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야, 조선의 간호원들에게는 몇 가지 조항이 있단다. 항상 환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아픔을 살피고, 조선의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또 손을 잘 씻고…… 그리고 낙관할 것. 안나가 그랬고 안나의 스승이자 나의 스승님이 그러셨어. 그래도, 우리 낙관하자고 말이야.”
하지만 당시의 가성에겐 처음 그 말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미래란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지구 밖 무엇인 것만 같았으니까. 그런 몇 마디 말로 해소되지 않는 낙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 안나 서 그분도 결국엔…… 이겨내지 못한 거잖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다한들.”
“가희야, 네가 지금 안나 서를 알고 있지 않니? 나도 안나를 기억하고 있고. 우리 모두 안나를 기억하고 지금까지 말하고 있어.”
“네?”
“이게 바로 낙관이야. 우리는 낙관할 수 있어. 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
- 한정현, <마고> 중에서
한정현 작가의 소설에는 '낙관'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지 않고, 좋은 것들은 미래에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랑, 오직 사랑이라고 한정현 작가는 힘주어 말하지요.
그가 직조하는 낙관의 세계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는 한정현 작가의 다른 소설로 이어져 계속해서 연결되고 살아 있어요. 얼마 전 현대문학 핀 시리즈로 출간된 <마고>에도 <소녀 연예인 이보나>의 안나와 경준, 그리고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에서 한국 최초의 성형수술로 언급되는 인물이 등장한답니다. 한정현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마고>를 읽으면 더욱 더 풍성한 독서를 즐길 수 있지요. 영화계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다면 출판계에는 한정현 유니버스가 있다고나 할까요?!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사랑과 낙관의 계보를 써 내려가는 한정현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한정현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아직 이 세계를 접해 본 적 없는 분들에게도 특별한 시간이 될 거예요.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적인서점에서 만나요 :)