서, 롤모델로 삼았다간 쫄딱 망하기 십상이다. 그들의 인생을 관망하다, 이제 구원의 힘을 좀 발휘해 볼까... 하고 손을 뻗을 때쯤, 지하철은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리곤 이런 울림을 준다.

'구하긴 누굴 구하니, 너나 오늘도 무사히, 일터에서 잘 살아남으렴.'

누군가는 끈질기게 분투해 그 세계의 규정에 맞게 자신을 조각해 나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마지못해 지금 세계에 자족하고, 슬프지만 낙관해야 하는 순간도 올 것이다. 그땐 도리가 없다. 그 어긋남을 기꺼이 받아들일수밖에. 승복하고, 그 삶 속에서 살아갈 틈새를 찾아야 한다. 그 삐쩍말라 비틀어진 틈새에서 구원의 빛으로 찾아낸 건 '책'이었다. 고맙게도 그 거칠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틈새를 비집고 나와 나의 손을 잡아준 '활자들'은 잿빛의 삶을 햇빛 가득한 삶으로 이끌어주었다.
저자가 상황에 맞춰 소개해주는 책들은 절묘하다. 기묘하고도 비틀어져 남루하기까지한 주인공들의 인생에서 나의 존재를 찾고, 위로하고, 통곡하고, 박장대소를 던진다.
그렇게 웃고, 울고, 떠들며, 분노하고, 한탄하다 보면 오히려 오늘도 오롯이 나를 위한 지하철 자리 한 칸이 온전히 남아 있음에 감사를 건네게 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과 생계에 대한 중압감이 허무와 절망으로 누를 때. 그럴 때 종종 꺼내보는 초콜릿 같은 책들. 아직 우리에게는 다 꺼내먹지 못한 수천, 수만 종의 씁쓸하고도 달달구리한 초콜릿들이 남아 있으니 우리의 출근길은 그리 절망적이지 않다.
나와 함께 출근하는 그들은 일렬종대로 오늘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과 함께 사유하기 위해 가끔은 지루하고 자주 졸리지만 책을 편다. 그리고 믿어본다. 그 작은 힘이 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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