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초등학생 아이의 편지와 일기만으로 아이의 가슴 시린 성장을 그린, 치밀한 구성과 사실적이고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사실주의 소년소설이다.
■ 편지와 일기, ‘글쓰기’가 살아 있는 문학 편지와 일기, 나아가 글이란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솔직한 모습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때로는 거짓과 꾸밈만이 들어차기도 하지만, 자기 안의 자기를 있는 그대로 쏟아 내고, 그것을 스스로 확인하며 정리하는 것이 바로 살아 있는 글쓰기일 것이다. 이 작품은 초등학생인 리 보츠가 쓴 편지와 일기로 되어 있다. 작가의 얼굴은 철저히 가려진 채, 초등학생 아이의 심리와 현실이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그려진다. 리는 성장의 진통 속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결국 진솔한 글쓰기가 리의 성장에 든든한 바탕이 된다. 편지와 일기는 이 작품의 형식적 바탕이고 특징이면서, 동시에 한 아이의 힘 있는 성장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 되며, 나아가 독자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는 원천이 된다. ■ 평범한 인물들의 평범하지 않은 개성과 진실 트럭 운전사 아빠와 시간제 요리사 엄마. 부모의 이혼과 전학……. 사실 지극히 전형적인 설정이다. 뻔한 갈등과 쉬운 해결로 자칫 신파가 될 것 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는 편지와 일기라는 형식을 이용해 평범한 인물들의 매우 구체적인 개성과 갈등, 삶의 진실에 깊이 밀착해 들어간다. 버거운 현실이 남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결말도 생생하다. 평범한 아이 리 보츠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픔과 그 극복이 철저히 아이 처지에서 그려지면서 진한 울림을 남긴다.
■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엮어 낸 치밀한 구성 이 작품은 주인공 아이의 중심 갈등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고 서로 상관없을 듯한 사건들을 치밀하게 교차시킴으로써, 복합적인 성장을 이뤄 가는 아이 모습을 실감 있게 그렸다. 부모의 이혼에 따른 갈등, 도시락 도둑 때문에 겪는 고민과 그 해결, 그리고 학교 문집에 낼 글을 쓰기 위한 노력과 그 결실이 중심이 되는데, 이 세 줄기 이야기가 글쓰기를 통해 아픈 현실을 이겨 나가는 아이의 이야기로 치밀하고 자연스럽게 모아진다.
■ 작품의 분위기와 깊은 울림을 한껏 살린 그림 글이 중심인 책에서 삽화는 단순히 내용만 설명하거나 독자의 상상력을 선점하여 제한해 버릴 수 있다. 이 책의 그림은 그런 위험을 피해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를 독자가 진하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졌다. 흑연의 섬세하면서도 거친 톤이 살아 있는 그림이 쓸쓸하고 내면적인 작품 분위기와 깊은 울림을 한껏 살린다.
■ 이 작품은 이미 1994년에 ‘도서출판 산하’가 《편지 쓰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한 작품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부산시교육청 선정 독서인증제 권장도서가 될 만큼 국내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지만, 정식 출간 계약을 맺고 나온 것은 아니다. 이를 ㈜보림출판사가 정식 출간 계약을 맺어 번역과 그림 작업을 다시 해 출간했다. 제목은 원제를 살려 다르게 붙였다. 이 작품은 작품의 형식상 초등학생 아이가 쓸 법한 말글,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점차 나아져 가는 모습, 편지와 일기의 형식에 따른 말투와 글투 따위가 번역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헨쇼 선생님께》의 옮긴이는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고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한 번역에 힘썼다. 여기에 작품의 분위기를 살린 회화성 짙은 그림이 더해져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